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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저서

전자책(E-book)의 제작부터 아이튠즈 스토어 등록까지, 지난 20일의 기록

by nonie 2011.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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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거창하게 전자 출판에 뛰어들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다. 단지 종이책 가이드북의 치명적인 약점을 전자책이 보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특히 나처럼 길치인 여행자는 종이책의 지도나 주소를 보는 것보다 아이폰으로 현재 위치를 검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아이폰과 함께 했던 지난 여행을 돌이켜 보며, 이제는 컨텐츠에 지도가 바로 결합해 전자 가이드북으로 진화할  때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가 여행갈 때 가지고 갈 이북이라 생각하고 한번 만들어봤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전자책(Epub) 시장의 갈 길이 멀어보인다. 지금 전자 출판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나의 시행착오 일기.





1. Branding 
대부분의 전자 출판사들은 브랜딩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무작정 소설이나 컨텐츠를 만들어놓고, 홍보와 마케팅의 어려움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1인 출판 조차도 좋은 브랜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캐치 프레이즈나 이미지는 온라인에서 더 중요하다. 작가의 네임밸류가 높지 않다면 더더욱 그렇다.




디자이너인 동생이 낸 아이디어로 '히치하이커'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단어에서 떠올려지는 여행, 자유, 히피, 노마드(Nomad) 등의 감성이 녹아있고, 정확히 우리가 하려는 일과 맞아 떨어지는 멋진 이미지였다. 하지만 도메인을 등록할 때는 고유 명사라 애를 먹었다. 하는 수 없이 Hitch Hiker의 단어를 조금 비틀어 Hitchhickr로 닷컴을 샀다.


2. Contents / Design 
4월에 다녀온 싱가포르 여행 덕분에 컨텐츠 작업은 순조로웠다. 직접 취재한 정보 외에도 워낙 방대한 현지/일본쪽 최신 자료가 있고, 기자 시절 작성하던 여행 기사와 별 다를 게 없어 원고는 비교적 금방 끝났다. 디자인 회사를 다니며 최근 편집 디자인까지 섭렵한 동생은 인디자인을 사용해 감각적인 디자인을 뽑아냈다. (하지만 유통 단계에서 이 디자인의 대부분을 쓰지 못하게 된다. 자세한 후기는 4번에)



초반에 디자인한 2단 레이아웃. 인디자인으로 깔끔하게 만들어졌다.




3. Company
아무리 간단한 전자책이라도 유료로 유통을 시키려면 정식으로 출판사 등록을 해야 한다. 출판사 신고부터 사업자 등록, ISBN 발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월간 앱에 소개된 훌륭한 메뉴얼 덕택에 순조롭게 끝냈다. 메뉴얼에 보완할 사항은 ISBN 신청할 때 발행 형태를 전자책(E-book)이라고 정확히 입력하지 않으면 번호 발급이 거부된다는 것이다. 부가번호 뒷 5자리도 분류대로 정확히 찾아서 입력해야 한다. 나도 1회 거부되고 다시 신청했다.

이번 책이 싱가포르여서 국내 유통을 위주로 기획했지만, 나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 관심이 있었고 아이튠즈 스토어 등록이 최종 목표여서 EIN을 발급받기로 했다. 우리는 영어에는 지장이 없어서 미국 국세청에 바로 전화해 받아냈다. 인터넷 팩스를 사용하고, 국제전화는 LG070(앞자리는 꼭 002!)으로 저렴하게 해결했다. 이때 미국과의 연결이 그리 원활하지 않은데, 한국 시각으로 저녁에는 전혀 연결이 안되다가 아침 9시에 거니 바로 연결되었다. 참고할 것. 
그러나 정작 아이튠즈 커넥트 승인이 늦게 떨어지는 바람에(1주일 소요) 아이튠즈에는 다소 늦게 출시가 될 듯 하다. 


4. Distribution
문제는 우리가 열심히 만든 컨텐츠를 국내 유통사에 등록할 때 일어났다. 이펍(Epub)의 속성을 모른채 인쇄물 기준으로 디자인을 해놨더니, 정작 이펍으로 변환해 보니 다 깨지고 난리가 아니었다. 특히 2단 레이아웃은 이펍에서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맘에 들지 않았지만 xml 속성을 가진 이펍의 1단 레이아웃 스타일로 모두 변경해야 했다. 인디자인에서 바로 이펍으로 변환하는 것보다 PDF를 이펍으로 변환하는 게 디자인 면에서 나은 결과가 나와서 온갖 변환 프로그램을 다 거친 끝에 Anybizsoft 정품 버전으로 정착했다. 


                               → 1단 레이아웃으로 변환된 이펍 파일. 처음 디자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겨우 원본 디자인을 살린 이펍을 유페이퍼에 등록하려고 보니, 밸류에이션 체크에서 온갖 에러가 뜨는 바람에 결국 전용 저작툴을 사용해 또 다시 전체 디자인을 수정했다. 등록하고 보니 처음 기획했던 쌔끈한 웹진 디자인은 어디 가고 후줄근한 1단 레이아웃...게다가 변환 과정에서 하이퍼링크도 멋대로 깨지고, 사진 정렬도 흐트러지고...암튼 더 이상 우리 힘으로 어떻게 손 쓸 상황이 아니어서 최대한 수정 후 등록했다. 




iBOOKS 어플에서 열어본 히치하이커 싱가포르.





5. Epilogue
맥북이 있고 인디자인을 다룰 수 있었기에 초반에 이펍에 대해 방심했던 것이 문제였다. 아직 자유로운 디자인을 담아낼 수 있는 발전된 이펍 저작툴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특히 한국에는 관련 자료가 너무 부족하고 단순한 텍스트로 이루어진 전자책 밖에 나오지 않아 참고할 만한 대상이 전혀 없었다. 또 영어의 벽 때문인지 아이튠즈에 등록된 한국인의 책도 몇십 권 남짓 뿐이라고 하니, 한국 전자책 시장은 그야말로 아직 열리지도 않은 셈이다. 

다음 목표는 미국의 한 레시피 북처럼 완벽한 2단 레이아웃과 멀티미디어를 탑재한 본격적인 웹진 형태의 전자책을 영문으로 내놓는 것이다. 이렇게 만드려면 결국 코딩(개발)이 필요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라고 본다. 직접 전자 출판을 경험해 보니, 한국 시장은 너무 작아서 소설/문학 분야가 아닌 이상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지 않으면 안된다. 영어 실력, 창의적인 컨텐츠, 디자인 스킬의 3박자 실력이 고루 갖춰진 인재라면 도전해 볼만한 분야다. 어쨌든 내게는 앞으로도 펼쳐볼 꺼리가 많은 흥미진진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히치하이커는 곧 별도의 웹사이트를 오픈한다. 그 전까지 관련 문의는 me 골뱅이 hitchhickr.com으로 메일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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