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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단상

워라밸 프레임을 벗어나야만 보이는, 힐링의 한계

by 히치하이커 김다영 nonie 2021. 6. 11.

# 인위적인 프로그래밍의 오류

1세대 이전부터 팬덤 문화에 참여하며 깊숙이 관찰해온 입장에서, 최근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있다. 아이돌의 컴백쇼나 소속사의 유튜브 콘텐츠에서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과 코너는 인위적이고 어색하게 굴러가기가 쉽다는 것이다. 오히려 멤버들끼리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나 노래방 열창처럼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훨씬 더 재밌는 결과물이 많이 나온다. 요새 네이버가 많은 자본을 투입해서 구축하고 있는 네이버 나우를 자주 본다. 어제도 온갖 사전 퀴즈와 재미 요소를 도입한 쇼를 선보였지만 팬덤의 댓글과 여론은 '재미없다, 노래방 기기나 켜고 애들 놀게 냅둬라'가 다수였다. 1020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고, '찐' 재미는 누가 만들어준 코너 속에서 안 나온다는 걸 잘 안다. 

 

여전히 국내여행을 패키지 형태로 잘 개발해야만 한다고, 지자체마다 다니며 주장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있다. 관광 자원은 '개발되어야 하는' 주체라고 보는 시각이다. 물론 시니어 시장에 한정된 얘기겠지만, 내가 현장에서 만나는 소비자(공공기관과 기업의 은퇴 예정자)들은 예전의 시니어가 아니다. 며칠 전 안면도에서 강의를 마치고 60대 수강생 한 분과 식사를 하는데, "저는 외국 여행 한 번도 패키지로 안 했어요. 공연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해서요"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언제나 소비자들이 먼저 변하고, 시장은 뒤늦게 따라온다. 지금의 1020은 '누군가가 우리 여행 일정을 다 짜서 데리구 돌아다녔대'라는 사실을 역사책 속 사실처럼 받아들일 것이다. 

 

 

 

 

#명상 시장이 궁금했고

여행을 대체하는 자리에 들어온 새로운 경험은 최대한 직접 해보고 있다. 어제는 극장에서 하는 명상 체험을 하러 갔다. CGV, 극장형 명상 콘텐츠 ‘마인드 온앤오프’ 선보여  일반 영화 예매하듯 예매하면 되고, 상영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시간대 역시 직장인의 퇴근 시간에 맞춘 저녁 7:40~8:00대에만 배치되어 있다. 

 

코로나19는 전염병이지만, 인류의 멘탈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명상과 웰니스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나는, 요즘 쏟아져나오는 명상과 힐링, 마인드풀니스를 상품화한 플랫폼은 2030의 직업이나 존재감에 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봤다. 아래 글을 쓴 이유도 그렇고. (특히 여행 시장에서 튕겨나간 인력 일부가 이쪽 시장으로도 옮겨갔다) 

 

 

여행과 힐링에 돈을 써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워라밸 프레임을 벗어나면 보이는 것들 | # Case 1. 긴장감이 높은 조직생활자의, 힐링 몇 년 전 S전자 임직원 특강을 하러 수원 디지털시티에 간 적이 있다. 익히 듣긴 했지만 방문 절차가 남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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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어떻게 스크린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궁금했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콘텐츠였다. 휴양지에서 드론 날려 찍어온 바다와 밤하늘, 불멍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늘 하루, 수고하셨어요' 라는 멘트는 남을 위해 일해야 하는 직장인들을 겨냥한 위로다. 어차피 하는 일과 사회적 역할을 당장 바꾸지 못할 기업 임직원들의 멘탈 관리 용도라면, 적절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애초에 '온전히 나를 위해 일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겐, '수고하셨어요'라는 말 자체가 와닿지 않는다. 수고한다는 말로 위로받지 않아도 되는 삶과 일을 만드는 것부터가 진정한 변화의 시작인데, 명상은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이미 일을 둘러싼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지금, 변화의 맥락을 읽지 않은 채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라는 메시지는 과연 누구에게 유리한 것일까? 워라밸 프레임을 벗어나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힐링과 마인풀니스 콘텐츠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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