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6 Senses in Thailand - 람빵을 지나,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으로

지난 추석 연휴에 태국관광청 본청과 함께 떠난 12일간의 태국 북부 여행은 참으로 다이내믹했다. 수코타이 외곽의 한적한 마을에서는 다양한 삶의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면, 이제는 북부지대의 대자연 속에서 며칠을 보낼 차례다. 호텔에서 편하게 지내고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던 도시여행만 했던 나에게, 이번 여행이 주는 울림은 너무도 컸다. 찬란했던 란나왕국의 흔적을 되짚어 보고, 끝없이 펼쳐진 라이스필드를 바라보며 허름한 산장에 짐을 내려 놓으니 어느덧 하루가 저문다. 










수코타이를 떠나 치앙마이로 가는 길, 람빵

수코타이 외곽의 작은 마을, 나톤찬 커뮤니티에서 보낸 2박 3일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작은 숙소에서 서로 도와가며 여행을 하고, 아침이 되면 아주머니가 차려주시는 따뜻한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매일 2~3가지의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태국 농가의 삶을 조금이나마 배우고 익혔다. 차량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쉽사리 떼지지 않는다. 신세를 졌던 주인 일가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음 일정인 치앙마이로 향했다. 


수코타이는 태국의 북동부라면, 치앙마이는 태국의 북서부에 있다. 즉, 태국의 북부를 동->서로 가로질러야 하니 최소 4시간 이상 차량으로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그런데 이 여정의 중간 즈음에, 과거 태국의 북부 지역에 번성했던 '란나 왕조'의 대표적인 도시, 람빵이 있다. 여기를 안 보고 가면 아쉬우니, 잠시 람빵을 경유하여 이동하기로 했다. 람빵은 '마차의 도시'라고 불리운다고 하는데, 진짜 거리에 예쁜 마차가 많이 서 있다. 이렇게 마차를 많이 볼 수 있는 도시는 현재 람빵이 거의 유일하다고. 










우리를 태운 차량은, 람빵을 대표하는 사원인 왓 프라탓 람빵 루앙(Wat PhraThat Lampang Luang) 앞에 멈춰섰다. 이제부터는 사원을 한 바퀴 돌아볼 시간이다. 다른 태국의 사원과 마찬가지로, 여성 방문객은 입구에서 20바트 정도의 돈을 내고 사롱을 빌려 다리와 팔을 감추어야 한다. 


이번 일정에서 상당히 많은 사원에 들렀는데, 여러 사원에서 '여성 출입금지' 표지판이 놓인 기도 구역을 볼 수 있었다. 이곳도 안쪽의 흰 건물(호 프라 풋타밧)은 여성이 못 들어간다. 매사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우리의 독일 언니가 '왜 여성은 못 들어가냐'고 따지듯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었을 때 그 관련 의식을 남성이 처리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궂은 일이라 남성이 맡는다는 것인데, 요즘같은 시대에는 출입금지라는 개념이 여성에게 약간 차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어쨌든 타국의 종교문화니, 우리의 잣대를 들이밀기 보다는 존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아쉽게도 람빵의 사원에 도착하자마자 소나기가 폭풍처럼 내리는 바람에,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사원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1400년대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평화로운 태국답게 보존이 참 잘 되어 있다. 특히 지붕이나 벽의 디테일한 조각 문양이 다 그대로 살아 있어, 어디서 사진촬영을 하든 그림같은 풍경을 간직할 수 있다. 전형적인 란나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아름다운 탑, 쩨디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간절한 소원을 빌며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다. 함께 기도를 하지는 않았지만, 절로 경건함이 전해져 왔다.









치앙마이에서 1시간 거리!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의 홈스테이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경험한 치앙마이는, 한국에 널리 알려진 치앙마이 시내의 팬시한 여행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다. 치앙마이에서 약 1시간 떨어진 거대한 국립공원 지대의 '매끌랑루앙(Mae Klang Luang)'에서 무려 2박이나 한다니? 사실 처음 일정표를 받았을 때, 가장 걱정되는 일정이기도 했다. 대도시 여행만 주구장창 했던 내가, 깊은 산악지대에서 잠을 잘 수나 있을까? 벌레가 많으면 어떡하지? 산장이라는데 과연 객실을 따로 주긴 할까? 등등. 진짜 별 걱정을 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나의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절대로 따로 오기 힘든, 천상의 자연이 그 곳에 있었다. 푸르른 논을 배경으로, 도이 인타논의 엄청난 장관을 매일 영접할 수 있는 멋진 산장 숙소였다. 6팀이 산장을 한 채씩 배정 받았으니 여행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이번엔 개별 욕실도 다 딸려 있다. 









물론, 도시에서의 편리함은 그 곳에 없었다. 독채로 이루어진 객실에는 하나의 화장실과 두 채의 침대, 그것이 전부였다. 특히 자연보호를 중요시하는 국립공원 내 친환경 숙소이기 때문에, 더운 물을 쓰려면 보일러를 틀어 물을 데워야 한다. 하지만 이곳 매끌랑루앙에서는 도이 인타논으로 떠나는 하이킹을 위해 머무는 것이기 때문에, 숙소의 기본적인 기능만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북부 지역의 10월 초 날씨는 꽤 추웠다. 모기가 있긴 하지만 방 안으로는 잘 들어오지 않고, 야외 활동을 하는 낮에만 모기약을 팔다리에 뿌려주면 된다.  










무엇보다 매끌랑루앙 홈스테이가 최고였던 이유는, 산장 독채에 딸려있는 환상적인 야외 테라스 때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라이스필드가 펼쳐지는 이 절경을, 매일 바라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30년을 넘게 살아온 나에게, 대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그동안의 여행에서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 먹는 밥의 주인공인 쌀이 자라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자연에 무심하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정말이지 대학생 시절 농활다녀온 이후 처음 맞닥뜨리는 논밭이다. 










이곳의 홈스테이는 대부분 로컬 주민들이 운영한다. 매일 아침에 야외 레스토랑에서 직접 요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얻어먹는 아침식사는 소박하면서도 풍성했다. 대부분 이전 숙소에서도 먹었던 메뉴지만, 이곳엔 특이하게도 삶은 계란이 있다. 대충 까서 볶음밥에 얹어 먹거나 했는데, 현지인들이 먹는 방식을 보니 고깃국에 이 계란을 넣어 같이 먹더라. 담백하니 그것도 맛있을 듯.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는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은, 국내 치앙마이 관련 가이드북에서는 대부분 당일치기 하이킹 코스로만 잠깐 소개되는 것에 그친다. 하지만 이 지역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넓은 곳이며, 현지인들은 주로 로컬 민박을 이용해 느긋하게 휴식여행을 오는 곳이기도 하다. 숙박을 하고 싶다면, 이곳 매끌랑루앙에서 홈스테이를 해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내가 머물렀던 홈스테이 위치는 여기. 구글맵으로 이동 -> https://goo.gl/maps/cxaATdVF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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