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8년 들어 유튜브가 미디어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도서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플랫폼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콘텐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는 책은, 사실상 없다. 굳이 꼽자면 작년 말에 모바일 미디어로서의 유튜브를 조명한 책 <유튜브 온리> 정도가 유일하다. 유튜브에 대한 나머지 책은 '유튜브로 돈벌기', '유튜버로 성공하기'(심지어 유튜브로 자기계발하기)에 완전히 방점이 맞춰져 있다. 


며칠 전 타이베이 여행 추천 쇼핑 아이템!(브이로그) 포스팅을 올린 후, 유독 '브이로그 편집' 검색 키워드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즉 대다수 독자가 원하는 건 정말로 '어떻게 하면 유튜버/브이로거가 될 수 있을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1년차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내게, 유튜브는 내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영향력은 단지 '영상'이란 이유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영상/글/말을 생산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래 버텨보니, 결국 모든 것은 본질로 수렴하게 되어 있다. 며칠 전에 완독한 신간 <유튜브 레볼루션>은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 힌트를 주었다. 다시 말하자면, 콘텐츠 비즈니스에 유튜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솔직히 여행 쪽에서 한 다리라도 걸치고 일하는 이들 중에 유튜브를 고려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뭔가 어설픈 영상이나마 한 두번씩은 깔짝거리고 유튜브에 올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유튜브를 계속 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블로그라는 플랫폼이 탄생했을 때도 많은 이들이 생산을 포기하고 소비만 하게 된 것과 같은 원리다. 글 1~2개 시험삼아 올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곧 힘이 빠진다. 이 짓을 왜 하고 있는 지 회의감이 든다. 심적/금전적 '보상(Reward)'이 없는 콘텐츠 메이킹은, 금방 지치고 그렇게 멈춘다. 블로깅이 점점 신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쓰고 있는 경지에 다다를 즈음은, 독자들의 반응이나 업계의 러브콜이 이어질 때와도 일치한다. 즉, 그 시점까지는 지난한 인내와 자발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유튜브도 정확히 이 프로세스와 똑같다. 그러니 이 플랫폼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의식이 없다면, 유튜브든 블로그든 시도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유튜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는 지금도, 전 세계의 수많은 이들이 유튜브 위에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큰 성공과 부를 차지한다. 특히나 창의성 하나만으로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고 도전하는 크리에이터를 가리켜, 이 책의 저자이자 유튜브의 CBO인 로버트 킨슬은 '스트림펑크(Streampunks)'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책은, 유튜브가 아니라 바로 그 스트림펑크 족과 크리에이터의 사례를 상세히 소개한 책이다. 어쩌면 책 제목에 이 부분이 잘 어필되지 못한 것 같다.(이 책의 원제는 스트림펑크라는 키워드가 메인이다. ˝Streampunks: YouTube and the Rebels Remaking Media") 




유튜브 레볼루션 - 10점
로버트 킨슬.마니 페이반 지음, 신솔잎 옮김/더퀘스트



많은 여행 콘텐츠를 만들고 기업 강의를 하는 내 직업상, 근 1~2년 사이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의 콘텐츠 담당자를 각각 단독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국내 포털업계는 대체로 생산자를 종속적인 관계로 여긴다. 이들은 크리에이터를 만나면 '내가 널 홍보해줄게(=그러니까 우리 입맛에 맞는 콘텐츠 내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유튜브 담당자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넌 너다운 것을 해. 그럼 저절로 팬이 모여들거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응?) 처음에는 그 메시지가 굉장히 무책임하게 느껴졌지만, 유튜브의 플랫폼적 특성을 살펴보니 이제야 납득이 간다. 


유튜브가 한국 포털과 다른 점은, 모든 개인이 평등하게 진입과 노출 기회를 가지며, 오직 콘텐츠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국내 포털에서는 구 미디어(신문, TV)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진열된다. <유튜브 레볼루션>에는 소위 흙수저였던 수많은 개인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업계를 전복하고 있는 지를 다룬다.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로 100만 뷰를 기록한 인디 음악가 잭 콩트의 말은, 유튜브의 이러한 특성을 잘 대변한다. '유튜브는 사람들이 작은 규모의 콘텐츠 기업을 운영할 기회를 마련해 줬습니다.(중략) 10년 전에는 전혀 불가능했어요. 견고하던 거대 미디어 기업에 균열이 생기고, 새로 등장한 미디어 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게 된 겁니다'.


같은 의미에서, 구글 코리아의 유튜브 담당자가 내게 해준 이야기는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유튜브에 채널을 가진다는 건, 내 영향력은 내가 직접 build한다는 거에요. 포털 메인에 선택되기 위해 콘텐츠를 그쪽 입맛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거죠. 구독자에게 알림이 가는 시스템이라, 내 영향력을 온전히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게 가장 강점이에요. 구독자만 생각하면 돼요'라는 말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에게 몇 시간 일하냐고 물었더니, '깨어있는 시간을 물어보시는 거죠?'라고 답했다는 이들의 엄청난 집념과 노력은 오직 구독자를 위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수많은 해외 행사에서 직접 만나고 함께 여행했던 세계적인 여행 유튜버들도, 이렇게 일한다. 


그러나 유튜버든 블로거든, 누구나 100만 구독자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다수 생산자의 수익원은 아직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저자는 유튜브의 CBO임에도, 수익에 대한 어둡고 당혹스러운 현실도 가감없이 소개한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현상은 유명세와 현실의 성공이 일치하지 않는 '매드 맨 격차'다. 영화 매드 맨의 최고 시청률이 350만 명인데 유튜버 미셸 판의 최고 시청 수는 캘리포니아에서만 400만이 넘는, 유튜브와 현실의 격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배우 브리타니 애슐리가 자신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서빙 알바를 하던 인기 유튜버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는 에피소드는, 그래서 상징적이다. 소셜 미디어 스타가 현실에서 큰 돈을 벌기는 어렵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유튜버가 헐리우드 셀럽보다 높은 영향력을 갖고 있어도 광고시장이 이들을 외면하는 원인을, 책에서는 상세히 다룬다.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유튜브 스타를 부각시켜서 '유튜버'를 초등학생의 새로운 장래희망으로 만들고 있지만, 그 미래가 선명하지만은 않다는 건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콘텐츠로 먹고 사는 내 입장에서는 '이미 가진 영향력을 최대한 확장하고 싶다면' 유튜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라고 결론내릴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유튜브를 할까말까 고민할 때가 아니라, 나만의 '핵심(core) 콘텐츠'가 있다면 내 청중들과 좀더 가깝게 만나기 위해서라도 올라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코어가 없거나 아직 오디언스 기반이 약하다면, 어려운 플랫폼인 것도 확실하다) 그러나 만약 유튜브를 망설이는 이유가 단지 용기가 없어서라면, 이 책에 언급된 한 유튜버의 영상을 추천하고 싶다. 다들 미친 짓이라고, 루저라고, 사회 통념에 따르지 않는다고, 그것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때 꿋꿋히 유튜브를 통해 한계에 도전하고 성공을 이룬 '케이시 네이스탯'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수많은 유튜버의 교과서로 자리 잡았다는 그의 여러 영상을 찾아보다가, 내게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Do what you can't'를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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