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의 호텔여행 - 타임머신을 탄 듯한 문화유산 호텔, 애스터하우스

180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이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도 신기한데, 만약 그 안에서 편안하게 숙박을 할 수 있다면? 상하이에는 중국 최초로 지어졌던 현대식 호텔이 아직도 그 명맥을 멋지게 유지하며 여행자를 맞이한다. 여행 컨퍼런스 때문에 갑자기 찾은 상하이에서 급하게 호텔을 예약할 일이 생겼고, 이번이야말로 애스터하우스에서 머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호텔여행자인 내게는 무척이나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던, 애스터하우스에서의 3일. 





1900년대 초 (www.virtualshanghai.net)현재의 모습(www.shanghaidaily.com)



intro. 호텔공부(?)하기 좋은, 살아있는 역사 '애스터하우스'

4년간 전 세계 1백여 곳의 호텔을 여행하면서,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은 서서히 변화해 왔다. 처음 호텔이라는 생소한 세계에 빠져들게 된 건, 정형화된 공간의 틀을 깨는 부티크/소형 호텔에서 얻는 놀라운 자극과 인사이트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이 점차 누적되면서, 요즘은 호텔이 그 도시에서 갖는 상징성이나 스토리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호텔을 어떤 학문이나 이론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호텔 경험치를 늘리는 건, 철저히 호텔 얼리어답터이자 여행 소비자의 입장에서 '여행자'적인 시각으로 호텔을 공부해 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더, 여행지에서 각각의 호텔이 가진 의미나 스토리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엄청나게 많은 상하이 호텔 중에서,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진 호텔을 딱 하나만 뽑으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상하이는 물론 아시아 호텔 역사의 시발점이 된 애스터하우스다. 1846년, 영국인 리처드가 중국에 최초로 세운 현대식 호텔이자 근대건축물로 문화유산이기도 한 애스터하우스는 무려 17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외관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평생 호텔여행자의 길을 걷게 될 내게, 이 곳에서의 투숙은 살아있는 호텔역사 공부이자 체험학습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번드의 다른 역사적 호텔인 페어몬트 피스와는 달리, 애스터하우스에는 10만원 대의 저렴한 객실도 있어서 부담없이 박람회 일정 3박을 예약할 수 있었다. 









상하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중심부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황푸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와이탄 북부(노스 번드)로 다가간다. 이 길도 어찌나 걷기가 좋은지, 동방명주를 바라보며 강가에 조성된 수변산책로를 따라 걸어갈 수 있다. 그렇게 몇 개의 다리와 횡단보도를 지나면, 낡은 흑백사진에서 지금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애스터하우스 건물이 보인다. 


뭐랄까. 역시 시간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는 고유의 무게가 있다. 그동안 많은 특급호텔과 아름다운 부티크 호텔을 거쳐왔지만, 애스터하우스의 넓은 로비 홀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조금 달랐다.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그와 대비되는 약간 낮은 조도의 조명과 옛스러운 카페트는 마치 화려했던 옛 시절의 허망함이 묻어있는 듯 했다. 











애스터하우스는 당연히 씨트립으로 예약했는데, 체크인하면서 알게 된 거지만 내가 예약한 바우처는 최종 결제가 아니라 보증금만 걸어둔 거였다. 어쨌든 예약은 잘 되어 있었고, 최종 객실료 지불은 체크인시에 완료했다. 일반 '디럭스' 정도의 기본 객실인데, 좀 미리 예약했다면 박당 10만원이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나는 투숙 이틀 전에 급하게 예약을 하느라 가격이 많이 올라 있더라. 세금 포함해서 1박/16만원 정도에 예약했다. 조금 비싸게 구하긴 했지만, 당장 방이 있는 게 어디냐 싶고.ㅠ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 애스터하우스 트윈 룸

사실 애스터하우스를 일부러 찾는 여행자라면 대부분 '리처드 스위트'에 묵으려는 목적이 크다. 무엇보다 이 호텔을 창립한 리처드의 이름을 딴 객실이고 매우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예산상 기본 객실에 묵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리처드 스위트에서도 한번쯤 묵어보고 싶다. 이번엔 전날 급하게 예약했더니 더블룸도 없어서 혼자인데 트윈룸....;;(물론 가격은 같다) 


기본 객실이 어찌나 드넓으신지. 역시 옛날에 지어진 호텔은 확실히 입지조건이나 부지의 선점효과가 있달까, 지금같으면 이 황금같은 위치에 이렇게 넓은 객실을 지을 수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복도부터 객실까지 모두 나무 바닥이어서,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나는 것도 어딘지 생소하게 느껴진다. 80년대에는 이 호텔의 값어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 배낭여행자들의 호스텔처럼 쓰였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상하이 시에서 이 곳의 문화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리노베이션하여 지금의 호텔로 재탄생시킨 지는 불과 십 수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일단 첫인상은, '편안하다'. 요즘 지어진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반질반질하게 닳은 나무에서만 흘러나오는 빈티지한 분위기가 흐른다. 그래서 며칠동안 현지에서 숙박을 결정하지 못해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슬그머니 풀어지는 걸 느낀다. 높은 천정에 달린 독특한 디자인의 조명부터 앤티크한 스탠드, 호텔의 로고가 새겨진 찻잔들이 객실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애스터하우스는 중국 최초로 전화기와 전기 스탠드가 놓인 호텔로도 알려져 있다.  











일전에 도쿄의 한 오래된 호텔 후기를 읽으면서, 작가들이 처박혀 글만 쓰는 객실이 따로 있다는 구절이 인상 깊었더랬다. 그런데 내 방의 책상 또한 뭔가를 쓰거나 노트북을 하기에 참 안정적이다. 티 테이블에는 조화 장식과 중국차 세트가 정갈하게 놓여 있는데, 이 티는 유료 청구되는 서비스.ㅎㅎ 그런데 디스플레이만으로도 멋지긴 하다. 









객실을 닮아 욕실도 어찌나 넓은지, 가끔은 너무 휑한 느낌이 들 정도로 넓었다. 1박에 십 몇만원 짜리 객실 치고는 넘나도 광활한 넓이인 것. 특히 욕실에 커다란 사이즈의 창문에서 채광이 비쳐서, 아침에는 불을 켜지 않고 썼다. 

나름 욕조도 있고, 붙박이 식이라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샤워기 수압도 나쁘지 않았다. 세면대 오른쪽에 있는 나무로 된 함을 열면, 5성급 호텔 못지 않은 어메니티도 모두 완비되어 있다. 








애스터하우스의 인상깊은 객실 서비스라면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웰컴 푸드 바구니인데 맛있는 과자와 바나나가 들어 있어서, 조식 신청을 하지 않은 내게는 나름 유용했다. 웰컴 바구니는 최초 입실 시에 1번만 준다. 


또 하나는 날씨 알림 서비스다. 저녁시간에 직원이 객실문을 두드리길래 턴다운인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뭔 쪽지를 건넨다. 내일의 날씨를 체크해서 알려주는 건데, 요즘같은 스마트폰 세상에 이런 서비스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대체로 직원들이 다 나이가 매우 어린 편인데, 서투르면서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4층 중앙쪽 객실에 머물면서 가장 좋았던 건, 방을 나서면 이렇게 아름다운 채광이 쏟아지는 복도가 펼쳐져서 그 자체로 호텔 투어가 된다는 점이었다. 건물 구조 자체가 옛날식이라 중앙은 뻥 뚫려서 3층의 전시관이 그대로 내려다 보이고, 이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 객실이 배치되어 있다. 천정은 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이 그대로 들어와 조명 역할을 한다. 사실 3박을 하면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3층 전시나 계단 등 호텔의 모든 부분을 꼼꼼히 둘러보지 못한 것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특별히 칭찬하고 싶은 또 하나, 로비의 직원들이 대체로 빠릿해서 컨시어지 역할을 제대로 한다는 점이다. 로컬들이 많이 간다는 젠 마사지가 예약없이는 가기 힘들다 해서 걱정했는데, 대신 전화 걸어서 예약부터 점포 위치 파악까지 제대로 해주었다. 또 택시가 오지 않자 디디따쳐(중국 우버) 자기 계정을 써서 택시를 불러주는 직원도 있었다. 애스터하우스의 명성을 위해 모두 노력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여서, 시설이 조금 부족해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컨시어지 역할 만으로도 객실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호텔이 지닌 역사적 의미나 유명세에 비해, 국내 블로그 투숙기는 검색해보니 서너 개에 불과해서 조금 놀랐다. 반면 내가 애스터하우스를 선택한 건 사실 트위터의 공이 큰데, 알만한 사람들은 상하이 추천 호텔이라며 많이들 공유하고 있더라. 사실 호텔을 공부하는 내게도 얼마 전까지는 관심 밖이었던 호텔인데, 덕분에 좋은 경험했다. :) 이어서 짧은 일정동안 부지런히 다녀본, 상하이의 몇몇 카페와 스파 후기가 이어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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