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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Hawaii_Guam

하와이에서 언니를 외치다! 자넷 잭슨 'Unbreakable' 월드투어 관람 후기

by nonie 2015.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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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올 한 해를 돌이켜 보니, 온 마음을 담아 오랫동안 간절하게 바랬던 소원 중 하나가 드디어 이루어졌음을 깨달았다. 자넷 잭슨의 월드투어 현장에서 그녀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하는 내 모습은, 20년 전부터 한결같이 꿈꾸어 왔던 순간이었다. 작년에 세웠던 2015년 목표 중에, '꼭 보고 싶었던 해외 공연을 1회 이상 관람한다'는 위시리스트가 있었는데 이 역시도 이루었다. 다른 여행지도 아니고 무려 하와이에서 말이다. 오랜 팝음악 덕후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기념비적인 그 날의 짧은 기록. 역시, 언니는 대단했다. 


 





151115 @ Neal S. Blaisdell Center, Honolulu

저녁 6시, 호놀룰루의 아름다운 석양이 도시에 내려앉는 시간이다. 미리 사놨던 햄버거를 서둘러 먹어 치우고, 중고숍에서 건진 스포츠 스커트에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숙소에서 15분 가량을 걸어가니, 엄청난 규모의 공연장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저녁 8시면 자넷 잭슨 월드투어에서 올해의 대미를 장식할, 하와이 공연 3회 중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 이 월드투어가 아니었다면, 아마 미국까지 굳이 올 결심을 안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티켓팅과 여행 스케줄을 결정하고 나자, 같은 기간에 일본 공연 3회가 추가되었다는 멘붕의 소식이...ㅠ (이 여행비용이면 그녀의 일본 공연 3회를 다 볼 수 있....잊자;;)   


그런데 어제, 그녀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메일을 한 통 받았다. My Music VIP라는 일종의 팬서비스에 가입되었다며, 공연 2시간 전에 따로 마련된 전시장에 사전 입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나는 팬클럽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음원을 온라인으로 구입하지도 않은 터라, 메일이 잘못 왔나 싶었다. 그래도 전시장이 뭔지 궁금해서, 조금 일찍 공연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30년 음악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월드투어 전시관

이미 나보다 일찍 도착한 인파로 엄청나게 붐비는 공연장에서, 전시관은 의외로 쉽게 찾았다. 입구에서 내가 받은 메일을 보여주니, 영문을 알 수 없지만 내 이름이 VIP 입장 리스트에 있네!!! 덕분에 얼결에 전시관에 입장했다. 오오...그동안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팝스타의 내한공연과 외국 공연을 다녔지만, 미국 현지의 대규모 월드투어를 보는 건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다. 이러한 전시관은 일종의 투어 기념 팬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데,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매체에 공개되지 않은 스틸컷 사진과 희귀한 자료, 예전 투어때 입었던 의상까지 그간의 발자취를 차곡차곡 진열해 놓았다. 무엇보다 압권은 그녀가 그동안 받은 그래미상을 비롯한 어마어마한 트로피들. 이 실물을 직접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너무 벅차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게다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그녀의 익숙한 음악들...좀 있으면 라이브로 듣는 건가?!!










특히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인 'Janet'과 'Velvet rope'의 투어 때 입었던 역사적인 코스튬부터 비교적 최근작 'Discipline'앨범 재킷의 의상까지, 이걸 실제로 볼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여기 있는 모든 전시물을 찍는다고 한 100장은 넘게 찍은 것 같은데, 블로그에는 이 정도만..;;  








오빠 마이클 잭슨과의 싱글 'Scream' 뮤직비디오에 입었던 은갈치 코트가 바로 눈 앞에....ㄷㄷ 이 뮤비가 나올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 이 곡의 가사를 손으로 써가면서 영어공부를 했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ㅋ  


여담이지만 Scream이 나올 당시 마이클은 여러 소송에 휘말려 많이 힘들 때였고, 반면 자넷은 음악인생 최고로 잘 나가던 시기였다. 오빠의 그늘을 힘겹게 벗어나는 데 10년이 걸린 자넷으로선 굳이 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의 재기를 위해 피쳐링했다는 추측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자넷은 공개석상에서 이 곡을 부른 적이 없다. 그러나 마이클 사망 직후에 한 시상식에서 Scream을 추모 라이브로 선보였는데, 공교롭게도 그 때는 자넷이 한물 갔다는 평을 듣던 시기였다. 그 추모 라이브로 엄청난 호응을 받고(자넷빠로 유명한 비욘세와 제니퍼 로페즈가 관객석에서 심히 열광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잡힘..;;) 언론의 재조명을 받은 덕분인지, 이번 월드투어 세트리스트에도 어김없이 들어갔더라. 어찌보면 세월이 흘러 거꾸로 그녀의 재기에도 도움을 준 효자곡이 된 셈이다.  








월드투어의 깨알 재미, 굿즈 쇼핑! 

팝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에는 연중 수많은 대규모 공연이 열린다. 하지만 단발성 공연과,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3년까지 투어버스와 전세기를 대동해 세계를 누비는 월드투어는 의미가 아예 다르다. 일단 월드투어는 각국의 대규모 관객 동원이 보장되는 세계적인 팝스타만의 특권이다(최근에는 마돈나에 이어 아델이 월드투어 시작). 그래서 월드투어 공연장에는 특별히 팬들만을 위한 상품인 굿즈를 다양하게 개발해 선보인다. 이번 언브레이커블 투어에서는 무려 10종 가량의 티셔츠/후디가 나왔는데, 진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어떻게 하나를 골라야 하나 고민했음ㅠ


티셔츠 1종 + 신보 앨범 CD 세트가 50불. 이건 가격을 떠나 그냥 무조건 사야하는 것! 앨범도 여기서 사려고 일부러 안사고 버텼다는. 급 빠순모드로 돌변해 화장실 가서 잽싸게 투어 티셔츠로 갈아입고, 언니를 알현할 준비 완료.       









성숙한 미국의 공연관람 문화를 체험하다

닐 블레이스델 센터는 과연 월드투어 공연장답게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수천 명의 관객이 아무런 사고없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여유있게 기다리는 풍경도 인상적이지만, 티켓을 끊고 공연장으로 들어서자 먹거리 부스에서 일제히 술과 음식을 사서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것도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마치 야구장이나 축구장처럼 맥주와 음식을 즐기며 파티를 하듯 공연을 기다리고, 음식물을 공연장 내 좌석에서도 마음껏 먹고 마신다는 게 신기했다. 당시 파리 테러가 난지 며칠 안된 때라 경계가 무척 삼엄하긴 했지만, 오히려 늦은 저녁에 안전하게 대규모 공연을 즐길 수 있어 마음 편하기도 했다.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어떠한 불편함도 느끼지 않고 쾌적하게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고, 서로를 배려하는 관람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는 걸 순간순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공연장은 DJ가 그녀의 히트곡을 세련되게 디깅해 관객들의 온도를 후끈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공연은 약 30분 정도 지연 후 시작되었다.    










하와이에서 언니를 외치다! 뜨거웠던 언브레이커블 월드투어

드디어 디제잉이 끝나고 암전되면서,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그녀가 등장했다. 이번 앨범의 신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싱글 Buritup!으로 등장한 그녀는 숨쉴 틈도 없이 히트곡 댄스 메들리로 순식간에 5곡을 후려치면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고 시작했다. 아니...이 언니, 66년생인데 아직도 발이 안 보이게 춤을 춰!! 게다가 세트리스트를 어찌나 세심하게 짰는지, 과연 월드투어의 원조 여신다운 관록이 돋보였다. 그 많은 히트곡을 1절씩만 끼워 넣어도 도저히 감당히 안되게 터져 나가는 세트리스트ㅋㅋ 너무 많은 곡을 다 들려주고픈 욕심도 있고 이젠 나이도 나이인지, 그녀 공연에서 가장 큰 특징이었던 다채로운 코스튬 체인지는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블랙 의상 하나만 고집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의상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은 두어 시간의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대단했다는.; 










내 좌석은 2층에서도 가장 사이드여서(100불이 넘는데도 맨 뒷 자리라니ㅠㅠ), 이번 투어의 큰 특징인 무대 좌우의 커튼 영상과 그녀의 엄청난 안무가 어우러진 완벽한 공연을 즐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에너지와 노련미는 모든 악조건을 뚫고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그게 너무나 놀랍고 감사했다. 더 감동했던 건 편곡이었다. 80년대 히트곡 조차도 세션과 디제잉을 적절히 섞어 완전히 세련된 코드진행으로 바꾸면서도, 그때 그 시절을 즐기고픈 관객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도록 불렀다. 절대로 쉽지 않았을 작업이다. 


운좋게도 양옆에서 관람했던 관객들도 매너있고 무척 즐겁게 공연을 즐겨서 나 역시 더 재미있게 환호할 수 있었다. 특히 내 오른쪽에 앉았던 남자애들은 몇몇 곡에서 거의 미쳤었다는ㅋㅋ(그 와중에도 조금만 부딪히면 바로 쏘리! 나오는 기본매너 탑재...) 나도 대부분의 2층 관객들이 그렇듯 앉아서 즐기다가, Together Again 부터는 자동기립ㅋㅋㅋ 이 곡은 앉아서 들으면 죄짓는 거임...


23트랙(곡수로 따지면 30곡이 넘음)의 어마어마한 세트리스트가 끝나고 신곡 2곡으로 앵콜까지 찰지게 끝내주신 그녀의 월드투어는, 내게 단순한 해외공연 관람을 넘어선 각별한 의미가 있다. 20년간 아껴온 팝 우상 중에서 한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마이클 잭슨), 한 사람은 많이 망가졌다(머라이어의 수준낮은 내한공연과 게임CF....그저 한숨만)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서 이 정도 급의 공연이 가능한 스타는 이제 자넷 잭슨과 프린스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남은 소원이 있다면 내년에 그녀의 공연을 정면에서ㅋㅋ 한번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내년엔 프린스의 해외 투어도 꼭 가보고 싶다. 팬질 20년을 통틀어 가장 기념비적인 순간이 하와이에서 이루어지다니, 새삼 내 직업에도 감사했던 시간.   


언브레이커블 월드투어의 세트리스트와 내년 투어 일정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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