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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독서

두 권의 와인 책 리뷰 & 보르도 Vin Expo 2009 소식

by nonie 2009.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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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면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있다면, 바로 와인에 대한 관심이다. 아직 와인 시장에서는 듣보잡;인 태국이나 터키에서까지 어김없이 로컬 와인을 사가지고 올 만큼, 여행 전리품에 있어 나의 와인 사랑은 절대적이다. 아직까지 와인동호회나 와인 시음회 등을 다니기보다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와인들과 함께 조금씩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다. 아직 나의 열정이 부족한지, 시음기를 꾸준히 써야 하지만 기록하는 걸 매번 건너뛰게 된다. 다시금 맘잡고 와인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어보기로 한다. 책들을 다 보고 나니, 어느새 와인 셀러를 대신하는 냉장고 홈바에는 새 와인이 한 병 더 늘었다.-_-
 



와인 스캔들 - 10점
박찬일 지음/넥서스BOOKS


2009년 3월에 출판된 <와인 셀렉션>이라는 신간의 소문을 접하고, 일단 전작부터 읽어보자며 선택한 <와인 스캔들>. 사실 목차로만 비교해 보면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다. 두 책 모두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와인에 대한 선입견과 거품을 걷어내고, 제대로 좀 알고 마시자!" 대략 이런 모토다. 이태리에서 와인과 요리 공부를 마치고 온 유학파, 그리고 오랜 경력의 기자 출신 답게 전체적인 내용은 '한국'의 와인시장을 비판하는 시니컬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서는 사실 호불호도 분명하다. 리뷰를 보면 '뒷담화로 하는 와인공부'라는 평부터 '초심자에게는 거북했다'라는 평까지 다양하다. 내게도 그저 슬렁슬렁 읽어내려갈 정도로 부드러운 책은 절대 아니었다. 정보 위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와인 자체에 대한 평가도 아닌, 한국의 와인 매니아들을 살짝 비웃는 듯한 논조가 내내 비춰졌다. 뭘 좀 아는 자신이 보기에는 얇은 와인잔 손목을 위태롭게 잡고 '보르도가 어떻네, 부르고뉴가 어떻네' 하는 한국사람들, 너무 허세처럼 보인다는 거겠지. 나도 그런 생각엔 동감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제대로 와인 즐기는 법에 대한 팁을 좀더 풍부하게 제시했어야 했다. 내려놓기엔 찝찝하고, 그렇다고 정독하기엔 감흥이 없었던 책.






나는 와인의 눈물에 탐닉한다 - 10점
김혜선 지음/갤리온


이 책은 초창기 '탐닉' 시리즈 중 하나다. 대부분 블로거들의 글을 모아 출판하는 컨셉이어서 특별히 관심있는 몇 권 빼곤 보지 않다가, 어제 드디어 '와인' 탐닉 편을 읽어봤다. 본업은 약사지만 어느새 와인 파티 플래너로 겸업을 선언한 저자가 일기 쓰듯 적어내려간 그간의 와인 얘기들이 짤막짤막하게 실려 있다. 재밌는 것은 탐닉 시리즈 답게 얇고 작은 책인데도, 오히려 왠만한(어설픈) 와인 서적들보다 더 읽을 거리가 풍부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그녀가 와인 동호회 시삽을 맡을 정도로 와인에 열성을 보이다가 급기야 와인을 주제로 한 파티를 개최하면서 '파티 플래너'라는 부업을 저절로 얻게 된 과정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프랑스 보르도로 떠난 8일간의 와인 여행 일기에도,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넘쳐나는 그녀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특히 그 테마여행은 매해 여름 보르도에서 열리는 빈 엑스포(Vin Expo)를 보기 위한 것이다. 책을 다 읽은 후 2009년 엑스포가 언제 열리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와우, 얼마 안 남았다! 바로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보르도에서 빈 엑스포 2009가 개최된다.  



빈 엑스포 공식 홈페이지(www.vinexpo.com) 참고할 것.




그녀의 빈 엑스포 참관기를 보면, 너무나도 규모가 커서 하루에 돌아보기는 무리라고 한다. 특히나 엑스포 마지막 날에는 전시에 쓰였던 수많은 와인들(마개를 딴)을 대부분 관람객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그녀도 와인을 많이 얻어서 귀국할 때 한국으로 부치느라 고생했다는데, 아마도 와인을 공부하는 데에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현지 까르푸에서 만난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들! 프랑스인들은 10유로가 넘는 와인은 비싸다고 여길 만큼 그곳의 와인 가격은 매우 안정되어 있단다. 정말 맘 같아서는 딱 짐싸서 프랑스 가고 싶어지는 책이다. 위험하다.;;

두 책의 저자가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메세지가 있다. "와인을 어떻게 마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즐거운 한 때를 와인과 함께 보낸 기억이 있다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내게도 와인은 좋은 사람과 함께 했던 기억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와인이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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