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지난 2019년 1월 하노이 호텔여행에서 묵은, 유일한 에어비앤비다. 굳이 에어비앤비라서가 아니라 에어비앤비가 아니면 예약이 어려운, 숙소가 아닌 '티하우스'이기 때문이다. 하노이의 분주한 호안끼엠 호수에서 다소 떨어진 한적하고 작은 동네에 있는 3층짜리 티하우스에서, 나는 다도를 배우고 차를 마시며 베트남 친구들을 만났다. 2주간의 일정 중에서 가장 여행의 본질에 가까운 경험을 했던 2박 3일이 아니었나 싶다. 









1층 : 티 숍 (Tea Shop)

서호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고, 1박 밖에 예약을 못했던 나는 가방을 싸면서도 체크아웃이 영 내키지가 않았다. 이제 에어비앤비 숙소로 가야 하는데, 호텔에서 열흘을 지낸 내게 2만원짜리 숙소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최대한 다양한 숙박을 체험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여행자의 이기적인 본능이 앞설 때가 더 많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추스려 우버를 탔다. 차창 밖으로 처음 보는 풍경들이 지나쳐갔다. 골목길은 점점 좁아졌다. 내비를 보던 기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기 맞냐고 묻는다. 티하우스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히엔민 티하우스를 알게 된 건, 하노이를 '여행지'로 제대로 다룬 거의 유일한 책인 아이스 하노이 덕분이다. 베트남의 전통 차문화를 접할 수 있는 티하우스인데, 홈스테이를 함께 운영한다는 딱 한 문장에 꽂혔다. 이거다 싶었다. 에어비앤비에는 이 곳에서 숙박을 예약할 수도 있었고, 트립에서 다도 체험만 따로 예약할 수도 있다. 나는 호스트에게 연락해 둘 다 예약을 했다. 응대는 매우 정확하고 빠르고 친절했으며, 이러한 응대는 호텔에서 이 숙소로 넘어올 때도 마음의 벽을 상당히 허물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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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 티 룸(Tea room)에서 다도 체험하기

티 숍에서 차 박스를 정리하던 후에가 '오늘 체크인하는 손님이신가요?'라며 나를 맞아 주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큰 가방은 잠시 후 들어다 올려 주겠다고 한다. 차분하고 조용한 미소를 가진 후에는 티하우스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미리 예약해 두었던 다도 체험이 잠시 후 시작되니 짐만 두고 2층으로 오면 된단다. 외국에서 온 여행자 두 명이 더 온다고 했다. 


2층의 티룸은 다도 체험이 진행되는 공간이다. 잠시 후 이곳의 주인장인 티마스터, 그리고 그의 부인이자 통역을 맡아준 분이 함께 들어왔다. 티마스터가 영어를 거의 못해서, 베트남으로 진행하되 영어로 통역이 이루어졌다. 내 옆에는 장기 여행 중이라는 디지털 노마드 커플이 캐나다인이라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짧게 들었지만 그들의 삶은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가 동경하거나 추구하는 형태 그대로였다. 1달에 1도시 씩 지역을 바꾸어가며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양에서 온 그들에 비해, 내가 느끼는 사운드 테라피(명상)와 베트남 차 체험은 엄청나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서양인 여행자를 위해 소리 명상을 넣어서 '동양적'으로 연출한 듯 했다. 그보다 이 체험에서 좋았던 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베트남의 전통 차 문화를 알리고 싶은 부부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 티하우스가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야생 차 농장에서 매 여름마다 원주민들과 함께 손으로 차를 수확하고 덖고 상품으로 만든다. 이 일련의 모든 일을 티하우스에서 직접 하는 것도 놀라웠고, 여기서 파는 차 역시 이곳에서만 살 수 있다. 










3층: 홈스테이 

3층은 온전히 투숙객이 쓰는 공간이다. 작은 객실 하나, 그리고 바깥으로 나가면 별도의 화장실이 있다. 사실 이 객실이 '객실'로서 편리했다고 말은 못하겠다. 해도 잘 들지 않아서 어둡고 침구의 질도 좋지 않았으며(이케아의 가장 저렴한 이불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문의 잠금 기능이 너무 허술했다. 1~3층 간에는 어떠한 중간 문도 없다. 낡은 화장실은 방 밖에 따로 있어서 매번 슬리퍼를 갈아 신고 가야 했으며 보일러는 20분이 지나야 물이 데워졌다. 조식 서비스는 당연히 없으니 매일 아침 근처에 나가서 사 먹어야 한다. 사실 2박 3일동안 이 방에서 모기나 바퀴벌레같은 해충을 맞닥뜨리지 않았던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1월이라 하노이가 아직 추운 계절이기도 했다)










체크인할 때, 직원 후에가 내게 말했다. 이 곳은 정말 조용하다고. 그리고 안전한 동네니까 안심하라고. 처음에는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가 고층 호텔까지 들려오는 호안끼엠 근처에 비해 이 지역은 정말 조용했다. 깊숙한 골목골목 속에 있는 티하우스여서, 아침에 일어나 이 동네를 걷는 산책길이 너무 즐거웠다. 


여기 근처에서 맛있는 아침을 먹었는데, 할머니가 직접 따끈따끈하게 만들어주는 고이 꾸온(수증기로 찐 쌀 전병에 이것저것 넣어 국물에 찍어먹는 북부 가정식의 일종)이다. 간판 없는 고이꾸온 집도, 아침에 후에가 밥먹고 오라며 알려준 것이다. 동네 산책과 조식은 유튜브 영상으로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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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하우스 홈스테이 + 숙박비가 무려 10배 차이나는 '메트로폴 하노이' 1박 이야기를 함께 담은 브이로그.






이 티하우스가 위치한 동네가 마냥 시내에서 엄청 떨어진 곳은 아니다. 심지어 걸어서 롯데타워에 가서 장을 보고 올 수도 있다. 물론 구글 지도만 믿고 구불거리는 골목의 우회전 좌회전을 한 20번쯤 했을 때, 길을 완전히 잃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ㅎㅎ 한 20분 걸으면 도착 가능하다. 롯데타워 지하의 너무나 익숙한 '롯데마트'에서 맞닥뜨린 저렴한 물가 또한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 여기서 쇼핑 뿐 아니라 먹을 거리도 넉넉히 사와서 숙소에서 저녁으로 먹곤 했다. 










다시 1층: 작별의 시간

식사와 골목길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내게, 후에는 '차 한 잔 할래?'라며 다구와 끓인 물을 내어왔다. 1층은 엄연히 카페도 겸하는 곳이라 당연히 차값을 지불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녀의 차 대접은 순수한 호의였음을 대화 막바지에 알게 됐다. 근처에 사는 동네 주민들이 때때로 아침의 티타임에 찾아와, 비좁은 테이블에서 나를 둘러싸고 수다를 떨었다. 따뜻하고 편안한 그녀의 호스팅을 경험하면서, 하노이 최고의 호텔 메트로폴에서의 1박을 앞둔 내 마음은 무척 복잡해졌다. 마치 인터컨티넨탈 웨스트레이크에서 체크아웃할 때의 무거운 발걸음이 도돌이표처럼 다시 돌아오다니. 


티하우스에 자주 놀러와서 일을 돕곤 한다는 이웃의 소년은 몇 분만에 금새 친해진 내게 체스 게임을 졸랐지만, 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고 온 게 내내 미안했다. 다음 호텔에 가서 먹으려던 바나나 몇 개를 슬쩍 내밀고, 차 몇 봉지를 계산한 후 택시에 올라탔다. 메트로폴에 도착해 객실을 촬영하고 있는데 그녀에게서 페이스북 메시지가 도착했다. 'nonie! 아까 준 바나나로 튀김 만들었어요. 맛있겠죠? 여름에 꼭 다시 놀러와야 해요. 같이 연꽃 보러 농장투어 가요~'. 


설을 맞아 노란 금귤로 장식되어 있던 티하우스에는, 이제 올 여름에 수확한 연꽃 차 향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여름에는 다시 가지 못했지만, 이제 하노이로 가는 한국의 저가항공도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어제는 에어서울에서 인천~하노이 신규 취항으로 5만원대 티켓을 내놨다;;;) 분명,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사실상 나의 겨울 하노이 여행은 이 곳이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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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으는거북이 2019.10.01 21:45

    3년동안 하노이를 다니면서 왜 여기를 몰랐을까 싶네요^^ "아이스 하노이 ?" 교보문고 뒤적여봐야겠네요 ㅎ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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