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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

일하지 않아도 벌리는 자동화 수익의 시조새(?), 전자책 출판에 대한 이야기

by nonie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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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를 만드는 글쓰기' 수업을 온라인 과정으로 준비하면서, 그리고 최근 강의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최근의 성인 강의 시장을 읽어 내려가면서 눈에 띈 개념이 있다. '수동 소득', 혹은 '자동화 수익'이다. 기존의 근로 소득은 9 to 6로 일을 해서 버는, 시간과 돈을 바꾸는 한정된 소득이다. 반면 자동화 수익은 한번 작업만 해놓으면 자동으로 돈이 벌리는 구조를 만들자는 게 핵심 개념이다. 그래서 디지털 파일 판매(각종 템플릿, PDF 파일 등)나 스마트 스토어 등에 많은 직장인들이 관심을 갖는 듯 하다. 


특히 '전자책'은 출판사 등록과 사업자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고 매번 ISBN도 받아야 하니 진입장벽이 높다. 그래서 좀더 간편하게 재능 마켓(크몽, 탈잉 등)에서 거래하는 PDF 판매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예전부터 있던 '해피캠퍼스' 리포트 판매의 연장선 같다. 단지 그 대상이 대학생을 넘어 직장인까지 넓어졌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일 뿐.


물론 콘텐츠 생산을 통해 이런 수익을 추가로 만들어내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길고, 업은 단지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 '자기 실현'의 영역으로 향한다. 산발적인 아이디어를 문서 비용만 받고 용돈벌이만 할 것인지,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기획해 정식 유통되는 콘텐츠(책)로 내놓고 자신만의 회사와 브랜드를 가질 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여기서 잠시 내 이야기. 






ibooks author 현재 광고 이미지. 코로나 시국답게 면역력을 설명하는 페이지로 바뀌어 있다.ㅎㅎ




퇴사한 백수, 출판사 대표님이 되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1년, 퇴사하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방황하던 때였다. 다시 입사하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가 너무 뻔하게 그려졌고, 독립하기엔 가진 '무기'가 너무 없었다. 사회생활 5년차에게 남은 건 빈약한 통장과 어중간한 커리어, 여행 블로그인 이곳 뿐이었다. 난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닌 회사 홍보 일을 했기에, 외주 프리랜서로 일감을 얻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 때 우연히 접한 뉴스 하나가, 이후 30대의 내 삶을 통째로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된다. 


퇴사 후 출판사와 계약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월간지 기자였던 나는 단행본 출판 프로세스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당시 막 나왔던 전자책의 표준 형태인 '이펍(epub)'으로 책을 만들어 직접 팔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2011년 7월 구청에서 발급해준 '히치하이커'의 출판사 등록증을 받아들자, 순식간에 나는 백수에서 출판사 대표님이 되었다. 첫 전자책 '히치하이커 싱가포르'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런데 2012년 1월에 애플이 아이북스 오서(ibooks author)라는 전자책 에디터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출시 당일에 알게 됐다.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복잡한 디자인이 불가능한 이펍에 비해, PDF로 나오는 아이북스 오서는 인디자인을 모르는 나도 디자인을 직접 할 수 있을만큼 직관적이고 결과물도 아름다웠다. 이펍으로 냈던 책을 동생과 함께 작업해, 아이북스 오서가 출시된 지 20여 일만에 책 한 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누구보다 빨리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고할 정보가 너무 없었다ㅠㅠ)



당시의 '삽질' 제작기는 여기.


2011/07/28 - 전자책(E-book)의 제작부터 아이튠즈 스토어 등록까지, 지난 20일의 기록


2011/07/27 - 국내 최초의 전자책 여행 가이드북, '히치하이커 싱가포르' 출간!


2012/02/06 - iBooks Author로 새단장한 아이패드 여행 가이드북 '히치하이커 싱가포르'






아이패드 전용 도서로 만든, '히치하이커 싱가포르' 아이튠즈 버전.



한국 아이튠즈 스토어에는 책을 등록할 수 없어, 복잡한 절차를 거쳐 US 스토어에 책을 등록했다. 한국어 여행서로서는 이 책이 오서로 만들어진 최초의 책이었다. 하지만 '전자책'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인데다 해외 입점이라, 당연히 판매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야심차게 사업자에 출판사까지 내고 인터넷 서점, 아이튠즈, 카카오 페이지 등 여러 플랫폼에 책을 걸어 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여행 분야 전자책 시장이 분명히 커질 것만 같은데, 당시에는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진짜 출판 사업을 하는 현장에 가서 이 시장을 배우기로 했다. 단행본 시장 Top 5에 드는 대형 출판사의 전자책 사업부에 입사해 마케터로 일했다. 역시나 전자책 시장은 큰 회사에게도 힘든 시장이었고, 결국 부서가 사라지는 바람에 반 년만에 단행본 팀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오히려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며 출판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결국 2013년부터는 전자책 시장이 그야말로 급성장하게 된다.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 등이 연이어 론칭하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또한 온라인 서점의 시대가 도래했다. 현재 교보문고의 오프라인:온라인의 매출 비율은 5:5 정도로 몇 년째 유지되고 있다.  






2020년 3월, 오랜만에 낸 신간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 1'. 팟캐스트 방송을 묶어 출간했다.




나의 브랜드가 된 출판사, 그리고 현재

꼬꼬마 시절에 멋모르고 만든 나의 출판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2011년 창업 후 지금까지 온라인 서점에 유통한 전자책은 10여 년간 달랑 7권이다. 한 해에 100여 권씩 출판하는 이북 저자도 많은데, 1년에 1권도 제대로 못했으니 참 게으른 사장 되시겠다. 하지만 내가 직장에서 돈을 벌거나 강사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 간헐적 콘텐츠의 산물은 꾸준히 작은 돈을 벌어다 주었다. 심지어 책 가격은 권당 3900원, 여기서 받는 순익은 50%밖에 안된다. 이게 돈이 되나 싶겠지만 단행본 선인세인 1백만원 수준의 돈은 매년 자동으로(?) 모여 있더라. 내가 출판사랑 매년 계약해서 1쇄씩 팔아야 벌 돈이, 일년 내내 잊고 있는 사이에 저절로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다해봐야 강의 한번 하고 받는 돈도 안되니 '전자책 팔아 돈 벌었다'고 하긴 민망하다. 


대신에 나의 출판 브랜드는 수 억을 들여도 살 수 없는 가치를 가져다줬다. 바로 '브랜드'다. 백수 시절에 만들어둔 출판사 덕에, 직업의 독립을 이룬 지금은 이 회사를 내 힘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기회가 생겼다. 특히 나처럼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체에 강의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타이틀이 몸값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회사를 미리 만든 덕분에, 나는 나를 설명할 '소속'을 갖게 됐다. 지금 운영하는 팟캐스트도, 강사 프로필도, 강의도, 모두 내 회사를 중심으로 세팅한다. 단순히 싱가포르 가이드북 한 권을 내려고 만든 회사가, 지금은 '나를 설명하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요즘 나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애플 아이북스 오서보다도 먼저 탄생한 아마존의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이 주인공이다. 물론 당시에도 아마존이 셀프 퍼블리싱의 시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마존의 진입 장벽은 이북 퍼블리싱의 끝판왕이다. 일단 아마존 셀러와 동일하게 사업자 준비를 해야되고, 게다가 한국 마켓에는 열려있지 않은 서비스다. 그러니까 '영어 출판'할 게 아니면 아직은 의미없는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8~9년 전 출판을 모를 때는 이 장벽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는데, 이제 판매할 아이템과 아이디어가 생기다 보니, 슬슬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관련 강의도 준비할 예정이다. 


최소한 자동화 수익에 관심이 있고 자신이 가진 아이템이 '글'과 관련이 있다면? 전자책은 이제 검증된 콘텐츠 시장이자 자동화 수익의 시조새, 콘텐츠와 브랜드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시장이다. 물건 팔듯이 자기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수명이 길지 않고 구매하는 사람도 누가 파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전자책은 앞서 말했듯 진입 장벽이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콘텐츠로 길게 먹고 살고 싶다면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시장이다. 독립성을 가진 콘텐츠 브랜드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도전해 보기를 추천한다. 




혹시 혼자 시작하고 싶지만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의 브랜드가 되는 전자책 출간하기' 온라인 수업 16회차 (2시간 분량)를 제작했다. 전자책 출판사의 브랜드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대해 배우고 싶다면, 아래 과정을 참조하면 된다.


https://www.airklass.com/k/CF7FK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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