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6 Senses in Thailand - 수코타이의 커뮤니티 마을, 나톤찬
12일간의 대장정도 어느 덧 중반으로 접어든다. 전통 체험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러이를 뒤로 하고, 4시간 여를 차량으로 달려 태국 북부를 동->서로 가로질러 수코타이로 향했다. 수코타이 하면 태국의 3대 왕조인 수코타이 왕조가 성했던 유적의 도시지만, 이번 여행은 태국 특유의 'Sufficiency Economy'(충분한 삶)를 구현한 커뮤니티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로컬의 삶을 가까이서 느끼는 색다른 컨셉트다. 소박한 삶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그들의 지혜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던, 나톤찬 마을에서의 첫날.
수코타이 외곽의 한적한 커뮤니티 마을, 나톤찬(Na Ton Chan)
방콕에서 러이까지는, 호텔과 리조트에 숙박했다. 그래서 과거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걸 제외하면 현지인의 삶을 경험할 기회는 없었다. 이제부터는 진짜 로컬의 삶 속으로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과거 태국 북부를 호령했던 3대 왕조 중 하나인 수코타이에, 태국의 존경받는 푸미폰 국왕의 경제철학인 '충분한 삶'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커뮤니티 마을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2박을 머물게 된다.
사실 이 홈스테이 일정을 사전에 받았을 때는, '안락한 호텔만 찾던 내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나톤찬의 홈스테이에 들어서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나무로 지어진 숙소동은 생각보다 무척 컸고, 뒷쪽으로 다른 건물과도 이어지며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6팀이 고루 객실도 하나씩 배정받으니 불편할 일이 전혀 없고, 침대는 아니지만 매트도 이불도 매우 깔끔했다. 노 에어콘이라는 말에 겁을 먹었지만, 이 지역 10월 초 날씨에는 밤에 에어콘은 커녕 선풍기도 끄고 자야 할 정도로 싸늘했다. 호텔보다 불편한 게 있다면,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욕실이다. 하지만 3팀에 하나씩 욕실이 있고, 이젠 꽤나 친해진 멤버들과 서로 배려해가며 큰 불편 없이 화장실과 샤워를 이용했다. 오히려 이 약간의 불편함 속에서, 잠시 잊고 있던 여행에 대한 나의 초심을 문득 돌아보게 됐다.
특히나 나톤찬 홈스테이에서 독특한 것은, 이 건물동의 구조다. 내가 묵는 앞쪽 동이 신축 건물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뒷 편의 원래 건물과 이어지는 통로를 지상에 연결해 놓았다. 이 건물 전체가 예전 수상가옥처럼 바닥에서 한 층 높게 지어져 있는데, 전형적인 태국의 전통 가옥 구조다. 양 숙소동 사이에는 실제로 그들이 머물고 살림하는 부엌이 있기 때문에, 오가면서 어머님들이 요리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모두가 이곳 나톤찬에 와서부터는, 꾸밈없는 미소를 띤 채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객실 앞이나 정원에는 커다란 해먹이 설치되어 있어서, 영국 팀의 장난꾸러기 남편 리가 통크게 쏜 맥주 한 병씩을 들고 다들 해먹이나 바닥에 누워 음악을 듣거나 수다를 떨었다. 여행을 '일'로 하는 내게는, 이런 여유가 얼마 만인지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특별한 추석 연휴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시원하게 한 병 비워주는 오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로컬푸드 만들기
우리가 온다는 소식에, 나톤찬 주민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숙소 맞은 편에는 나톤찬 마을의 커뮤니티 센터가 있는데 바로 이곳이 로컬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다. 오늘 우리가 하게 된 체험은, 우선 그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로컬 푸드를 맛보는 시간이다. 우리네 빙수랑 똑같은 얼음 디저트부터 갓 만든 쏨땀, 그리고 깨끗한 기름에 보글보글 튀겨낸 바삭바삭한 도너츠까지, 하나씩만 먹어도 배가 빵빵해 진다.
이 중에서 우리가 직접 쿠킹 클래스로 배우게 된 요리는 카오 펍(Khao poep)이라는 로컬 가정식이다. 수증기로 뜨겁게 달궈진 천 위에 쌀가루 반죽으로 넓은 전병을 만든 후, 숙주와 야채, 계란을 올리고 뚜껑을 덮어 익힌다. 익히는 과정 자체는 한국의 찜기와도 비슷하다. 다 익은 이 전병을 그릇에 담고 허브와 견과류 등 여러 토핑을 올린다.
토핑까지 올린 요리에 따뜻한 돼지고기 육수를 부은 후 고춧가루와 식초 등을 쳐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 볼 때는 매우 간단하고 쉬운 요리인데, 막상 라이스 전병을 국자로 얇게 만드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다. 허둥지둥 대면서 겨우 한 그릇 만들었는데, 그래도 역시 직접 만든 요리가 제일 맛있는 법.:0
조용한 마을인 나톤찬이, 이 날 저녁에는 환영식으로 무척이나 왁자지껄해졌다. 수코타이 관광청 관계자들까지 참석한 큰 마을 잔치가 된 분위기인데, 학생들이 연주하는 전통음악에 맞추어 어르신들이 너무나 귀엽게도 춤을 추신다. 다들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기며 늦은 저녁까지 흥겨운 밤을 보냈다. 나톤찬 마을의 홈스테이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 나톤찬 마을은 수코타이 시내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구글맵 상 위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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