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호텔여행 1. 서점을 닮은 소형 호텔, 위트 아트 유스(Wheat Art Youth)

상하이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만 움직이면, 상하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대도시, 항저우가 있다. 한 4~5년 전부터 항저우의 호텔 신이 심상치 않음을 발견하고 호텔 위시리스트만 늘려 오다가, 이번엔 도저히 미룰 수 없어 3박 4일의 짧은 여정을 마련했다. 3박이 왜 짧냐면, 그만큼 묵어봐야 할 호텔이 많기 때문이다. 추리고 추려 어렵게 고른 3곳 중, 항저우의 도심과 가장 가까운 위트 아트 유스 호텔부터 소개한다. 아울러 상하이에서 항저우 기차로 가는 법도 함께 정리했다.  









체크인 & 호텔 로비

세계적인 디자인 매거진 <월페이퍼>가 이 호텔을 다룬 게 2016년이니, 이 호텔의 존재를 알게 된 지도 횟수로 4년이 흘렀다. 멀지도 않은 중국 항저우 한번 오는 데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이야. 그만큼 중국 자유여행은 여행을 어느 정도 해본 내게도 심리적 장벽이 높다. 

물론, 중국 여행은 실제로도 어렵다. 늦은 저녁 항저우 기차역에서 디디 택시를 불러 정확한 주소를 입력했지만, 내가 내린 곳은 왠 빌딩 뒷편 주차장이었다. 두 세 채의 빌딩이 합쳐진 기묘한 구조에서, 어디로 올라가야 호텔인지 알 수가 없다. 첫 번째 진입은 일단 실패. 안되겠다 싶어 빌딩 앞으로 나와보니 '서울 프라자'라는 한류 쇼핑몰이 메인 건물이다. 호텔은 쇼핑몰 뒷편의 다른 빌딩 7층이다. 바깥엔 간판도 없고, 빌딩 1층에도 안내 문구가 없다. 실제로 중국에는 이런 호텔이 많다. (이번에 오픈한 상하이 시티즌엠 홍차오도 이런 복잡한 진입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한다) 


간신히 찾아낸 7층 호텔 로비는 사진으로 수없이 봐온 바로 그 장면이지만, 아주 좁고 작았다. 불규칙적인 컷팅으로 특이하게 디자인된 로비의 벽면은 책으로 가득차 있다. 앳되어 보이는 청년 직원들은, 체크인 절차 이외에는 영어를 단 한마디도 못했다. 주변의 편의점을 알려달라는 간단한 부탁에도 번역기를 눌러대며 킬킬대는 그들을 뒤로 하고, 저녁 거리를 사러 나섰다. 다행히 아까 그 빌딩 뒷편은 매우 번화가였고, 큰 마트를 찾아내 맥주 한 캔을 샀다. 아까 헤매면서 봐둔, 서울 프라자 앞 노점에서는 딴삥 비슷한 걸 팔고 있었다. 이제 저녁밥도 마련했으니, 호텔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이다.  


항저우의 위트 아트 유스 호텔 좀더 자세히 보기 (클릭)










1박 밖에 못한데다 시간이 없어 다른 층은 구경하지 못했지만, 내가 머물렀던 7층의 객실 복도에는 이렇게 멋진 아트피스가 곳곳에 무심하게 놓여 있다. 중국 문학의 역사를 담고 있는 도시 항저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기도 했다. 


이 호텔은 중국에서 가장 핫한 서점 체인 '중수거'를 디자인한 엑스리빙(X+Living)의 리 샹(Li Xiang)이 프로듀스한 호텔이다. 상하이 기반의 건축 디자인 회사인 엑스리빙은 서점 외에도 티 숍이나 상점, 호텔까지 다양한 용도의 건축물을 디자인했다. 어차피 중수거는 내일 시내에서 가볼 거지만, 중수거의 정체성을 이어받은 호텔에서 머물 기회는 딱 오늘 밤 1박 뿐이다. 










객실 : 퀸 베드

이 호텔은 객실 등급이 크게 창문 유무로 나뉘기 때문에, 1~2만원 더 주고 창문이 있는 객실을 예약하면 좋다. 어차피 1박에 6~7만원 선의 저렴한 호텔이기 때문에 여행 예산에도 큰 부담이 없다. 특이한 것은 이 호텔의 객실 타입 중에 무려 '텐트'도 있다. 빌딩 옥외에 텐트를 쳐서 객실을 꾸며놓은 듯 한데, 사진 상으로 임팩트가 장난 아니긴 했지만 쌀쌀해져 가는 10월 말에 도저히 텐트는 무리다 싶어 포기했다. 


객실은 입구의 욕실, 그리고 계단 구조로 한 단 아래에 침대가 위치해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든다. 침대 뒷편으로 간접 조명을 배치해서 더 아늑한 느낌이 고조된다. 전반적으로 조명은 섬세하게 잘 배치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침대 바로 머리 맡에 설치된 콘센트는 이제 호텔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다. 잘 때까지 스마트폰을 해야 하는 현대인의 어쩔 수 없는 반응이랄까. 침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맞은 편 벽에는 옷걸이가 설치되어 있고, 질감이 그대로 노출된 파스텔 톤의 벽에는 You allright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다만, 이 호텔이 어느 덧 오픈 4년차라는 점은 감안했어야 했는데, 멀리서 보면 팬시하고 예쁜 객실이지만 자세히 뜯어볼수록 노후의 흔적이 선명했다. 침대 맞은 편 책상과 의자도 너무 낡았고, 침대 옆의 금속 테이블, 구석구석의 청소 상태도 양호한 편은 아니었다. 다만 베딩의 질은 아주 나쁘지는 않았지만 특급 호텔과 비교하면 당연히 떨어진다. 물빠지고 구멍난 침구라던가 객실 구석의 먼지, 객실 내 집기의 관리 안된 상태는 딱 이 가격만큼의 호텔이니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 또 하나, 내가 배정받은 7층은 로비와 붙어있어 밤 늦게까지도 소음이 있다. 잠귀 예민한 이라면 8~10층 배정을 부탁해 보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욕실이다. 객실에서 가장 신경을 쓴 디자인 요소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타 호텔과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전면 통유리창으로 만들어진 욕실이며, 세면대 앞에 블라인드는 설치되어 있으니 필요시 내리면 된다. 호텔의 이름에 담긴 밀(Wheat)이 이 호텔의 시그니처 로고일 정도로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에, 욕실 어메니티도 밀 이삭과 함께 자연주의 느낌으로 디스플레이를 해 놓았다.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1박만 하는 거라 일회용품은 대부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두었지만, 샤워젤이나 샴푸는 써보니 매우 질이 좋아서 남은 것은 가지고 다니면서 잘 썼다. 










조식

6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예약했으니 조식까지 바라면 도둑 심보겠지만, 이 호텔의 객실가격에는 조식이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다. (창문 없는 방만 조식 별도) 그래서 항저우에서 맞는 첫 아침, 기분 좋게 조식당으로 향했다. 밝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조식당은 실내, 그리고 투명 천장이 있는 반야외석이 있어서 원하는 장소에서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야외석이 인기 만점이라, 나는 조금 한가한 실내석을 택했다. 










오. 생각보다 구성이 괜찮다. 평소 좋아하는 죽과 찐빵, 만두가 잔뜩 있고, 함께 먹을 요우티아오(튀긴 도넛)와 심지어 과일 채소류도 제법 있다. 특히 중국에선 옥수수나 고구마가 맛있어서 있으면 꼭 먹는다. 든든한 식재료로 두둑하게 아침을 잘 챙겨 먹었다. 조금 아쉬운 건 커피는 별도로 돈주고 주문해야 하는데, 어차피 시내로 바로 나갈 거여서 커피는 이따 마시기로. 


호텔의 위치는 항저우 시내와 조금 떨어진 '빈장' 지구에 있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장링루'까지 슬슬 걸어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장링루 역으로 걸어가는 넓고 큰 길과 공원이, 절로 아침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었다. 체크아웃은 미리 해놓고, 지하철로 서너 정거장 이동해 항저우의 자랑인 서호를 구경해볼 참이다. 항저우 시내 여행기는 다음 편에 이어 보기로 하고.






항저우의 위트 아트 유스 호텔 객실별 가격 보기 (이미지 클릭)







상하이 홍차오 공항/홍차오 기차역에서 항저우 가는 기차타기

시안에서 바로 항저우 공항으로 갔으면 될 것을, 애초에 항저우 계획이 없었던 터라 고생을 좀 했다.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서 기차역으로 이동한 후, 항저우로 가는 기차를 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국내선인 2터미널에 내렸기 때문에, 공항에서 곧바로 실내 연결된 통로를 걸어서 홍차오 기차역으로 쉽게 갈 수 있었다. 


홍차오 역에서 항저우 역까지 가는 기차는 많다. 중국에서 기차를 타려면 반드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는 게 좋다. 현장 구매는 거의 입석을 타거나 원하는 시간에 못 탈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다. 기차표는 왕복편 모두 트립닷컴에서 한국어로 편리하게 예매했다. (클룩에서도 중국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다. 바로 가기외국인은 트립닷컴이나 클룩에서 기차표 예약을 한 후, 기차역에 가서 여권과 예매번호를 보여주며 티켓 현장 수령을 하면 된다. 이때 외국인은 홍차오 역의 출발층인 2층이 아닌, 1층에서 먼저 표를 받고 올라가야 하니 주의해야 한다. (이를 모르면 2층에서 현지인들과 줄을 서게 된다)


항저우에는 기차역이 2곳이라, 자신의 호텔과 가까운 역을 고르는 게 편하다. 항저우 동역은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고, 시내에서 가까운 역은 '항저우 기차역'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인 여행자들은 동역을 이용하는데, 동역을 오가는 기차의 편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나는 택시비를 절약하기 위해 시내 기차역으로 진입하는 표를 구매했고, 항저우에서 나갈 때는 동역을 이용했다. 규모도 동역이 압도적으로 크고, 안에 맛집도 많다. 장단점이 있는 셈이다. 참, 며칠 전 대한항공은 항저우 직항을 띄우기 시작했으니 이도저도 귀찮을 땐 직항이다. 아, 이 기막힌 나의 여행 타이밍. 



항저우 호텔여행, 본격적으로 시작! :) 



2019/11/06 - Prologue. 시안과 항저우, 상하이에서의 2주 - 일과 여행 사이에서 만난 중국




내 스타일대로 떠나는 최고의 호텔 여행 가이드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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