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 호텔의 럭셔리한 아침 식사(2주 동안 두고두고 회자되었다)로
배를 두드린 후, 드디어 첫 촬영지인 예레바탄 사라이로 향한다.

촬영 시작!
이제 카메라가 나를 쫓기 시작했다.
아아. 어색. 뻘쭘. 조마조마. 
어디를 봐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현영언니는 마치 대본이라도 읽는 것처럼
줄줄 얘기하는데, 난 그저 옆에서 멀뚱멀뚱.

이게 아닌데. 흑흑.






1500년 전, 비잔틴 제국 지절에 건축된 지하 저수지, 예레바탄 사라이.
물 부족 해결을 위해 강물과 지하수를 끌어와
도심의 주민들에게 공급했던 수도시설.

당시의 코린트 양식을 반영한 화려한 문양의 기둥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이 곳, 저수지라 하기엔 너무 예술적이고 웅장하다.

은은한 조명과 음악, 기둥 아래로 흐르는 맑은 물과 
물고기들...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공간.





아직도 내 머릿속엔 생생한 이곳. 
어둡고 신비스런 동굴을 탐험하는 듯한 착각,
피부에 와 닿는 차갑고 축축한 지하의 공기.
4년 전의 더운 여름엔 오아시스처럼 반가운 곳이었지만
4월의 지하 저수지는 다소 춥고 썰렁했다.





난 또다시 메두사와 만난다.
옆으로 누워있지만, 고고함을 잃지 않는 그녀.
아테네 여신에 의해 불사의 생명을 잃고 스러져간 
팜므 파탈의 대명사. 그녀에게 잠시 연민을 느낀다.

 






04/15  이스탄불. 갈라타 교. FUJI S5600


낚시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갈라타교의 오후.
고기를 잡아서 파는 사람들, 낚시의 즐거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 다리를 건너는 수많은 사람들.

바구니에 담긴 은빛 물고기처럼 빛나던 
그날 오후의 햇살, 그리고 야속하게 흐르는 시간.






 

04/15  이스탄불. 갈라타 교. FUJI S5600

"여기서 오프닝 촬영할거야. 언니가 멘트하고, 그 다음에 니가
하면 돼. 한 3~4줄 정도로, 카메라 똑바로 보고 얘기해. 
안 그러면 어색하게 나와. 알았지?"
언니의 무시무시한 지령을 들은지 5분도 안되어,
갈라타교 앞에 도착한 우리, 카메라 불이 켜진다.
언니 멘트는 순식간에 끝나고, 이제, 내 차례.

"안녕하세요! 터키를 너무 사랑해서 이 곳까지
오게 된 김다영입니다. 동서양의 문명이 교차하는 터키는....blah blah"

나도 모르게 말이 줄줄 나온다. ㅠ.ㅠ
피디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휴..
긴장 풀고, 현지 가이드 아늘과 다리 위에서 한 컷.






04/14  이스탄불의 한 레스토랑. FUJI S5600

근처로 이동해 점심을 먹는다. 첫번째 외식.
"Turkish Style"을 용감하게 외치는 우리를 위해
샐러드-케밥-후식으로 이어지는 정식을 주문한 가이드 아늘.
샐러드의 상큼한 토마토, 살짝 그을린 양고기 조각,
이제야 터키에 온 느낌! 바로 이거야~♥

하지만 피디님과 언니는 영 힘겨워하신다. 앞으로
음식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실지, 걱정.

후식으로 나온 달콤한 바클라바(사진)를 포크로 잘라
입에 넣는다. 시럽에 푹 적셔진 페이스트리 조각이
견과향과 함께 입안에 퍼진다. 잠시 정신을 잃을 만큼 달디 단, 
터키만큼이나 로맨틱한 맛의 바클라바.




04/14  이스탄불. 레스토랑 앞. FUJI S5600

식사 후, 레스토랑 앞에 잠시 서서 흐린 이스탄불을 느껴본다.
어느 새 카메라를 집어드신 피디님은
저 쪽에서 우리를 비추어보고 계신다.

"베스트야, 베스트! 이 사진 너무 잘 나왔어.새초롬하게.
다영이는 임PD가 찍어야 잘 나오네. 너 임PD한테 잘해야겠다~
근데 임PD! 나는 왜이래? 왜 다영이만 잘 찍어줘?"

이 사진을 보며 감탄한건 언니 뿐이 아니었다.
나 역시 놀랐으니까. 내게도 이런 자연스러움이 숨어 있구나.
터키니까, 모든 게 편안하고, 모든 게 자연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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