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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China

상하이 힐링 산책 - 예원의 호심정, 주말의 지아산 마켓과 코뮨 마켓

by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17. 9. 18.

상하이와 주가각을 오가는 1주일간의 호텔여행은 무척이나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무엇보다 몇 차례나 반복해서 오는 상하이인데도, 올 때마다 자꾸만 새로운 것들이 보이니 늘 다시 가고 싶은 도시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예원의 분주함 속에서 차분한 티타임을 갖기도 하고, 시내 깊숙히 숨은 마켓을 다니며 특별한 기념품을 쇼핑하기도 했다. 









분주한 예원의 오아시스, 호심정

7성급 타이틀을 달고 요란하게 오픈한 완다레인(Wanda Reign) 호텔은, 아직도 부지런히 공사 중인 개발지역 부근에 위치해 있다. 호텔 중심으로 걸어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호텔이 있는 사우드 번드에서는 아무리 용을 쓴다 해도 갈만한 곳이 역시 예원 뿐이다. 마침 예원을 안 가봤으니, 이때가 기회다 싶어 체크아웃하는 날 시간을 내어 예원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길을 건너 푸유루(Fuyou Rd)를 따라 직선으로 10~15분 정도 걷다 보면 로컬의 소박한 골목 풍경을 지나 엄청난 인파와 맞닥뜨린다. 상하이 최고의 관광지, 예원이다.


여기 오니 처음으로 한국 패키지 무리도 만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중국 단체여행객도 마주 했다. 그런데 인파에 파묻혀 잠시 서있다 보니, 특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한국 여행자들은 시간이 별로 없어 호심정 앞에서 사진촬영을 서두르고, 중국인들은 만두집 앞에 무조건 줄을 섰다. 반면 내가 예원에 온 이유는 딱 하나, 400여년의 세월동안 이 정원을 지켜온 호심정에서 차를 마시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찻집이 줄을 설 정도로 붐빌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찻집 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호심정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은 이토록 많은데, 왜 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까. 고개를 갸웃하며 들어서니 직원이 친절하게 2층을 권한다. 창가를 따라 하나하나 자리한 테이블이 너무나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오래된 중국영화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비현실적인 그림이다. 나도 연못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중국차 세트를 주문했다. 곧이어 아기자기한 다구 꾸러미와 넉넉한 워터포트가 딸려온다. 










포트에 담긴 끓는 물을 다구에 붓고, 첫 물을 헹구어낸 뒤 새 물을 부어 차를 우렸다. 자연광에 은은하게 비쳐드는 찻빛이 참 곱다. 세트를 시키면 이런저런 전통 과자와 먹거리가 함께 나오는데, 중국차의 향과 잘 어울린다. 연못을 내려다보며 아주 천천히 티타임을 음미했다. 1시간이 넘는 동안에도, 찻집은 고요하고 차분했다. 바깥의 엄청난 대혼란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이 순간이 흥미롭기도 하고, 이게 또 중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하이 엑스팻의 활기찬 주말, 지아산 마켓

다시 상하이의 현재로 들어가 볼 시간이다. 상하이 시내는 어디든 지하철이 잘 연결되어 있어서, 포시즌스 푸동에서 묵는 동안에도 부지런히 시내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어느 토요일, 전부터 꼭 와보고 싶었지만 '주말'이라는 특수상황이 맞지 않아 못가본 지아산 마켓으로 향했다. 지아산 마켓은 한적한 주택가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외국인 거주자(Expat) + 현지인들이 어우러진 작은 마켓이다. 한쪽에선 즉석 라이브 공연 중이고, 판매하는 아이템들도 세련되고 활기찬 것들이 많다. 커피 로스터리에서 '상하이 실루엣'이라는 멋진 이름의 블렌드 원두를 한 봉지 샀다. 250g에 55위안(9,500원)으로, 한국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레바논 스타일의 팔라펠을 파는 부스에서, 채식 팔라펠 랩을 하나 주문했다. 옆에 마련된 스탠딩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으며, 마켓을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대부분은 단골 고객이 많고, 여기서 한 주의 식재료를 마련해 가는 사람도 많았다. 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것 이상으로, 엑스팻들의 커뮤니티라는 인상이 강했다. 간만에 햇살 쨍한 11월의 어느 주말 오후, 지아산 마켓에서의 짧은 점심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다. 









신천지 속의 또다른 신천지, 코뮨 마켓

지아산 마켓에서 짧은 구경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신천지로 향했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상하이를 자유여행으로 오게 되면 어쨌든 한 두번씩은 신천지를 거쳐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서너 번을 오다 보니 이제 신천지 일대는 딱히 볼 것이 없으나, 오늘의 목적은 주말에만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코뮨 마켓이다. 


신천지에 이런 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쇼핑몰 사이에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사무적인 빌딩으로 들어가니 놀랍게도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3층에 Naked Hub라는 복합 문화공간이 있고, 오늘의 마켓은 바로 여기서 열린다. 수공예 액세서리부터 디자인 의류, 책까지 없는 게 없고, 여기도 외국인이 현지인보다 훨씬 많았다. 그 와중에 내 눈에 띈 것은 수제 맥주 부스다. 상하이 러브 브루잉의 에일을 꼭 마셔보고 싶었는데, 마침 병으로도 판다고 해서 한 병 모셔오기로. 









그리하여 여행 마지막 날의 상하이 기념품은 둘 다 상하이 이름을 가진 것들로만. 하나는 로컬 로스터리의 상하이 실루엣 블렌드, 상하이 브루어리의 화이트 에일 맥주 한 병. 여행을 많이 다니면 다닐수록 장바구니는 가벼워지고, 대신 삶의 가치를 더하는 것들만 추리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 가도 가도 더더욱 그리워지는 상하이, 아마 다음에 찾았을 땐 또 얼마나 새로워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비자 절차와 인터넷 접속 검열만 좀 완화된다면 그 어느 도시보다 사랑할텐데, 한번 갈 때마다 큰 맘을 먹어야 하는 중국이니 그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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