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키워드로 업을 만들었다 보니, '여행 못 나가서 어쩌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솔직히 큰 아쉬움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아쉬움이나 답답함 딱 그 정도다. 왜 그런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언젠가부터 내 업의 매출 구조가 더이상 여행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업의 본질이 경험 전달에서 지식 창출로 옮겨가면서, 뚜렷하게 얻거나 배우거나 일할 거리가 없다면 굳이 해외에 갈 필요를 못 느낀 지가 꽤 됐다. 국내에서도 강의처에서 준비해 주시는 사전 숙박 혜택이 자주 있다 보니, 이미 일과 여행이 하나로 결합된 느낌이다. 강의차 다른 도시에 가면 주변을 틈틈이 둘러보고 먹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어제도 천안의 한 연수원에 강의차 다녀왔다. 강의 마지막에 소셜 미디어 주소를 공유하는데, 가끔 수강생들에게 '강의 잘 들었다'는 메시지가 오곤 한다. 그런데 어제는, 이런 메시지가 왔다.
"용기만 있다면 쌤처럼 살고 싶었어요."
공공기관에 소속된 강사를 대상으로 한 강의였다 보니, 아마도 전업 강사인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차원에서 이 메시지를 이해해보려 했으나, '용기'라는 단어에서는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특별히 내가 '용기'있는 사람이어서, 지금의 직업을 만들었던 걸까?
직장에서 독립해 나만의 업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게, 과연 용기 뿐일까?
용기의 반대말은, '나를 믿지 못하는' 상태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 봐도, 용기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내 삶과 일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다는 절실함은 확실히 컸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두루 옮겨보며 머리와 마음을 절충하는 삶을 이어가려 했지만, 첫 번째 책 출간에 이어서 호주에서 전 세계 5500명 중 1명의 초청자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사무실에서 들었을 때, 월급보다 중요하게 지켜야 할 가치가 분명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 직후 당시 재직 중이던 출판단지를 빠져나와 나를 믿고 나의 미래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 결정을 돌이켜 본다면, 그 절실함이 용기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로 유의미한 직업을 만들려면 '내 일이 세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시행착오를 무조건 겪으며 개인으로서의 능력을 크게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길고 긴 보릿고개를 견디는 원동력은, 단지 용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일치되기 시작하면? 일은 더이상 일이 아니라 놀이가 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시 나의 이력(credit)으로 더해지고, 그렇게 수 년이 지나고 나면 단 며칠만 일을 하더라도 한달치 월급보다 많은 매출을 낸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생산자 포지션을 획득하게 되면, 그 희소성 때문에 적게 일하고 많이 벌게 된다.
회사는 존속과 효율성을 위해 당연히 업무를 구조화해야만 한다. 따라서 개인은 조직 경력만으로는 직업적 포지션을 저절로 얻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개인은 '전문성'을 학벌, 경력, 자격증과 같은 '증명'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학력과 자격증만으로는 빠른 변화를 좇아갈 수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게 바뀌었다. 이제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성의 속성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아주 구체적이고 희소하게 축적된 경험과 지식, 복잡한 변화의 이유와 본질을 빠르게 꿰뚫는 문제해결력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이 능력들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도 정리 중인데, 아마도 다음 출간할 책에 싣게 될 듯)
용기의 반대말인 '나를 믿지 못하는' 상태는, 내 미래보다는 이름모를 남의 회사가 '떡상'하기만을 기다리는 것, 또는 월급으로 '남들만큼 돈 쓰는 소비가 곧 행복'이라 편리하게 믿는 상태 아닐까. 나 역시 한때는 그렇게 믿었던 것처럼.
과연 나의 용기, 나의 절실함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그 방향을 나 스스로에게 맞춘다면, 생각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많다.
익명 고민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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