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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

일과 삶, 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간을 지나며

by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20.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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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을 쓰지 않으니, 메모로도 에버노트로도 일적인 글로도 담지 못하는 생각이 그냥 흘러가 버린다. 가끔은 생각나는 대로 남겨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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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미국에서 온 메일 한 통을 열었다.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에도 소개했던, 랭함 피프스 플레이스 뉴욕 호텔의 홍보 담당자 루이스가 자신의 미디어 리스트에 보낸 메일이었다. 그녀는 요즘 'Armchair Travel'을 많이 하고 있다고 운을 떼며, 전 세계 미디어들의 안부를 물었다. 지금 미국은 엄청나게 힘든 고비를 지나고 있으니, 특히나 루이스같은 여행업계 종사자에게는 요즘처럼 무력감을 느낄 때가 또 있을까 싶다.  







암체어 트래블, 우리 말로는 '방구석 여행' 정도 되겠다. 원래 암체어 트래블은 코로나 이전에는 "방구석에서 하루를 여행처럼 보내는 법"이란 의미에 가까웠는데, 요즘은 이 거대한 여행산업의 유일한 대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여행을 실제로 가지 않고도 전 세계 도시를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은 요즘이다. 파리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힙 파리(hipparis) 팀에서도 파리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즐기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중에는 이미 서비스 중이던 루브르의 온라인 콘텐츠도 있지만, 최근 14곳의 파리 뮤지엄 소장품 15만 점을 온라인으로 공개했다는 새로운 뉴스도 있다. 예전에는 가상 여행, 버추얼 트래블 사례를 볼 때마다 '그냥 여행을 한 번 더 가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가상 여행도 하나의 산업이 되는 시대가 좀더 빨리 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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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려 일이 뜸해져 여유가 생기니, 새로운 고민이 커졌다.


오랫동안 신경도 안쓰고 방치해둔 청약 통장과 이를 둘러싼 일련의 구조, 항상 안내되는 대로만 처리해서 기본적인 작성법도 몰랐던 세금계산서의 디테일, 건강보험의 희한한 지역가입자 소득 측정 방식 등, 지난 몇 년간 일만 하다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시스템'을 하나하나 마주하고 관련 기관을 들락거릴수록 강의가 줄어든 것도 체감못할 만큼 머리가 복잡한 요즘이다. '모두가 하기 싫은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 회사의 대표가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1인 기업가에게 그건 책임감을 넘어 기본으로 탑재해야만 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걸 요새 뼈저리게 느낀다. 


물론, 요새 낑낑대는 모든 것들은 1인 기업가나 프리랜서라면 무조건 거쳐가는 절차이고, 이런 분야에 빠삭한 이들에게는 유치원 급에 해당하는 기초중의 기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기초를 최근 한꺼번에 마주하게 되어 심적으로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시점과 소득과 나이가 되면, 시스템은 손짓한다. 다음 미션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고. 그 때가 닥쳐서 모든걸 '벼락치기' 하려니 힘든 게 당연하다. 


그래서 '시스템을 벗어나 자유롭게 일한다'고 생각한다는 건 거대한 착각이다. 절대로 그건 가능하지 않다. 시스템을 벗어나면 그 일 자체를 영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월급을 지급받던 시절에는 전혀 몰라도 되는 일이, 혼자 세상에 나와서 일을 시작하는 순간 '모르면 나만 바보되는' 일로 바뀔 뿐이다. 그러니까 직장이 시스템의 완충 울타리 역할을 한다면, 울타리 밖으로 나오면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하나를 대표인 자기 자신이 각개격파로 알아가거나 전문가의 힘을 돈주고 사야 한다. 이제 막 직장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이들에게, 그 바깥에 기다리고 있는 '험지의 디테일'을 친절히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어느 정도 삶을 둘러싼 복잡한(그러나 필수인) 일들이 정리되고 나면, 이 하나하나의 과정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잘 기록해두고 공유하려고 한다. 


어쨌든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업의 구조를 다시 세팅하는 사람들은 크게 늘어날 거라고 본다. 재택을 하다가 새로운 수익 파이프를 몇 개 더 만들면서 가능성을 보는 사람들도 있겠고, 아예 산업구조 자체가 크게 바뀌어서 더 이상 이전의 업에 종사하지 못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프리랜서의 일과 삶을 다루는 팟캐스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에서 인상적인 얘기를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좀더 좋은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안했을 지도 모른다. 내가 그걸 포기해서 가질 수 있는게 크니까.(안정성) 요즘 시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서 가질 수 있는게 너무 작다. 그렇기 때문에 저걸 갖느니, 차라리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라는 말이다. 이 구절이 담긴 책이 곧 출간된다고 들었는데, 올 한해에 프리랜서, 특히 콘텐츠 자영업자로 독립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책과 콘텐츠도 이전과는 다른 시각과 방향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 몇년사이 디지털 노마드라는 개념이 인기를 끌면서 '시간과 장소의 자유'에만 많은 초점이 맞춰 졌는데, '내가 나에게 월급을 준다'와 같은 독립 직업의 운용 방법에 대해서는 어떤 이슈나 화두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안정성'과 '직장'이 동일어가 되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할 것은 '발리의 어느 코워킹이 좋다더라', '유럽의 어느 도시가 한달살기에 좋다더라'보다 훨씬 방대하고 훨씬 '짜증나는' 일 투성이다. 이제는 좀더 현실적인 '새로운 업의 구조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논해야 할 시점이 코앞에 다가왔다. 조금 먼저 하려니, 조금은 외롭고 불안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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