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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Thailand

태국 동북부 러이 여행 - 쏨땀 쿠킹 클래스 & 전통 마스크 만들기

by nonie 2017.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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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 X 6 Senses in Thailand - 태국의 북부 로컬문화를 배우다 @ 러이

이번 여행이 앞으로 살면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단 한 가지 이유는, 12일간 무언가를 계속 새롭게 '배웠기' 때문이다. 단지 남의 나라 문화를 박물관 유리 너머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더라도 모든 것을 직접 해보면서 태국의 숨겨진 면을 발견하는 여행이었다. 쏨땀을 먹은 후 파파야를 깎아보고, 전통 마스크 춤을 본 다음엔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그들에게 한 발 다가갈 수록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 쌓인다는 걸 몸소 체감했다. 그저 매 순간이 꿈만 같았던 러이에서의 하루.  








러이의 소도시, 단사이에서 펼쳐진 환영 의식

푸나콤 리조트에서 맛있는 조식을 먹고, 본격 첫 일정을 위해 향한 곳은 단사이에 있는 전통문화 센터다. 반 포 콴(Baan Po Kwan)이라는 곳인데, 이산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상징적인 기관이다. 야외에서는 할머니들이 제단에 사용할 밀랍 꽃을 만들고 계신다. 우리도 하나씩 꽃을 만들어 보았는데, 녹인 밀랍을 동그란 과일에 반만 묻혀서 찬물에 담그면 꽃 모양으로 예쁘게 떨어진다. 이것을 제단에 하나씩 꽂으면 된다. 










전 세계에서 모인 외국인 12명이 온다는 소식에, 단사이의 온 마을 분들이 다 모이신 듯 하다. 수십 명의 어르신들이 전통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시더니, 곧이어 제단을 둘러싸고 일종의 '예배'와 비슷한 기도문을 한참 읽으신다. 이 때 독특한 것은 모인 사람들을 모두 하나의 실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란다. 곧 이어 모든 어르신들이 돌아가면서 우리의 팔에 하얀 실을 묶으며 행운을 빌어 주셨다. 모든 과정이 다분히 불교적인 의식으로, 이미 루앙프라방에서 경험한 적이 있어서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의식이 끝나고 야외에 나와서, 각자 제단에 바칠 꽃다발을 하나씩 만들어 차에 올라탔다. 근처에 작은 사원이 있는데, 여기에 꽃을 바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번 일정에는 이렇게 불교 관련 프로그램이 적잖게 있었는데, 서양에서 온 참가자들에겐 무척이나 이국적이고 새로운 문화로 비춰지는 듯 했다. 한국에서 온 나나 말레이시아에서 온 친구들에겐 사실 크게 새로운 종교문화는 아니다. 









태국 가정식의 정수, 쏨땀 만들기에 도전하다

이런저런 전통 체험과 사원 방문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쏨땀으로 유명한 지역 맛집, 매캄판 레스토랑에 들렀다. 그런데 식당 입구부터 포스가 남다르다. 야외에 마련된 조리대에서 쏨땀에 들어가는 양념을 직접 빻는 장면이 펼쳐진 것. 채칼로 파파야를 쳐내고 양념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한참 넋이 나가 있는데, 잠시 후에 따로 쿠킹 클래스를 한다기에 퍼뜩 정신 차리고 점심부터 먹기로. 









이 날 점심은 역시 쏨땀이 메인이다. 갓 버무려진 신선하고 향기로운 쏨땀에, 지역 특산물 흑찹쌀로 빚은 주먹밥과 짭쪼롬한 치킨 윙을 곁들이니 이집 맛집일세! 여기에 신선한 채소 튀김까지 듬뿍 곁들이니, 이 천상의 조합은 태국에 온 나를 칭찬하게 만든다. 이젠 로컬식이 삼시세끼 나와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이가 없다. 다들 맛있게 접시를 비우고, 이제 직접 쏨땀을 만들어 볼 시간이다. 









이곳 레스토랑을 이끌고 있는 주인 어머님께서 직접 쏨땀 시연을 시작하셨다. 요리 시작 전에 놀라운 이야기를 하셨는데, 피쉬소스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 허브로 만든 소스를 직접 개발하셨단다. 이 집 쏨땀이 너무 맛있어서 당연히 생선 액젓이겠거니 했는데, 이게 식물로 만든 소스였다니 대충격! 이 소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허브를 넣어 빻아서 쏨땀 양념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쏨땀 양념에 들어가는 허브 중에는 갈랑갈(태국 생강의 일종)과 생 레몬그라스 줄기 등 한국에서 구하기 매우 어려운 허브가 많다. 그래서 이곳에서 실컷 배우고 먹어보는 수밖에 없다. 특히 커다란 그린 파파야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과일이다. 이것을 채칼로 잘게 채를 치는데, 그 전에 세로로 칼집을 많이 내두는 게 비법이다. 즙이 많이 나오게 해서 양념 맛이 고루 배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파파야가 딱딱하고 칼도 무거워서 좀처럼 칼집을 내기가 힘들었다.  


평소 너무나 좋아하는 쏨땀을 직접 만들어 본 쿠킹 클래스,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레스토랑을 나오면서, 주인장이 만드신 비법 액젓소스도 한 병 구입하는 걸 잊지 않았다는. :) 쏨땀을 좋아한다면 단사이 지역을 여행할 때 꼭 이 집을 들러보길 강력 추천한다. 구글 맵 위치는 여기.









이산 전통문화의 상징, 피타콘 마스크를 만들다

어제 러이 공항에 내렸을 때, 공항 내에 여기저기 진열된 무섭게 생긴 조각상의 정체는 뭘까 궁금했다. 뾰족한 뿔과 코를 가진, 알록달록한 탈은 바로 이산 전통문화의 상징 '피타콘' 마스크다. 모든 아시아 문화에는 이렇게 악귀를 쫓고 불운을 막는 무속 신앙이 하나씩들 있기 마련이다. 이산 지방에서는 매년 6월에 이 피타콘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는 큰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여기서는 빼놓을 수 없는 문화 아이콘이다. 피타콘 센터에 도착하자, 어디선가 튀어나온 무용수들이 갑자기 이 축제를 재현하며 한바탕 흥겨운 춤을 보여 주었다. 졸지에 우리도 모두 나가서 이 분들과 춤잔치 한 마당.;;; 









단지 마스크와 전통복장을 입어보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별히 마련된 아트 클래스 수업에서 피타콘 마스크를 만들었다. 10대 시절 이후 얼마 만에 만져보는 붓과 물감이란 말인가? 미술과는 담 쌓고 살던 내게, 직접 그림을 그려 뭔가를 만드는 일은 불교 의식보다 더 생소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함께 간 내 동생 밀키맘이 그림 그리는 직업인지라, 그녀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색칠해서 마스크를 완성했다. 


정성스럽게 마련된 전통 디저트와 차가운 차 한 잔에 숨을 돌리며, 방금 만든 마스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늦은 오후. 나의 태국 여행이 이렇게 다이내믹할 줄은, 떠나기 전에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직접 무언가를 배우고 해보는 여행은, 그냥 보기만 하는 것보다 여행의 여운을 몇 배는 더 길게 만든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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