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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여행의 로망 - 고선영 지음, 김형호 사진/시공사 |
여행 관련 신간도서를 둘러보다 우연히 제목보다 먼저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저자의 이름 석자였다.이 책의 저자는 나의 여행기자 시절 선배이자 '프라이데이', '트래블러' 등 굴지의 여행 매체에서 수년간 취재기자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소위 '재야의 고수'다. (그럼에도 여행작가라는 호칭은 매우 싫어한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007년 출장지인 보라카이에서였다. 당시 꼬마 기자였던 나보다 까마득한 선배였던 그녀는 걸출한 입담과 인간미 넘치는 특유의 매력으로 모든 일행을 웃음바다로 초토화시켰던 멋진 분이었다. 왜 이제서야 첫 번째 책을 냈는지, 그리고 전 세계를 누비며 유명하다는 여행지는 다 섭렵했을텐데 하필이면 '대한민국의 소도시', 그것도 오래되고 낡은 마을만 다니면서 책을 썼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운좋게도 이 책 덕분에 몇 년만에 연락이 닿아 저자의 친필싸인이 담긴 따끈따끈한 책을 품에 안았고,지난 주말 내내 '소도시 여행의 로망'의 단꿈에 푹 빠져 보냈다.
사실 이 책의 헤드라인인 '대한민국 빈티지'는 전체적인 내용보다는 좀더 범위가 넓은 것 같고,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꼽을 수 있겠다. 먼저 전국 팔도의 숨겨진 '식도락' 즐기기, 그리고 오래된 도시를 아직도 오롯이 지키고 있는 어르신들의 걸쭉한 입담에 얹혀진 옛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사실 한국의 식도락 관련 여행기는 참 많다. 하지만 대부분 매체에 잘 알려진 소위 TV맛집 리스트를 나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소도시 여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숨겨진 맛집과 우연히 발견한 동네 식당들 얘기가 더 많다.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천천히 걸으며 오래된 도시의 느릿함을 만끽하는 여행,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푸짐한 한상을 받아들며 행복해 하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더없는 가이드가 되어준다. 맛집 뿐 아니라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숙소 정보도 깨알같다.
오랜 취재 경험을 쌓은 그녀가 아니면 풀어놓을 수 없는 보통 어르신들의 사람냄새나는 보통 이야기들, 맛깔스런 사투리 하나하나를 그대로 살려낸 대화들은 자칫 정보성 위주로 치우칠 수 있는 기행문에 양념같은 역할을 더해준다. 이런게 과연 내공이구나 싶다. 게다가 포토그래퍼 김형호(저자의 남편이기도 하다)의 감각 넘치는 사진들은 그녀의 따뜻한 글과 잘 어우러져 '같은 시선'으로 책을 풀어 나간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저자는 여행 중에 사진을 어떻게 찍으라고 주문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게 천생연분이라는 것인가,...ㅜ (단 사진 크기가 작은게 많아서 편집 디자인이 자못 아쉽기는 했다)
얼마전 저자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 한마디 했다. "선배님, 프로필 너무 겸손하게 쓰신거 아닙니까? 다른 사람들은 꼴랑 며칠 다녀와서 여행 작가네 뭐네 갖다붙이고 프로필도 대부분 과장하는데, 고작 '주부 한량' 이 뭐에요"라고. 하지만 화려한 수사의 추천사나 프로필이 굳이 필요없는 이유를, 책을 읽어보면 알수 있다. 얼마 후 책 속에서도 홀딱 반한게 느껴지는 제주로 터를 옮긴다는 그녀는 불필요한 욕심은 버리고 삶을 행복하게 꾸려가라는 메시지를 내게 던지는 듯 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작은 것에서 큰 행복을 찾는 방법을, 가슴 따뜻하게 알려준다. 책 앞장에 사인과 함께 남겨 주신 "매일매일 그냥, 행복하길"이라는 문구와 함께, 오래도록 내 여행의 지침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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