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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독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잡지 - Off(한국), Frankie(호주), Spoon(일본)

by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10. 3. 24.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잡지들이 있다. 이제 겨우 세상에 4권을 내놓은 여행 잡지 오프(Off), 2009년 서호주 여행 때 우연히 발견한 보물같은 컬쳐 매거진 프랭키(Frankie), 얼마전 일본 오사카에서 만난 자카(핸드메이드) 잡지 스푼(Spoon)이 그것이다. 각자 다른 문화를 가진 세 대륙의 '슬로우' 코드가 묘하게 일치할 때마다 그저 신기한, 세 잡지와의 짧은 휴식은 요즘같은 바쁜 일상에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다.





오프 Off 2010.3 - 10점
엠에이피 엮음/엠에이피(MAP)(월간지)



드디어 한국에도 '엣지있는' 여행 잡지가 나오다, Off
언젠가 국내 여행 매체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도 한 적 있지만, 지금껏 내 맘에 드는 여행 잡지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만나보지 못했다. 가이드북 식으로 정보만 나열하거나, 럭셔리한 화보만 남발하는 방관자적 에세이는 여행을 많이 맞닥뜨린 내게 큰 자극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막 통권 4호를 내놓은 신생 잡지가 한국 여행잡지의 편견을 한 큐에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아마추어 여행기가 남발하는 검색결과와 맞먹을 수 있는 진정한 컨텐츠의 힘을 보여주는 잡지 Off는 "제대로 잘 쓴 기사, 백개 포스트 부럽지 않다"를 몸소 보여준다. 

오프는 한 번에 한 여행지만 집중 공략한다. 취재 지역에서 2주 가까운 장기 체류를 하면서 여행지의 테마를 색다른 시각으로 뽑아내어 각각의 꼭지로 풀어낸다. 꼭지를 잡아내는 센스도 말할 것 없지만, 지난 2월호(리장)에 이어 3월호(발리)에서 박찬용 에디터가 커버하는 발군의 글솜씨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냥 읽는 내내 딱 이 생각만 든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나를 반성하게 하고, 내 여행을 반성하게 하고, 내 블로그를 반성하게 하는 무서운 잡지. 그러나 정기구독은 하지 않으련다. 꼭 이런 양질의 잡지들은 광고가 적고, 광고가 적으면 언제까지 발행이 될지 불안해;;;. 하지만 꼭 롱런해줬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해주는 그날까지 든든한 독자 겸 서포터가 될 생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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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문화적 감성이 빛나는 호주의 잡지, 프랭키
서호주 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퍼스 공항, 호주 달러가 한 20불 쯤 남아 있었다. 뭘 살까 고민하다 서점으로 향해 소박해보이는 잡지 한 권을 집어 들었다. 9불이니 11불짜리 월페이퍼(Wallpaper)랑 두 권 사면 되겠군. 그렇게 별 기대 없이 비행기 안에서 펼쳐든 잡지는 단숨에 내 맘을 사로잡았다. creative한 레이아웃과 아기자기한 인터뷰, 통통 튀는 감성이 가득한 화보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호주의 디자인 인더스트리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두 달에 한 권씩 나오는 계간지 프랭키는 호주의 언더그라운드 디자이너 및 핸드 크래프트 숍 등을 소개하고 발굴하는 잡지다. 잡지의 높은 퀄리티 만큼이나 골수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호주의 디자인 교육 기관이나 소호 숍들과도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형성해 더욱 풍성한 컨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온라인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보기 드문 오프라인 잡지다. 프랭키의 블로그에 방문하면 그들이 추구하는 독특한 감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독자들을 위한 세심한 이벤트도 늘 대기하고 있다. 사실 호주에서 직접 사온 2009년 1/2월호 한 권 외에는 도저히 국내에서 구할 길이 없어 애가 탔는데, 어둠의 경로;;로 PDF를 구해 아이폰으로 틈틈히 보는 재미가 요즘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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別冊spoon.「秋の森ガ-ル」 (カドカワムック 別冊spoon.) (ムック) - 10점
/角川書店(角川グル-プパブリッシング)


호주에 프랭키가 있다면, 일본엔 스푼이 있다!
일본의 잡지 시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방대하다. 오사카의 디자인 서점 스탠다드 북스토어에서 수없이 많은 잡지 무더기 중에 건져낸 자카 잡지 스푼. 표지에서부터 저절로 떠올려지는 '내추럴' '핸드메이드'의 키워드가 일본식으로 독특하게 녹아 있는 잡지다. 처음 볼 때부터 프랭키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똑같은 패션과 잡화, 문화 전반을 다루고 있고 수공예나 소규모 숍에 애정을 가지는 점에서 두 잡지는 신기하게도 비슷하다.

스푼은 매월 독특한 소녀 감성의 패션 화보를 연재한다. 모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서양 모델부터 '아오이 유우'(스푼에 몇 차례나 화보 모델로 등장했다)까지 다양한데, 소위 '모리갸르(mori-girl, 숲 소녀)'로 통칭하는 캐릭터를 기본으로 한 자연주의 패션을 제안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한 일본 및 해외 여행 컨텐츠가 가끔 소개되는데, 깜짝 놀랄만큼 creative한 접근을 보여주어 큰 참고가 된다. 스푼 역시 오사카에서 특집호(상단 표지)를 구매한 이후로 국내에서는 구입이 어려워서 PDF로 보고 있다. 모든 과월호를 소장하고 싶을 만큼 예쁜 잡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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