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Finland - 난탈리 힐링여행 마지막 이야기
헬싱키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세계적인 여행 인플루언서 7명과 함께 2박 3일동안 난탈리에 다녀왔다. 스파 리조트에 묵으면서 사우나를 순례하는 난탈리 여행은, 단연 '힐링'이 메인 테마다. 특히 헤란쿠카로 리조트에서 경험한 전통식 핀란드 사우나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한 겨울에 야외 자쿠지에서 마시는 뜨거운 사과주 한 잔으로, 핀란드라는 나라를 기억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했던 시간.
Lunch @ Kultaranta Resort
무민월드와 성당 체험 등 바쁜 오전 일정을 마치고, 느즈막히 점심식사를 위해 쿨타란타 리조트로 향했다. 난탈리의 몇 안되는 럭셔리 리조트로, 골프장과 별채 형태의 숙박시설을 보유하고 있어서 주로 핀란드 현지인들이 휴양하러 찾는 호텔이다. 시설을 두루 둘러보는데, 주변 경치가 너무나도 평화로워서 셔터가 멈추지를 않는다. 대지 위에 황량한 나무 한 그루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착 가라앉는 걸 느낀다. 촬영을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니, 벌써부터 따끈한 수프 냄새가 코 끝에 맴돈다.
언제나 그렇듯, 핀란드의 가정식은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저 로컬에서 잡힌 신선한 재료로 간소하고 담백하게 음식을 만든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연어와 감자를 넣은 진한 크림수프, 신선한 치즈와 버터를 바른 검은 통밀빵이 전부다. 오후 2시가 넘어가는 시각이라 다들 춥고 배가 고팠는지, 한 그릇만 먹는 이들이 없다. 나도 금새 한 그릇을 뚝딱하고 조금 더 가져다 먹었다. 설경을 바라보며 빵과 수프를 맛보는 시간은, 겨울의 핀란드를 오감으로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Sauna @ Herrankukkaro
다시 차를 타고 30~40여분을 달려서, 작은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나무와 돌로만 지어진 소박한 가옥들이 늘어선, 마치 시간을 거슬러 중세 시대의 핀란드로 온 듯한 이 곳의 정체는 뭘까? 놀랍게도, 이 시설 전체가 하나의 친환경 숙박시설이자 핀란드의 전통 사우나를 보유한 곳이었다. 옛날에 핀란드의 어부들이 머물던 가옥을 개조했다고 하는데, 옛 풍취가 그대로 살아있었다.
우리 난탈리 일행들은 성별과 연령대, 국적이 매우 다양했다. 그동안 여러 행사를 거치면서 서로 안면은 있었어도 아직까지는 다소 낯선 사이였는데, 사우나 탈의실에 모이자 그나마 남아있던 서먹함도 금새 무장해제가 된다. 각자 준비해온 수영복을 입고 여성 탈의실에서, 이 신기한 상황에 대해 감탄을 쏟아낸다. 특히 한국, 중국, 싱가포르에서 모인, 나를 포함한 아시아 걸스 3인방이 아마도 가장 신나지 않았을까 싶은.ㅋ
그동안 현대적으로 개조된 핀란드 사우나는 헬싱키에서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핀란드 통나무집 사우나는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 본다. 일단 사우나 안으로 들어가면 빛이라곤 전혀 없어서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다. 한국 찜질방으로 따지면 가장 뜨거운 불가마가 언뜻 떠오른다. 온통 껌껌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사우나로 들어서면, 온몸으로 훅 끼쳐드는 뜨거운 수증기에 금새 땀이 흐른다. 열기가 조금 식을라 치면 직원이 들어와 중앙에 있는 숯에 물을 끼얹어 다시금 수증기를 뿜어내게 한다.
뜨겁게 온몸을 달구고 나서 수건 하나 두른 채로 밖으로 나오면, 핀란드의 한겨울 찬공기가 무섭도록 파고든다. 이때 재빨리 야외에 마련된 자쿠지에 뛰어들어, 아까 받은 나무컵에 그득 담아온 뜨거운 사과주를 호로록 마신다. 이게 핀란드인이 겨울을 '힐링'하는 방법이라니, 너무 멋지잖아! 자쿠지에 둘러앉은 우리 일행들은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들고 '여기가 핀란드에서 최고'라며 탄성을 지른다. 다들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사우나와 자쿠지와 음주;;를 무한반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Dinner @ Herrankukkaro
가족경영을 한다는 헤란쿠카로에는 사우나 뿐 아니라 멋진 식당도 있다. 인상 좋으신 주인 아주머니가 분주하게 디너 뷔페를 준비하고 계신다. 사우나를 몇 시간이나 한데다 점심은 수프를 먹어서 다들 배고픈 기색인데, 푸짐한 핀란드 가정식에 멋진 와인까지 곁들여 풍성한 저녁상을 받았다. 이젠 다들 친해지고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오늘 밤이 마지막이라니 아쉽기만 하다.
차마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조명으로 빛나는 헤란쿠카로에 작별인사를 했다. 이날 일행들이 와인 몇 잔에 얼마나 업이 됐던지, 숙소로 돌아와서도 호텔 펍에서 새벽까지 맥주를 퍼마셨다는 일화가. ;; 우리의 숙소인 '난탈리 스파'가 가장 현대적인 스파 리조트라면, 헤란쿠카로는 Authentic하고 전통적인 사우나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런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일정을 완벽하게 마련해준, 핀란드와 난탈리 관광청에 깊이 감사드리며. :) 지난 2017년 1월 여행기를 이제야 마무리한다.
헤란쿠카로 웹사이트: http://www.herrankukkaro.f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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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4 - 핀란드의 힐링 여행지, 난탈리 - 무민 덕후의 성지, 무민월드에 가다
2017/05/08 - 핀란드의 힐링 여행지, 난탈리 2박 3일 여행 @ 난탈리 스파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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