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주 호텔여행 3. 동문 일대, 천천히 산책하기

나의 여행방식은 언제나 호텔을 먼저 정하고, 그 주변을 샅샅이 돌아보는 식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숙소를 다양한 지역에 정해서 여행 동선을 만들곤 한다. 제주 동쪽 끝에 있는 휘닉스 제주 취재를 위해 떠났던 제주 여행은, 다음 날 숙박을 베드라디오 동문으로 정하면서 새로운 장소에서 제주 여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숙소 소개는 다음 포스팅에 따로 하고, 오늘은 동문 일대의 숍과 카페, 갤러리를 가볍게 돌아본 이야기를 풀어본다. 









조금 특별한 올리브영, 콘텐츠의 중요성

베드라디오 동문은 체크인 시간 전에는 칼같이 체크인을 해주지 않아서, 숙소 락커에 짐을 넣어두고 근처 탑동으로 향했다. 이 일대는 제주의 구시가지에 해당하는 지역이라 완전히 도시화된 지역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나의 첫번째 행선지는 조금 엉뚱한, 올리브영이다. 전국에서 가장 흔한 드럭스토어를 왜 굳이 제주까지 와서 갔냐면, 올리브영 탑동점이 조금 특별하게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 탑동점은 제주 여행 매거진 iiin을 발행하는 '재주상회'가 콜라보한 매장이다. 내가 이번에 다녀간 호텔 3곳 중에 휘닉스를 제외한 플레이스 제주와 베드 라디오 동문은 모두 객실에 이 잡지를 비치하고 있다. 로컬 매거진도 제대로 만든다면 콘텐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iiin은 스스로 증명해 냈다. 올리브영 탑동 매장에서는 제주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일러스트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고, 이제는 구하기 힘든 iiin 과월호를 구매할 수도 있다. 또 제주를 테마로 한, 다양한 굿즈를 쇼핑할 수도 있다.


재주상회 대표인 고선영 선배님과 예~~전에, 홍대에서 마지막으로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남편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갈 거라고 하셨다. 여행기자 초짜 시절에 보라카이 출장에서 만난, 호쾌한 성격의 베테랑 기자 선배가 제주도로 완전히 거주지를 바꾼다는 소식은 무척 신선하고 놀라웠다. 하던 일이 일인지라 거기서도 잡지를 만드신다는 소식에 '역시'라는 생각을 했는데, 수 년이 흐른 지금 이 매거진은 제주의 콘텐츠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예전에 선배님이 쓰셨던 책을 리뷰했던 나의 포스팅은 여기. 이 서평은 나에게도 특별하다. 이 서평을 읽고 연락해 온 출판사를 통해, 나의 첫번째 책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캬. 인생 참. 


2010/11/23 - 대한민국의 오래된 풍경을 담은 따뜻한 책, '소도시 여행의 로망'


2012/01/11 - 제주 여행에서 유용했던 추천 가이드북, '제주여행의 달인'









카페와 숍, 책방 사이

이 일대를 걷다 보면, 눈길을 끄는 멋진 숍들을 종종 마주친다. 올리브영 탑동점 바로 옆에 있는 abc 베이커리 카페도 아주 세련되면서 빈티지한 모습이고, 많은 이들이 빵집에 들어서는걸 보니 인기도 많은 모양이다. 저녁 약속이 있어 아쉽지만 맛을 보지 못했다. 탑동에 온다면 올리브영 잠깐 들렀다가 여기 와서 커피에 빵을 즐기는 코스도 좋을 듯 하다. 


더 아일랜더는 제주를 테마로 한 다양한 아트 상품을 파는 셀렉트숍 인듯 한데, 이 숍은 베드라디오 동문이 위치한 산지천 쪽에 있어서 산지천을 산책하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들려볼 만 하다. 커피도 판다. 









저질 체력은 제주에서도 예외가 아닌지라, 숙소 벗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데 탑동 대로변에 커다란 '버터' 매장이 눈에 띄어서 무심코 들어보고 깜짝 놀랐다. 버터 매장 1층 전체가 베이커리 카페인데, 2층으로 이어지는 한쪽 벽면을 누울 수 있는 계단식 좌석으로 꾸며 놓았다. 널부러져 있는 젊은이들을 보니 뭔가 부러운데?? 요즘 친구들의 취향을 완벽히 충족시킬 수 있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2층은 버터 매장일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절반 정도의 넓이가 북카페 겸 서점으로 꾸며져 있었다. 덕분에 잘 셀렉된 책들 사이에서 제주에 대한 이야기도 좀더 읽으며 쉬어갈 수 있었다. 딱, 내가 원했던 제주에서의 편안한 시간. 











아트 산책 @ 산지천 갤러리

슬슬 체크인 시간도 넘었겠다, 해지기 전에 숙소 내부 촬영도 해야 하니 슬슬 산지천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숙소 바로 근처에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커다란 갤러리 건물에서 발길이 멈춘다. 그저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직원이 편안하게 맞아 주시며 무료 관람이라고 안내해 주신다. 2,3층이 모두 전시장인데 크지는 않아서 금새 돌아볼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이 제주를 주제로 구현한 예술의 세계는 때로 모호하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설치 미술이 많아서 좋았다. 또 3층 한 켠에는 한 평생을 한국의 민속문화와 굿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온, 제주 출신의 김수남 사진가 전시도 열리고 있었다. 특히 지역색이 강한 제주의 굿과 해녀 문화를 수 십년에 걸쳐 담아온 사진가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이 작가의 삶이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두 곳이 섭지코지의 유민 미술관, 그리고 산지천 갤러리였다. 다음에는 산지천 맞은 편의 아라리오 갤러리와 성산의 '빛의 벙커' 등, 이번에 놓쳐서 아쉬웠던 제주의 멋진 미술관을 돌아보는 여행을 벌써부터 머릿 속에 계획하는 나를 발견..








흑돼지족발과 딱새우 테이크아웃 @ 동문시장

제주로 이주한 제주댁과 만나 동문시장으로 향했다. 역시 현지인은 이 엄청난 인파로 가득한 동문시장에서도 단골집을 딱딱 찾아내 포장을 하더라는. 평소 자주 사먹는다는 족발집에서 족발을 사고, 1월에 한참 제철이었던 딱새우를 샀다. 해산물은 만원씩 포장해서 파는 곳이 워낙 많으니, 신선해 보이는 곳에서 사면 될 듯. 야시장 음식은 너무 줄이 길어서 감히 살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포장해온 먹거리들과 함께 오랜만의 회포를 풀며 저녁을 마무리했다. 족발은 처음 먹어보는 미니 족발인데 작아서 먹기 편하다. 딱새우도 윗 부분을 까서 손질한 후 포장 판매하는 거라서 역시 먹기 좋다. 제주에 자주 오는 이들에게는 특별하지 않은 아이템들이겠지만, 나는 사실상 제주시는 처음으로 오는 거라 동문시장 구경부터 너무 좋았다. 









동문시장에서 걸어서 7~8분 밖에 걸리지 않는, 산지천을 따라 쭉 들어오면 끄트머리에 있는 빨간 색 건물 '베드라디오 동문'이 이번에 내가 머문 숙소다. 장단점이 매우 뚜렷한 숙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할 말도 많으니 다음 포스팅에 좀더 자세히 소개해 보기로. :)  베드라디오 동문 객실별 가격 자세히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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