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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가수, 시티 누르할리자(Siti Nurhaliza)의 수식어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1995년 데뷔 이후 13년에 걸쳐 어떤 가수에게도 정상을
내어주지 않은 명실공히 말레이시아 최고의 여가수, 말레이시아에서 두 번째로
영국 로열 알버트 홀에서 콘서트를 가진 가수, 자신의 이름을 내건 차(tea) 브랜드를
런칭한 비즈니스 우먼에서 삼성, 메이블린 등 세계적인 브랜드 광고를 휩쓸다시피 한
엔터테이너....2006년 한 재력가와의 전격적인 결혼으로 7000명이 넘는 하객이
몰리는 등 또 한번의 화제를 낳기도 했다. 올해로 30살을 맞는 그녀는 무슬림 국가인
말레이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목소리이자 디바다.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에서도 그녀의 인기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한다.
오늘 그녀의 2007년 앨범인 <Hadiah Daripada Hati>를 구해서 듣다가 문득
한국에 소개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포스팅 시작.
3년 전 태국 여행을 다녀온 동생이 TV를 보다가 엄청나게 노래 잘하는 여가수를
봤단다. 근데 누군지 이름도 모르겠고 MTV 아시아 시상식이라는 정보만
달랑 주며 누군지 좀 알아봐달라는 것. 시상식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아티스트 이름과
음악을 조회해본 결과, 그녀의 정체는 바로 '시티 누르할리자'로 판명됐다.
오밀조밀하게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 그에 걸맞지 않는 파워풀한 가창력은
그녀가 아시아의 새로운 디바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80~90년대에는 필리핀의
레진 벨라스케즈가 대세였다면, 확실히 2000년대 초중반의 그녀는 동남아시아 팝씬에서
절대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 살짝 아줌마 삘이 나는 그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녀의 음반을 찾아 들으며 말레이시아 팝신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 그녀의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감정은 혼란스러움이었다.
음반에 실린 노래들은 크게 둘로 나뉜다. 무슬림 가락이 섞인 구성진 로컬 팝,
그리고 좀더 서구식 팝에 가까운 모던한 트랙들이다. 물론 전체적인 장르는 발라드로,
한 두곡을 제외하면 멜로디를 강조한 느릿한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듣기에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아마도 그녀의 음악이 자국민들에게 어필하는 건 전자인 로컬 팝이리라 짐작된다.
실제로 티비 쇼에 나와서 라이브하는 모습이나 패션, 안무등을 봐도
무슬림 취향 200%에 가까운 연출이 대부분이다. 가끔씩 팝송을 부를 때도 있지만
그녀의 팝 소화력은 필리핀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시티 누르할리자의 팬이 된 이유는 그녀만이 가진 깔끔하고 파워풀한
가창력 때문이다. 정확한 피치와 청량한 음색, 그리고 그에 걸맞는 완급 있는
호흡으로 그녀는 누구도 좇아올 수 없는 완성도 있는 보컬을 선보인다.
그래서 다소 익숙하지 않은 무슬림 스타일의 노래도 귀에 잘 들어온다.
첨부한 음악은 그녀의 2007년 앨범 <Hadiah Daripada Hati>에 실린 Biarkan 이란
곡이다. 수록곡 중 거의 유일하게 서구식 스타일의 노래;;; 사실 이곡 때문에 앨범을
구한 건데 이 노래 빼고는 좀 안습 ㅠ.ㅠ 시티의 전작들도 거의 이런 식으로 낚였다는;;
앞으로도 동남아 음악은 꾸준하게 트렌드를 읽어나갈 생각이다. 현재 한국에는
동남아 음악씬이 거의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시아 음악 씬은 점차 통합되고
있는 추세다. SM같은 대형 기획사들은 벌써 수 년 전부터 MIDEM같은 음원
마켓에서 제 3세계(유럽, 아시아 등등)의 잘 안알려진 음악을 싸게 사와서
가사랑 편곡만 바꿔 히트친 사례가 많다. 동남아 음악들도 숨겨진 금싸래들이
하도 많아서 앞으로 이쪽 계통의 음악 전문가 수요도 분명 생기리라 본다.
하여튼 여행 다니다 보면 관심 분야가 점점 오덕후로 흘러가네..젠장.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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