10여 년 전부터 동남아시아의 대중음악신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글을 꾸준히 써왔다. 2~3년 전부터는 조금 시선을 옮겨 중화권 오디션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데, 몇몇 눈에 띄는 가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센세이셔널한 가수는 처음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히잡을 쓰고 건너와, 중국어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노래를 부르는 젊은 디바형 가수라니.
야망의 시대 - 에반 오스노스 지음, 고기탁 옮김/열린책들 |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 대륙으로 건너가 '나는 가수다' 중국판에 출연해 대성공한 쉴라 암자의 스토리는, 급변하는 중국의 대중문화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현상이다. (현재 한국의 더원과 황치열, 그리고 바다가 비슷한 방법으로 진출하고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중국 분석서, '야망의 시대'에서는 중국인이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지가 얼마 안 되었다고 언급한다. 우리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노래를 직접 고르고 뽑는 행위 자체가, 그들에게는 해외여행이나 쇼핑과 거의 동급의 커다란 즐거움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온라인 소셜 데이팅이 대성공하기도 했다.
내게 그녀를 알려준 결정적 장면. 붉은 옷을 입고 想你的夜를 불렀다.
말레이시아의 유명 연예인 딸이고, 그녀 자신도 촉망받는 인기 가수이자 배우였다. 그런데 예정된 부와 명예를 버리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중국땅에 발을 디딘 이유가 궁금했다. 얼마전 그녀가 표지모델을 장식한 브루나이의 'Inspire Brunai' 매거진 인터뷰를 읽어보니, 역시나 야망과 큰 꿈을 가진 가수였다. 게다가 어렵게 얻은 중국에서의 인기를 뒤로 하고, 현재 홍콩으로 거주지를 옮긴 것도 의아했다. 중국에서의 지나친 관심과 파파라치, 대기오염으로 숨조차 쉴 수 없는 환경이 거꾸로 그녀를 홍콩과 아시아 전역으로 진출하는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홍콩으로 이주한 그녀는 작년 말 홍콩에서 콘서트를 한 차례 가졌고, 오는 2월 12일에는 서호주의 아름다운 도시 퍼스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2월에 퍼스에 여행을 갈 계획이 있다면, 그녀의 공연을 여행일정에 넣어도 좋을 듯.:) 싱가포르 에어라인으로 갈 경우 티켓값 50$을 할인해준다는데, 원래 티켓 가격이 169$?ㅎㄷㄷA급 가수 다 됐다.
전 세계의 공용어가 영어라면, 요즘 내가 아시아에서 체감으로 느끼는 공용어는 단연 중국어다. 중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중국어로 노래를 하면 일정 규모의 시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어린 나이에 발빠르게 중국에 진출해 중국어를 마스터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서의 성공이 그녀를 말레이시아 스타가 아닌 월드 스타로 시장을 넓혀준 발판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중화권 가수와는 달리 팝음악 소화력도 높고, 종종 케이팝을 커버하기도 한다. 그녀는 공공연히 한국 음악의 팬임을 밝혀 왔다. 나는 가수다의 중요한 스테이지였던 想你的夜를 부를 때도, 마지막에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끼워 넣을 정도다.
나는 올해 안에 홍콩이나 마카오 공연을 한번 노려봐야 할 듯. 이래저래 그녀를 알게 된 게 행운이다. 올해는 본격 중국어 공부 & 중국어 노래를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본격 결심도 그녀 덕분에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넓고 복잡해진 시장을 차근차근 공부해 가면서, 여러 재미난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을 듯.;)
중국 후난TV의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그녀의 라이브를 모두 담은 공식 영상. 중국에선 방송국이 이런 메들리 영상을 직접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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