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도쿄 호텔여행 - 호시노야 도쿄
지난 5월에 다녀온 호시노야 도쿄를, 올해가 가기 전에는 정리해 놓아야겠다 싶어서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객실과 부대시설 위주로 소개해 본다. 가격대가 만만치 않은 호텔이라 사진만 보고 선뜻 택하기에는 망설여지는 호텔이기도 하고, 후기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관광 목적보다는 여행산업의 트렌드나 인사이트가 필요한 사람에게 벤치마킹이나 공부 목적으로 추천하고 싶다.(여행은 굳이 일본 아니어도 갈 데가 많기 때문에..) 2박 3일간 머물면서 최대한 꼼꼼히 체험해 본, 호시노야 도쿄에 대한 주관적 리뷰.
로비 & 체크인
'여기서 신발을 벗으시면, 저희가 보관해 드리겠습니다'
도쿄의 금융 지구인 긴자 한 복판의 고층 빌딩에서, 신발을 벗고 다다미가 깔린 엘리베이터를 타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여기는 2016년 7월 20일에 문을 연 호시노야 도쿄다. '타워형 일본 료칸'이라는 부제가 딱 들어맞는 것이, 겉에서 보기에는 섬세한 구조물로 둘러싸인 서구적인 디자인의 빌딩인데, 안에 들어서니 타임머신을 타고 에도 시대로 돌아간 듯한 세상이 펼쳐진다.
접객을 돕는 직원들은 모두 독특한 모양의 회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일본의 전통 차림새를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든 디자인으로 보인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은 후부터는, 로비를 비롯한 모든 공간에 다다미가 깔려 있어 양말을 신은 채로만 이용해야 한다. 체크인하기도 전부터 전통 료칸의 경험이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비슷한 문화권인 우리에게는 맨발로 다니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서양인 여행자에게는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객실은 총 84개이지만 각 층에는 오직 6개의 객실 밖에 없다.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이 있는 9층으로 향했다. 호시노야 도쿄를 쉽게 찾아가는 법은 맨 아래 따로 소개하기로.
객실
특급 호텔이니 현관 문은 디지털로 안전하게 잠기지만, 그 바깥의 문은 미닫이로 한번 더 감싸져 있다. 또한 객실 내의 모든 창문 역시 미닫이 형태의 전통적인 디자인과 소재를 사용했다. 카드 키 대신 아무런 문양도 없는 단순한 모양의 나무 키 역시, 호시노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객실 넓이는, 긴자의 여느 호텔에서는 만날 수 없는 넓은 객실이었다. 객실의 가장 아늑한 안쪽에, 나지막하게 온돌 형태로 침구를 설치해 놓았다.
인테리어의 톤은 전체적으로 채도가 매우 낮은 대신에, 조명의 채도를 한껏 올려서 자칫 처질 수 있는 객실 분위기를 조금 올려놓은 느낌이다. 그래도 바깥에 비하면 객실과 객실동의 복도는 아주 어둡고 차분한 편이다. 밝은 객실을 선호한다면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드넓은 객실에는 무언가를 채우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많이 비워놓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형 벽걸이 TV가 있긴 하지만 이를 잘 보이지 않게 유리로 처리해 놓은 것도, 이 공간이 주는 조용함을 좀더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 호텔은 료칸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호텔 내에서 자유롭게 입고 다닐 수 있는 일본의 전통 복장이 준비되어 있다. 호시노야 도쿄의 기모노는 운동복(트레이닝 복) 재질로 만들어져서 입었을 때 매우 편안하고, 입는 방식이 간소하게 설계되어 있어 외국인도 쉽게 입을 수 있다.
방도 어둡지만 욕실도 상당히 조도가 낮다. 게다가 욕조도 검정색, 타일도 모두 검은 색인데 아마도 호시노야의 시그니처 컬러가 검은 색인 영향도 있는 듯 하다. 샤워실, 욕실 모두 잘 꾸며져 있었지만, 2박 하는 동안 욕실을 쓸 일은 많지 않았다. 호시노야 도쿄는 호텔 건물 지하에서 2014년에 채굴된 오테마치 온천수를 끌어다가, 건물 최상층인 17층에 실내 온천과 노천 온천을 조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저녁마다 온천을 이용했기 때문에 욕실은 아침 저녁 외에는 딱히 사용하지 않았다. 온천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이 정도만 기록해 둔다.
층마다 있는 공용 공간, 오차노마 라운지
긴자와 주변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온천을 마치고 나면 어쩐지 출출해 진다. 이럴 때는 각 층별로 마련된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곳은 각 층의 숙박객이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다. 오차노미 라운지는 '일본적인 휴식'을 모토로 꾸며진 공간이다. 낮에는 다과가 준비되며, 저녁에는 맥주와 같은 주류와 함께 계절마다 바뀌는 스낵과 야식이 준비된다. 낮과 저녁의 스낵 서비스는 하루 중에 언제든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호시노야 도쿄에서는 이 라운지를 '객실의 일부'처럼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즉 객실의 연장선상에서 라운지를 쓸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실제로 객실에는 기본적인 커피포트와 차 티백 외에는 별다른 미니바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오차노미 라운지에서 원하는 것을 가져다가 객실에서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호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포지션을 가진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오차노마 라운지에서는 조식 불포함 객실에도 기본 제공되는 오니기리(주먹밥) 세트를 맛볼 수 있다. 나는 하루만 아침식사를 포함했기 때문에, 첫날 아침에는 이곳 라운지의 주먹밥을 먹었다. 큼직한 주먹밥과 된장국, 그리고 커피와 차, 스낵은 라운지에서 추가로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꽤 든든했다. 조식은 라운지에서 먹어도 되고, 나처럼 객실에 들고 와서 먹어도 된다. 라운지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침을 먹으며 관광 관련 문의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양한 무료 체험
로비가 있는 6층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체험이 열린다. 그래서 라운지에 상주하는 직원이나 전화를 통해 미리 원하는 체험을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내가 참여했던 체험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아침에 열리는 다도 체험이다. 호시노야 교토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던, 숙련된 직원의 다도 체험은 아주 매끄럽게 진행됐다. 일본 다도가 까다롭다는 편견을 없애고 편안하게 차에 접근하게끔 하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두번째 체험은 온천이 있는 17층에서 열리는 저녁 액티비티 '숙면을 위한 호흡 운동(Deep breath exercise for a good sleep)'이다. 약 30분간 가벼운 체조와 깊은 호흡을 통해 숙면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크게 부담되지 않는 동작, 그리고 여행 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명상과 호흡법은 무척 유용했다. 마찬가지로 아침에는 잠을 깨는 일본식 운동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호텔 찾아가는 법 & 총평
교통비, 특히 택시비가 비싸기로 악명높은 도쿄는 나처럼 호텔을 매일 옮겨다니는 여행자에게는 너무나 힘든 도시다. 그래서 지하철 노선과 출구 등은 잘 익혀놓아야 하는데, 호시노야 도쿄가 위치한 '오테마치' 역은 도쿄 사람들도 헷갈려 할 정도로 많은 노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다. 호시노야 도쿄가 있는 '오테마치 파이낸셜 시티' 건물은 C2c 출구와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으니(빌딩에 진입하면 오른편에 회색 천으로 가려진 호텔 전용 엘베가 있다), 구글 지도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출구를 외우는 게 현명하다.
도쿄에서도 가장 투숙비가 높은 긴자 일대에서, 게다가 특급 호텔의 격전지에서 호시노야 도쿄를 굳이 찾는, 끊이지 않는 외국인과 일본인 투숙객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호시노야 도쿄에서 준비한 모든 여행 경험은, '일본'이라는 거대한 문화 콘텐츠를 대전제로 하여 만들어진다. 이러한 콘텐츠가 단지 외국인 뿐 아니라 일본인에게도 매력적인 여행 경험으로서 기능한다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다. 한국에도 이러한 문화 콘텐츠 기반의 호텔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추세고, 또 우리가 가진 잠재적인 가능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은 투숙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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