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2019 중국 3개 도시 호텔여행 - 시안과 항저우, 상하이


매해 최소 1번 이상은 출장을 빌미로 긴 일정의 여행을 떠난다. 2017년엔 핀란드, 2018년엔 하와이가 그런 여행이었다. 물론 올해에는 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많은 경험을 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가장 가고 싶었던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가까운 중국이다. 시안에서 초청장이 날아왔을 때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칠 수 없어, 많은 강의를 포기하고 중국 일정을 짰다. 그리고 그들에게 부탁했다. 돌아가는 비행기는 서울이 아닌 상하이에 내려 달라고. 그렇게 나의 여행은 또 다른 여행으로 이어졌다. 2019년의 중국을 좀더 알고 싶었던 간절한 소망이 드디어 이루어졌던, 지난 2주간의 여행 미리 보기. 










시안 4박 5일 - 세계문화관광 포럼 참석

2017년에 ITB 차이나에 참석한 인연을 계기로, 시안에서 열리는 관광 포럼에 초청을 받았다. 이 행사는 중국의 인바운드 시장, 즉 중국에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자리여서, 난 여행사도 아닌데 일종의 바이어 자격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의외로 시안은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서울 ~ 시안까지는 아시아나 직항으로 3시간도 걸리지 않았고, 막연히 북서쪽의 먼 도시라고 생각했던 시안은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다. 게다가 떠나기 며칠 전,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2는 시안을 다루었다. 나는 백 아재가 먹은 수많은 길거리 간식과 요리명을 에버노트에 저장한 채,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런데 이럴 수가. 4박 5일간 머무른 진장 인터내셔널 호텔은, 막상 와보니 시내와는 엄청 동떨어진 찬바 지구에 위치해 있었다. 포럼 일정 틈틈이 시내에서 로컬 음식을 사냥하려 했던 내 계획은 완전히 틀어진 것이다. 첫날 무모하게 밖에 나갔다가 길만 헤매고 무력하게 돌아오기도 했다. 꼼짝없이 호텔에 갇혀서 컨퍼런스 장과 객실만 오가게 되나 싶었는데.....









행사 담당자인 에스텔은, 나와 만나자마자 케이팝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급격히 친해졌다. 그녀는 저녁에 '프라이빗 푸드 투어'를 조직해 밖에 나갈 거라는 고급 정보를 주었고, 덕분에 전 세계에서 온 바이어들과 함께 시안의 먹거리를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맛볼 수 있었다. 시안의 맛집과 쇼핑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하기로. 


정식 프로그램인 1일 투어에서 본격적으로 시안을 돌아볼 수 있었다. 물론 병마용이 코스에서 빠졌던 점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아마도 이 행사가 2회째라 작년과 겹치지 않는 일정을 짠 듯 했다. 병마용을 못 보았으니 시안은 무조건 다시 가야 하는 여행지로 두기로 했다. 독일에서 온 세계적인 여행 분야 전문가인 벤, 말레이시아에서 호텔 개발사 및 여행사를 소유한 부자 사장 아재들 등등 재미난 분들이 너무 많았다. 뭔가 일이 있을 때마다 수퍼맨처럼 튀어나와서 도움을 준(도움인지 작업인진 모르겠지만), 한국어가 유창한 공무원 청년과도 친구가 되었다. 처음 중국에 올 땐 위챗이 잠겨 있어서 쓸 수조차 없었는데, 시안을 떠날 즈음의 나는 위챗을 카카오보다 더 많이 열어보고 있었다. 








위트유스아트 호텔, 항저우


쉐라톤 시시파크 리조트



항저우 3박 4일 호텔여행

이럴 줄 알았으면 상해 대신 항저우 공항으로 해달라고 할 걸. 어쨌든 항저우 행은 조금 즉흥적으로 정했다. 오래 전부터 너무 가고 싶었는데, 막상 중국이라 겁이 나서 망설였던 것이다. 하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망설임을 이겼고, 그렇게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서 미리 트립닷컴으로 예매해 둔 기차표를 찾아 항저우로 향했다. 


항저우에서는 하루에 한 곳씩 호텔을 옮겼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중수거 서점을 만든 디자이너가 만든 소형 호텔부터, 습지공원에 세워진 거대한 쉐라톤 리조트까지, 그야말로 기가 막힌 호텔여행 코스를 만든 스스로를 칭찬하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항저우 호텔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호텔이었다. 


항저우를 상징하는 '서호용정차'를 테마로 한 독특한 호텔로, 5성급 호텔 저리가라의 완벽한 영어 대응 서비스부터 내가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의 객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게다가 호텔이 위치한 작은 마을의 분위기, 호텔 바로 옆 항저우 보태닉 가든의 엄청난 아름다움, 정갈하게 차려 내오는 저렴하고 푸짐한 아침식사까지. 이 호텔 때문에라도 아마 난 항저우를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항저우는 내게 한 마디로, '찻잎'처럼 푸르른 도시다. 호텔여행 이야기는 모두 블로그와 유튜브에 소개할 예정. 










상하이 5박 6일 - ILTM China & 호텔여행

상하이에서 5박이나 했다는 걸 이제서야 세어보고 알았다. 그만큼 정신없고 바쁜 일정이었다. 상하이에서는 인터내셔널 럭셔리 트래블 마켓에 미디어 컨펌을 받아 두었다. 호텔 아비아와 여러 매체에서 호텔 칼럼니스트로 활발히 활동해온 그간의 이력 덕분에 어렵게 성사된 취재였다. 대신 숙박은 알아서 잡아야 했고, 어차피 지출해야 할 예산이라면 평소 꼭 묵어보고 싶었던 호텔로 정하기로 했다. 마침 ILTM 1일차 칵테일 파티가 열리는 인터컨티넨탈 루이진은 오래 전부터 탐내던 곳이어서, 어렵지 않게 이 곳으로 낙점했다. 그렇게 3일간은 호텔과 상하이 전시센터를 오가는 여정으로 보냈다. 







인터컨티넨탈 루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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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텔을 탐험하는 일도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얼마만에 온 상하이인데! 그래서 이틀 째에는 캐리어를 전시장에 끌고 오는 사태를 불사하면서도 나는 호텔을 옮겼다. 두번째로 옮긴 호텔은 코워킹 스페이스와 호텔, 갤러리 등 여러 기능이 합쳐진 특별한 공간이었다. 이 호텔 또한 너무너무 좋아서, 따로 꼭 소개하려고 한다. 









ILTM 마지막 날, 전 세계 30명의 미디어가 초청된 2시간짜리 점심식사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딱 내 맞은 편만 비어 있었는데, 호텔 그룹의 CEO가 발표를 마치더니 내 앞에 앉는다. 악. 편하게 밥먹기는 틀렸다 싶어서, 평소 궁금한 질문을 몽땅 해버렸다. 30년간 업계에서 일하셨는데 최근의 럭셔리 개념은 변화한다고 보시는지, 이 호텔이 정의하는 럭셔리는 무엇이며 어떤 체험을 제공하며 어떤 전략으로 확장할 것인지..유럽인인 마커스 사장은 수많은 돌발 질문에도 신중하게 답해 주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던 직원은 마지막 1박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말에, 곧바로 투숙 수속을 해주었다. 아까 전까진 풀북이라더니(!) 없는 방도 만들어서 초대해준 배경에는, 중화권 특유의 relation(꽌시) 문화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자리에서건 적극성과 상대에 대한 관심(+영어..)은, 기대치 않았던 기회와 도움을 가져다 줄 때가 많다. 특히 중국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나는 풀리 호텔의, 1박에 거의 100만원에 육박하는 스위트룸에서 하루를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스위트룸보다 훨씬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이, 시안과 항저우와 상하이에선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모든 감정이 다 사라지기 전에, 그동안 소홀했던 여행 기록을 이번엔 기필코 열심히 이어가보고자 한다. 마침 다음 책도 탈고했겠다. 중국 3개도시 여행기는 투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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