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Australia

[서호주 자유여행] 돌발 인터뷰! 서호주에서의 3년, 또다른 나를 발견하다

by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09. 3. 29.


 

퍼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별 4개 호텔 Holiday Inn. 프로모션 기간이 아니면 1박에 400불 이상을 내야 하는, 내 돈 주고는 묵을 수 없는 고급 비즈니스 호텔이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1층의 레스토랑으로 내려왔을 때, 친숙한 이미지의 동양인 여직원이 나를 향해 반갑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한국인 유학생인 그녀는 투숙객 중 유일한 한국인인 내가 체크인을 했을 때 누굴까 궁금했다고 한다. 두 번째 아침 식사 때 나는 조심스레 인터뷰 요청을 했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녀는 흔쾌히 OK를 해주었다. 그날 오후, 우리는 Holiday Inn의 야외 바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두 시간 내내 경쾌한 수다를 나누었다. 3년차 유학생 Kate(25세,가명)가 들려주는 퍼스에서의 일과 공부,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

글, 사진 nonie 협찬 서호주관광청, 캐세이패시픽






Part 1. 낯선 서호주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다

nonie : 초면에 어려운 부탁 드렸는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해요. 첫인상이 너무 좋으셔서 꼭 한번 얘기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서호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Kate :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유학원에서 추천을 해줘서 퍼스에 온 거에요. 3년 전만 해도 서호주가 동부보다는 한국인이 그나마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기도 한국인이 정말 많죠. 시내 중심가에 가면 만남의 광장이라고 있거든요. 1시간만 서있으면 아는 사람을 만날 정도죠. 이제 올 4월이면 여기 온지도 꼭 3년이 되네요.
nonie: 처음 호주 땅을 밟았을 때, 어학원 시절은 어땠어요?
kate: 유로센터라는 어학원을 다녔는데, 정말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9개월 정도 다녔어요. 다른 한국인들 보면 몇 달, 혹은 어학 과정 없이 바로 입학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어학원 시절에는 클럽 같은 데 다니면서 실컷 놀았어요. 처음에는 집에서 돈을 보내줬거든요. 처음엔 1불이 100원처럼 느껴져요. 돈 개념이 없을 때여서 정말 물쓰듯 쓰곤 했어요. 500불, 1000불을 한번에 쓴 적도 있고...그러다가 제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달라졌어요. 자연스레 집에서 금전적인 지원이 필요없어질 정도가 됐죠. 
nonie : 유학을 시작하게 된 동기, 현재 다니고 계신 학교는?
kate: 한국에서는 대학교를 다니다가 전공이 맞지 않아서 도중에 그만 두고 호주에 오게 됐죠. 처음에는 음악치료사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왔는데요. 돈을 벌기 위해 호텔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의외로 서비스업,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저에게 너무 잘 맞는거에요. 그래서 호텔 쪽으로 전공도 바꿨는데요. 지금 하는 공부와 일에 너무 만족해요.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학교 ASTHM에 다니고 있어요. 여기는 호텔 학교가 따로 분리되어 있는데요. Advanced Diploma까지 2년 코스인데, 작년에 이 코스를 마쳤구요. 호텔 리조트 매니지먼트 과정이 따로 있어서 현재 이 과정을 밟고 있어요. 학비는 2년 코스를 이수하는 데 2만불 정도 들어요. 환율이 올라서 너무 힘들어요.
nonie: 유학 끝나고 귀국하시면 좋은 호텔에서 근무하실 수도 있겠어요. 경력도 있고 학위까지.
kate: 하지만 한국에서는 호텔업계 진출하는 길이 매우 좁다고 들었어요. 같이 일하는 한국인 언니가 호텔경영학과 출신인데, 한국 있을때 호텔 백오피스 쪽에서 일해보려고 했는데 못하고 워홀로 왔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인턴으로 입사하면 1달에 50만원 밖에 못 받는다고 하고....여기 학교를 졸업하면 1년 반짜리 비자(Graduate) 나오거든요? 이 호텔에서 1년 반 정도 더 일을 하면서 석사 학위까지 따놓을 생각이에요. 공부도 좀더 하고 싶어요. 사실 집에서는 호주에 계속 있으라고 하세요.
nonie: Holiday Inn은 어떤 호텔인가요?

Holiday Inn 로비의 야외 바.


kate: 일종의 비즈니스 호텔인데요. 정부 부처와 몇몇 기업이 연계되어 있어서 이곳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묵어요. 또 버진블루 에어라인 승무원들은 같은 계열사인 이 호텔을 이용하지요. 세계 체인 1위 호텔인데, 사실 일하기 전까지는 이 호텔을 몰랐었어요. 미국 쪽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하더라구요. 처음엔 룸서비스로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땐 우리나라 호텔보다 객실도 작고 해서 뭣도 모르고 실망했었죠. 
nonie: 다른 나라에서도 holiday inn에 묵었는데, 퍼스가 훨씬 좋은거 같아요. 아침식사도 맛있고.
kate: 저는 우리 호텔 메뉴 맘에 안 들던데(웃음). 참. 지난 발렌타인 데이 즈음에 나이 드신 한국 부부가 오셨는데. 한국인이라고 너무 반가워해주셔서 저도 기분 좋았어요. 그분들이 "무슨 도시가 5시 반에 죄다 문을 닫느냐"고 하셔서 재밌었어요. 그래도 금요일은 쇼핑 데이라서 9시까지 문을 열긴 해요. 시 외곽은 목요일이 쇼핑 데이구요. 
nonie: 유학 와서 스스로 가장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점은?
kate: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내 물건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안 잃어버리는 버릇이 생겼거든요. 아무래도 더 꼼꼼해진 것 같아요. 그래고 한국에 있을 때는 식당에서 주문도 못할 정도로 숫기가 없었거든요. 지금은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잘못 나오면 매니저를 불러서 얘기할 정도라니까요. 저도 서비스업에 종사하다 보니까요. 또 이전보다 농담도 잘하게 됐어요. 특히 성적인 농담도 여기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아요. 특히 여기는 게이들이 굉장히 많고 그들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는 편이거든요. 제 친구들 중에도 여러 명 있어요.   



Part 2. 퍼스에서 호텔리어로 살아간다는 것

호텔학교 유니폼을 입은 Kate.

nonie: 여기서 일하는 것에는 만족하세요?
kate: 제가 파트타임으로 1주일에 20시간만 일해도 제 수업료와 생활비까지 커버할 정도가 되니까요. 호주는 인건비가 높은 편이에요. 한국에서 1시간에 4000~5000원 받는다고 하면 여기 사람들은 까무라쳐요. 저는 캐주얼(Casual,임시직)인데 시간당 19불, 주말에는 23불 받아요. 방학 때는 노동시간 제한도 없거든요. 지난 방학 때는 2주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계속 일했더니 세금 떼고 300~400불 들어오더라구요. 일 끝나고 긴장이 풀리는 순간 코피가 주루룩 나더라구요. 오프닝인 날에는 새벽 5시 반까지 출근해서 1시간 동안 브랙퍼스트 세팅을 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가장 힘들어요.
nonie: 파트타임이랑 캐주얼은 다른 건가요?
kate: 돈을 높게 주고 보험을 안 들어주는 임시직이 캐주얼이죠. 대신 시급을 20% 높게 줘요. 파트타임은 시급 15불 수준이에요. 대신 아침에 일찍 일하면 돈을 더 받고. 밤 12시~아침 6시도 돈을 더 받는 식이죠. 또 파트타임은 1년을 일하면 1달 동안 유급휴가를 받아요. 캐주얼은 그런 혜택이 적용 안되고 단지 시급이 높은 거에요. 제가 원하면 언제든 파트타임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시급 때문에 계속 캐주얼로 일하고 있어요. 어짜피 전 방학이 짧고, 한국 들어갈 생각을 안하고 있기 때문에 휴가를 길게 낼 일이 없거든요. 보통 학기 중에는 1주에 20시간, 방학 때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일해요.  
nonie : 체력적으로 정말 피곤하시겠어요.
kate: 네. 저는 주로 아침 타임에 일하거든요. 보통 4시 50분에 집에서 나가요. 밤에 일찍 자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죠. 예전에 친구랑 놀다가 다음날 일을 하러 갔는데 음식 냄새만 맡아도 속이 안 좋더라구요. 잠을 못자니까 Smile도 안되고...정신적으로 피곤할 때도 있어요. 헤드 체프가 영어로 장난치거나 농담을 건네면 저는 그냥 안 넘기는 스타일이거든요. 받아들이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매번 쏘아붙이고...동양인이라서 괜히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 때는 열도 받고 그래요.
nonie: 이곳의 인종차별 분위기는 어떤지?
kate: 백인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까지는 아닌데요. 학교나 직장이나, 한국처럼 끈끈한 분위기는 아니다 보니 한국인들끼리 가끔 만나는 게 위로가 되긴 해요. 하지만 유학생들이 모이면 서로 힘든 얘기만 하니까 어느 순간 더 지치더라구요. 요새는 많이 안 만나는 편이에요. 제가 아무래도 퍼스에 오래 있다보니 이런저런 부탁도 많이 들어오는게 피곤하기도 하구요. 저는 여기 계속 있을거지만 그들은 잠깐 있다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여기 한인 네트워크가 굉장히 좁아요. 제가 모르는 사람이 저를 알고 있는 경우도 있구요. 제가 다니는 호텔 학교에도 한국인이 많아요. 사실 한국인들이 재밌게 놀 때는 정말 재밌어요. 우리처럼 재밌게 즐기는 민족이 또 없잖아요.
nonie: 3년 동안 한번도 한국에 안 가셨다고 하셨는데, 가끔 집에 가고 싶을 때 없으세요?
kate: 사실 저는 입학 때 학생비자를 받아놔서 졸업 때까지는 비자 걱정이 없거든요. 하지만 집에 가고는 싶죠. 처음에는 향수병도 걸리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울고...실은 작년 4월에 한번 가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동생 보낼 테니까 오지 말라고 하셔서;;; 이번에 면허증을 땄거든요. 그래서 차도 한대 장만하려고 하니까 동생이 와가지고...
nonie: 동생은 어떻게 오게 된 건지?
kate: 워킹비자로 일을 구한다고 왔는데요. 어학원을 안 다니는 상태에서 시작하려고 하니까 여러 모로 어려워요. 여기서 일한 경력도 없으니 일자리가 잘 안 구해지죠. 영어를 잘 하는줄 알았는데, 막상 영어를 잘 못하더라구요. 지금 두 달 정도 됐는데, 생활비가 두 배로 들어요. 이번 방학때 열심히 일해서 한국 갈 비행기 티켓 값을 모았는데, 동생이 오는 바람에 예전에 저금해뒀던 돈까지 깨지고 있죠(웃음). 엄마한테 전화해서 진지하게 애 돌려 보낸다고 했지만 ㅠ.ㅠ 아직까진 버티고 있어요. 그래도 가끔 싸우고 아웅다웅 하지만 왠지 엄마 맘 이해하는 느낌도 나고, 집에 왔을 때 누군가 있다는게 좋기도 하네요.
nonie: 가장 먹고 싶은 한국 음식 있어요?
kate: (망설임 없이) 감자탕! 그리고 전어회! 정말 먹고 싶어요. 여기서는 절대 못먹어요. 아, 그리고 살아있는 문어회. 여기 일하는 애들한테 문어 얘기를 하면 그걸 어떻게 먹냐며 기겁을 해요. 근데 남자에게 좋은 음식이라고 하면 금새 솔깃해 하죠(웃음). 사실 왠만한 한국음식은 집에서 해먹어서 괜찮아요. 떡볶이는 양념도 따로 팔구요. 호떡 만드는 것도 팔아요. 참, 이젠 순대 포장된 것도 팔던데요. 사실 호주는 식료품에 대한 세관 검사가 무지 까다로워요. 김치 5kg 들고 오다가 뺏겼다는 얘기도 들었고, 심지어는 커피믹스도 뺏겼대요. 그래서 이번에 동생 올 때도 아예 음식은 싸오지 말고 한국 화장품만 좀 가져오라고 했어요. 특히 메이크업 베이스. 여기서는 메이크업 베이스라는 개념이 없거든요. 일을 해야 하니까 파운데이션을 사서 쓰긴 하는데 피부에 잘 맞지 않네요.   
nonie: 쉬는 날에는 뭐하세요?
kate: 저는 정말 거짓말 안하고, 그냥 자요. 아니면 한국 TV프로 DVD 팔거든요? 그거 2~3개 사다가 피쉬앤칩스에 비네가 뿌려서 먹으면서 봐요. 푹 쉬지 않으면 일이 힘들거든요. 사실 이제는 새로운 일이 없으니까 지루하고 재미없긴 해요.



Part 3. 그녀가 바라보는 퍼스, 그리고 서호주

호주 친구와 함께 찍은 스티커.

nonie: 서호주에서 기억에 남는 여행 경험 있으세요?

kate: 호텔에서 일하는 친구들끼리 차를 한대 빌려서 마가렛 리버에 갔었는데요. 그날 하필 비도 오고 길도 헤매는 바람에 4시간 거리를 7시간 걸려서 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정말 재밌었어요. 참, 킹스파크는 밤에 가면 분위기가 더 좋아요. 피너클스는 비추에요. 지금같은 땡볕에 가면 볼거리도 바위덩어리 달랑 하나 밖에 없거든요.
nonie: 퍼스의 좋은 점이 있다면요?
kate: 일단 도시가 깨끗하잖아요. 쓰레기도 없고, 똥개도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직업의 격차가 없어요.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이 청소부나 중노동은 안 하려고 하는데, 여기는 그런 직업이 더 페이가 세요. 호주에선 연봉 몇 만불 이상의 사무직은 세금 비율이 굉장히 높아요. 그리고 서호주에는 동부에는 없는 학생 할인 제도가 있어요. 버스비의 경우 일반인은 2불이지만 학생인 저는 77센트만 내요. 일반인과 학생의 대우가 확 달라요. 그리고 차비를 한번 내면 2시간 동안은 공짜에요. 예전에 동부에 한번 놀러갔었는데 교통비가 너무 비싸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리고 퍼스는 아무래도 신도시여서 새로 지은 깨끗한 건물이 많죠. 집을 구할 때도 이쁘고 깔끔한 집이 많은 편이죠. 서호주는 주정부의 사회보장제도(Duty of Care) 또한 잘 되어 있어요. 한번은 호텔 출근길에 자전거를 타다 떨어진 사고가 있었어요. 자전거가 완전히 전복이 돼서 팔이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심하게 다쳤거든요. 다행히 제가 2년 동안 한번도 지각도 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을 했던 덕분에 보험 혜택을 잘 받을 수 있었지요. 대신 병원비 같은게 비싸요. 치과가 보험이 안돼서 사랑니 하나 뽑는데 380불이나 들었어요.
nonie: 근데 갑자기 궁금한 게, 여긴 왜 스타벅스가 없을까요?
kate: 여긴 스타벅스 뿐 아니라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도 없죠. 동부에는 둘 다 되게 많거든요. 서호주는 금광 때문에 갑자기 부자가 된 곳이라, 모든 것이 다 최근에 새로 만들어졌어요. 아마 나중에 동부에 가시면 도시 풍경이나 버스, 트레인..등 많은 것이 퍼스와는 다르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nonie: 유학생들이 살기에는 대체로 어떤가요?
kate: 빅토리아 파크나 메인랜드 쪽에 아시안들이 많이 사는데요. 유학생은 대부분 Sharing Mate들이죠. 퍼스에도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중심가에 있는 싱글룸이 1주일 100불이었는데, 지금은 2~3명이 나눠쓰는 Share room도 200불 이상이에요. 이제는 집값 면에서 동부와 큰 차이가 없어요. 오히려 동부는 음식 값이 싸고, 야식(시켜먹는 한국음식)도 많대요. 퍼스에 처음 왔을 때는 한국 식당도 1개 밖에 없었고 소주가 1병에 18불이었어요. 지금은 한국 사람도 많아졌고 한국 상점도 많죠. 제가 그 변화되는 시점에 왔던 것 같아요.
nonie: 서호주 워홀 인구가 크게 늘었는데, 호텔 쪽 취업은 할만 한지요?
kate: 저희 호텔만 해도 요즘엔 급하지 않으면 잘 안 뽑아요. 저도 학교 추천으로 들어왔어요. 최근에도 5~6명이 워홀로 왔었는데, 영어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예전엔 입사지원서를 누구에게나 줬지만, 지금은 웹사이트에서 어플리케이션 폼이 미리 통과된 사람만 응시할 수 있어요. 말 몇 마디만 해봐도 영어 실력은 대충 다 나오거든요. 프론트 오피스에서 일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완벽해야 하죠. 


댓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