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티 초이스에 가끔 등장.구독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빠르게 늘고 있다.




"강사님! 방송 잘 듣고 있어요!"


작년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한 지자체 학습관에서 여행 강의를 잘 마치고 정리하고 있는데, 한 수강생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방송 잘 듣고 있다'는 인사말에, '아, 혹시 팟캐스트 들으세요?'라고 재차 물었다. 


당시엔 시작한 지 두 달을 겨우 넘긴 방송인데, 강의장에서 청취자를 만날 거라는 기대는 미처 못했다. 게다가 다수의 대중을 위한 가벼운 여행 팁이나 추천 여행지를 다루는 게 아니라 '글로벌 여행 트렌드'라는 업계 주제를 다루는 방송이다 보니 대중 강의를 하면서 애청자를 만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이 날 이후로 종종 '방송 잘 듣고 있어요'라는 인사를 건네받는 강사가 되었다. 그래서 지난 5개월간 방송을 하며 경험한 세 가지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독자와의 거리감을 좁힌다는 것

13년간 블로그를 하며 세 권의 책을 계약했고 6년간 강의를 했으니, 나름 말과 글로 먹고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나 '인스타 잘 보고 있어요'와 같은 지금까지 받아온 인사와, '방송 잘 듣고 있어요'라는 인사는 어쩐지 다른 맥락으로 다가온다. 


블로그나 SNS는 독자가 그저 먼 발치에서 정보를 얻거나 필자의 행보를 관찰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팟캐스트를 듣고 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르다. 내 목소리에 이미 '친숙해진' 이들이기 때문에 거리감이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스스럼없이 다가와 인사를 먼저 건네는 고마운 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운영 중인 팟캐스트는 대중 인지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닌데도, 고정적인 청취자 층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간혹 기관이나 업계 관계자로부터 팟캐스트를 통해 연락이 오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발행하는 무료 뉴스레터와 동시 구독을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내 이야기에 '누가' 귀 기울이는 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만들 콘텐츠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청취자에게도,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니즈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팟캐스트는 '글'과는 다른 효과를 가진 채널이다.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

지난 2019년 10월에 시작한 방송은 어느덧 5개월이 흘렀고, 나는 해외 출장 중에도 마이크를 여행가방에 넣어 가서 현지에서 방송을 했다. 아직까지는 다행히 단 한 주도 결방을 하지 않았다. 사실 이건 청취자와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었다.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하는 걸로 컨셉을 잡고 나니, 방송을 거르는 게 굉장히 찝찝하게 느껴졌다. 일단 방송 패턴을 습관으로 정착시키고 나니, 별다른 일이 없을 땐 목요일 송출을 위해 화요일 밤에 마이크를 잡는 게 어렵지 않게 됐다. 


이러한 패턴을 현재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과 비교해 보면, 더욱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물론 팟캐스트는 고작 15분 가량의 방송이고 오디오 편집은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영상 편집에 드는 엄청난 노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유튜브는 아직 몇 요일에 업데이트를 할 지 약속하지 않았고, 채널 테마도 아직까지 뾰족하게 좁히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업데이트도 불규칙하고 타겟도 명확하지 못하다. 반면 팟캐스트는 매우 좁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대신, 최소한 이걸 듣겠다고 작정한 이들에게는 뭔가 의미있는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하기 싫은 기분이 들지 않도록 녹음의 프로세스를 매우 단출하게 유지한다. 원고를 반드시 사전에 작성해서 녹음을 한 번에 끝내고 편집을 최소화하여 운영한다. 


이렇게 5개월이 지나고 나니 지금까지의 팟캐스트 방송분은 총 22회가 누적되었고, 같은 기간 유튜브 업데이트는 고작 6건에 그쳤다. 이것은 단지 습관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뿐만이 아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습관을 '구조화'한 것이 결과물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도 보여준다. 유튜브도 팟캐스트 운영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 프로세스를 좀더 효율적으로 다듬어 가려고 한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

강사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로 돈을 버는 직업이다. 한마디로 강사가 전달하는 지식은 '돈을 낼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환골탈태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 보니, 몇 년 이 일을 하다 보면 멘붕이 오는 강사들도 많다. 아니, 멘붕이 오기도 전에 이미 업계에서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를 정도로,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특히나 기업 강의로 넘어 오면서, 좀더 일이 잘 되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음(next)'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지금 잘되는 것은, 곧 잘 안된다. 반드시 지금을 유지하면서 다음을 준비해야만 온전히 독립적인 직업인으로서 생존할 수 있다.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가 세상에 나온 2018년, 이미 나의 관심사는 호텔을 넘어 여행업계 전체로 넘어가 있었다. 부지런히 출장 다니며 모은 정보와 인사이트가 쌓이고 쌓여서 이번 책의 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트렌드'라는 건 계속 변화한다. 책으로 완결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고, 이를 방송으로 매주 업데이트하면 엄청난 공부가 되겠구나 싶었다. 실제로 습관적으로 매주 업계 뉴스를 서치하다 보니, 방송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업계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신기하게도, 어느 시점부터는 단순히 여행법을 가르치는 임직원 교육이나 강의보다, '여행 트렌드' 강의 요청이 적잖게 오면서 출강처와 업무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다. 직업적으로 성장하고 진화하기 위해 만든 방송이니, 그 목적으로는 거의 200%, 아니 300% 성공한 셈이다. 


곁다리로 얘기하자면, 플랫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 팟캐스트는 국내 1위 업체인 팟빵을 빼고 후발 주자인 팟티와 오디오 클립, 아이튠즈만 업로드한다.(팟빵의 폐쇄적인 운영 정책, 외부 RSS 불가능) 이 과정에서 느낀 건, 결국 사람들은 콘텐츠를 보고 찾아온다. 들어야 할 사람들은 듣는다. 그런데 아직도, '선생님, 브런치가 나아요, 다른 블로그가 나아요?'같은 질문을 하는 이들이 정말 많다. 요즘 세상에 이 질문이 무의미한 게, 제대로 된 콘텐츠가 있는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플랫폼을 '활용'해서 자신의 콘텐츠를 중심에 세운다. 플랫폼 발을 받아야 할 만큼 콘텐츠에 자신이 없거나, 독자 타겟이 명확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콘텐츠가 변변찮은데 플랫폼부터 고민하는 건 무의미하다. 콘텐츠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갖추는 게 플랫폼 선택보다 백만배는 더, 중요하다.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다시 한번 그 사실을 절감한다.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 


팟티 https://www.podty.me/cast/200501

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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