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도쿄 호텔여행 - 호시노 리조트 OMO5 도쿄 오츠카
호시노 리조트가 시내에서 떨어진 생소한 지역인 '오츠카' 역에 호텔을 오픈했다는 소식은, 매거진B의 <호시노야> 편에 소개된 호시노 요시하루 사장의 인터뷰를 읽다가 알게 되었다. "기존 도심 호텔은 비즈니스 고객과 여행객, 양쪽을 모두 타깃으로 보기에 콘셉트가 애매해집니다. (중략) OMO는 이 부분을 반대로 노린 브랜드에요. 비즈니스 고객을 아예 배제하고, 오롯이 여행을 목적으로 '시티 투어리즘' 콘텐츠를 만든 것입니다."라는 구절에서, 나는 이 호텔을 꼭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5월, 짧은 도쿄 여정의 마지막 날은 이 호텔이 있는 오츠카에서 마무리했다.
Location & Check-in
오츠카 역이 어디쯤인지, 도쿄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한참을 찾았다. 도쿄 역에서 야마노테 선을 타고 약 30여 분을 북서쪽으로 이동하자, 한적한 기차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오후 1시, 긴자나 시부야에서는 인파에 휩쓸려 다닐 바쁜 시간이지만 오츠카 역 주변은 마치 시골마을에 온 듯 조용하고 한산한 풍경이었다.
오츠카 역 일대는 한 마디로 레트로 도쿄(Retro tokyo)다. 긴자나 시부야의 바쁜 걸음걸이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현지인들의 동네이자, 골목마다 숨어있는 오래된 가게들을 탐방하면서 좀더 때묻지 않은 도쿄를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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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복도에 붙어 있는 거대한 지도다. 호텔이 위치한 오츠카 역 일대의 맛집과 가볼 곳, 저녁의 바와 펍 등을 빼곡하게 표시해 놓은 지도였다. 보통은 이러한 지도를 인쇄해서 체크인 시에 나눠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호텔에서는 QR코드를 통해 구글 지도에 정리된 온라인 버전만을 제공한다.
직접 묵어보니 사실상 이 지도는 온라인 버전도 필요 없었다. 호텔리어가 여행 가이드로 변신해서 여기 나온 곳들을 직접 안내해주는, 오모레인저 투어에 참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오모레인저는 오모 호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가이드다. 호텔리어들이 직접 오츠카 일대를 탐방해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워킹투어/미식투어/나이트투어 등의 테마 투어로 만들어서 매일 운영한다. 오후 5시에 출발하는 기본 워킹 투어는 무료이고, 미식이나 나이트(펍) 투어처럼 특정 식당에 들르는 투어는 1000엔의 가이드 비를 내면 된다. 나는 나이트 투어인 레드 투어에 참여했는데, 이 후기는 따로 소개해 보기로.
4층 로비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요청했다. 그런데 체크인을 하는 과정은 여느 호텔과는 조금 달랐다. 직원이 카운터에서 빠져 나와 나란히 서더니, 내 앞에 있던 기계에 여권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기계에서는 카드키와 영수증, 그리고 조식 쿠폰이 출력되어 나왔다. 만약 직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여권을 스캔하고 간단한 사항을 입력했더라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Yagura Room
OMO5 도쿄 오츠카의 객실은 로프트 구조의 2층 침대 객실이 스탠다드이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인실(싱글룸)도 있지만 수량이 적다고 한다. 나는 혼자 묵었지만, 혼자 여행하더라도 이 객실에 묵어보는 것이 조금 더 재미있을 듯 하다. 어린 시절의 비밀 지하실이나 다락방의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일반적인 호텔 객실보다 좀더 재미난 체험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한 여기 오기 전에 호시노야 도쿄에도 묵었는데, 호시노야처럼 신발을 벗는 공간과 문턱이 존재한다는 점도 특이했다. 한국인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서양인에게는 이들의 문화를 경험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치다.
도쿄 호텔답게 객실이 넉넉한 넓이는 아니다 보니, 벽면을 최대한 활용해서 이런저런 욕실 어메니티를 걸어 놓았다. 특히 맞은 편에 있는 세면대가 욕실 밖으로 노출된 구조다 보니, 수건이나 칫솔 등이 이렇게 밖에 놓여있는 것이 더 사용하기에 편하다. 예쁜 로고 가방에는 타올 세트가 준비되어 있고, 헤어 드라이어뿐 아니라 구두 주걱과 야간용 조명 등이 꼼꼼하게 걸려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욕조만큼은 넉넉한 사이즈로 설치되어 있어서, 역시 일본 호텔임을 실감하게 한다. 샤워 호스 앞에 준비된 나무 의자와 바가지는 호시노야 도쿄에서도 봤던 같은 제품들이라 반가웠다. 욕실이 그리 넓지 않은 만큼, 세면대는 바깥에 노출되어 있고 그 옆으로는 2층 침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이 객실은 최대 3인까지 투숙할 수 있는 호텔이다. 넓지 않은 공간에 어떻게 3명이 잘 수 있나 했는데, 1층의 침대 밑에는 아늑한 휴식 공간이 있는데 이 곳을 침대처럼 활용할 수 있다. 2층의 침실에도 매트가 2인용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2명이 다 올라와서 자도 불편하지 않을 듯 하다. 나는 낮에는 1층에서 시간을 보냈고, 밤에만 2층에 올라가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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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fast
이튿날 아침, 어제 체크인하면서 받은 조식 쿠폰을 들고 로비로 내려가 본다. 낮에는 조용했던 로비가 아침에는 수많은 투숙객으로 붐비고 있었고, 한국인 여행자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이곳의 아침 식사는 주문형으로, 쿠폰은 1개의 메뉴로 교환할 수 있는데 프랑스 풍의 파이(Vol-au-vent) 정식과 아메리칸 브랙퍼스트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양은 아메리칸 쪽이 좀더 푸짐해 보였지만 다른 곳에서도 흔히 먹어볼 수 있는 조합이어서,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볼로방 파이 중에 쇠고기 데미그라스 소스가 올라간 파이 정식을 주문하기로 했다.
밝은 채광과 자유로운 분위기,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오츠카의 분주한 아침 풍경과 함께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여기서 머무르던 1박 2일동안의 여행은 지금까지의 여행과는 조금 달랐다. 구글맵에 찍어놓은 목표물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무언가를 기록하는 여행이 지금까지의 패턴이었다면, 오츠카는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호텔 옆에 있는 주먹밥 집에 길게 늘어선 줄에 슬쩍 합류하거나, 호텔 맞은 편의 구제 숍에서 3천원짜리 티셔츠를 건지며 그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몰랐던 여행지를 새롭게 열어주는 위치의 호텔은 어느 나라에나 있고, 내 호텔여행은 그런 호텔을 찾아내느냐 못찾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당분간은 편한 마음으로 일본을 다시 찾기는 어려울 듯 한데, 두 달 전의 도쿄여행은 그들의 변화하는 여행산업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어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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