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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

블로그를 통한 퍼스널 브랜딩이 어려운 이유, 그리고 여행 글쓰기

by nonie 2018.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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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여행 커리어 워크숍을 끝낸 게 3월 말이니, 어느 덧 6개월이 흘렀다. 모처럼 여유로운 연휴에 문득 수강생 분들이 잘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블로그를 찾았다. 물론, 딱히 연재는 안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소식을 전해주신 분들도 여럿 계신다. (독자에서 생산자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 참고) 하지만 지난 두 기수 + 코칭에 참여한 20분이 넘는 수강생 중 꾸준히 자기만의 콘텐츠를 발행하는 분들은 2명에 불과했다. 10%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블로그를 닫은 분들 중에는 따로 글쓰기 수업에 오셔서 열정을 불태웠던 분들도 몇 있어서, 나는 조금 깊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점이 우리의 '글쓰기'를 이토록 가로막는 것일까. 단지 직장 일이 바쁘고 일상에 치어서, 또는 '귀찮아서'라고 뭉뚱그리기에는 이 분들의 열정과 재능이 그저 아깝기만 하다. 


그런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연재를 하는 분들도, 이전과 별 다르지 않은 '블로그형 글쓰기'를 계속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여행 커리어 워크숍에서는 콘텐츠 생산에 대한 팁은 많이 공유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1인 창업이나 직업의 독립에 필요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전형적인 '여행 블로그'처럼 운영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네이버나 티스토리의 여느 여행 블로거들과 다르지 않은, 자신의 여행 타임라인에 맞춰 여행기를 소개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내 경험을 시간과 공간 순으로 하나씩 나열하는 블로그형 글쓰기 말이다. 아마도 이 딜레마가 머릿속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다 보니 오히려 글쓰기를 더 어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글쓰기 교육을 내년에는 꼭 오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올해 초부터 하려고 했던 교육이기도 하다. 


블로그를 통한 퍼스널 브랜딩(영향력 확장)이 어려운 이유는, 나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블로그라는 '그릇'(틀)에 맞는 글만을 계속 쓰기 때문이다. 블로그라는 것은 큰 그릇이고, 거기에 음식(글)을 보기 좋게 담아야(표현) 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규교육에서는 음식에 필요한 식재료(나의 생각)를 독창적으로 다듬고 조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릇에 어울리는 음식만 만들도록 서서히 학습되어 왔다. 양대 포털 블로그가 대중화된 게 2007~8년 즈음이니, 블로그에 담는 글의 형태는 지난 10년간 완전히 정형화되었다. 사진과 글 몇 줄이 결합된 검색 최적화 콘텐츠로, 사진으로 글의 맥락을 대부분 대체할 수 있고 글은 사진의 보조재로써 기능하는 역할 말이다. 이게 오랜 시간 지속되면 문장력은 계속 떨어지고, 블로그와 나라는 인물은 점점 괴리를 갖게 된다. 내가 아니어도 쓸 수 있는 뻔한 정보성 글만 계속 담게 된다는 말이다. 블로그는 나라는 사람의 '스피커'로서 기능해야 하는데, 점점 '익명의 경험'을 담은 정보 모음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제 여행 콘텐츠의 정의는 크게 바뀌고 있다. 단순히 항공과 호텔과 맛집을 하나씩 나열해가는 여행 블로그는 포털의 공짜 검색 콘텐츠로 쓰일 뿐, 생산자가 가져갈 수 있는 효용은 자기만족 외에는 거의 없다. 이 엄청난 서버비와 운영비가 들어가는 블로그 서비스를 포털이 공짜로 제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들이 '검색 가능한' 뭔가를 '공짜로' 많이 올릴수록 포털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행 콘텐츠는 양대 포털 위에서 성장해 왔다. 여행만 놓고 보면 불과 5~6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 인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기에, 누군가의 단순 경험도 다음 여행을 떠나는 이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생겨난 콘텐츠의 방식이 '내 여행을 시간 순, 또는 장소(spot) 별로 소개하'는 컨셉이다. 이게 현재 생산되는 대다수의 여행 콘텐츠다. 이런 방식을 고집해 온 1세대 블로거들은 지난 세월 많은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이제는 콘텐츠를 정의하는 방식과 가치가 달라졌다. 단순한 여행 기록의 희소가치는 애저녁에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는 포털을 위한 정보 생산을 할 때가 아니라,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해야 한다. 


블로그는 그저 글쓰기의 '도구'일 뿐이라는 인지를 확실히 하고 나면, 여기에 담아야 할 글은 완전히 달라진다. 적어도 여행지나 맛집, 문화체험, 광고 리뷰의 뒷면에 나를 애써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블로그는 그저 나의 목소리를 더 크게 울려퍼지게 해주는 스피커다.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과 메시지를 분명히 잡고, 혹은 더 분명하게 만들기 위해 글로 정리해 놓는 공간이다. 그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꼭 선행해야 할 작업이 있다. 나라는 사람이 그동안 살아온 삶의 맥락(context)을 모든 글에 담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득시키는 과정이다. 이것이 퍼스널 브랜딩이다. 삶의 맥락은 특별하게 살아온 사람들만이 가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100명이면 100가지 맥락을 갖고 있다. 단지, 들여다보고 싶지 않거나 들여다보지 않고 살아왔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솔직하게 풀어내지 않은 채로 개인적인 여행 경험이나 여행지 소개만 연재하면, 독자는 필자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검색으로 들어와 영원히 나가버릴 뿐이다. 그것은 당신의 스피커로써 기능하는 블로그가 아니다.


나만의 직업을 발견하고 가꿔가고 싶은 꿈이 있다면, 블로그는 내 의지와 변화의 과정을 차근차근 중계하는 기능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시간이 갈 수록, 당신의 꿈을 공감하고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들이 당신의 진정한 '독자'가 된다. '검색방문자' 말고. 여기에는 수려한 글솜씨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엄청난 삶의 경험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과 바람을 갖고 있다'고, 또는 '왜 이 여행이 내 삶에 필요했는지' 꾸준히 털어놓고 자신을 성찰하는 것만으로도 느리지만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아직 내 꿈과 현실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면, 특히 더더욱 그렇다. 부디 이 글을 읽고 있는, 글쓰기를 중단한 나의 수강생 분들은 다시 한번, 텅빈 에디터에 타이핑을 할 용기를 얻으시기를. 



원문 보기: https://brunch.co.kr/@nonie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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