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팬으로,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이젠 기억조차 아련한 옛날이지만, 나는 여행기자로 사회생활에 입문하기 전 음악평론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즉 글쓰기가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계기는 여행이 아니라 미국 대중음악이다. 아주 어릴 때 피아노에 입문해 오랫동안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내 귀의 이어폰엔 언제나 팝음악이 흘렀다. 1990년대는 가요의 르네상스 시대였고, 팝이 지배하던 시절은 거의 저물던 때였다. 머라이어 캐리의 Music Box가 한국에서 100만장이 팔리던 시절의 끄트머리에, 어린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Top 3 아티스트는 머라이어와 마이클 잭슨, 그리고 자넷 잭슨이다.
중고교 시절 내내 그들의 음악에서 파생한 흑인음악의 인디신을 깊숙히 파고들었다. 동시에 PC통신망에 접속해 이베이 직구와 해외 팬들과 자료 Swap까지 감행했다.(영어 공부는 이때 다 한 듯) 대학 입학 무렵에는 머라이어의 전국적인 팬클럽을 조직했다. 졸업 즈음엔 흑인음악을 주제로 싸이월드의 페이퍼(지금의 브런치같은 글쓰기 플랫폼)에 평론을 연재했고, 나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때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글을 못 쓰는 듯... 2011/06/01 - The Queen Of Remix,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당시엔 가수의 꿈도 있어서 모 방송사의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공연도 종종 했던, 질풍노도의 시절이었다.ㅋ 당시 썼던 평론을 보고 연락해온 뜻이 맞는 이들과 음악 관련 창업을 했고, 1년만에 보기좋게 실패로 돌아갔다.
2009/01/11 - 웹진 창업을 꿈꾸던 4년 전의 나를 돌아보다
이 모든 일은 여행기자로 입사하기 전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고, 이후 기업체의 홍보우먼으로 평범하게 변신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중했던 시절을 함께 한 음악적 우상들과의 추억은 그저 마음 한 켠에 묻어두고 살아왔다. 사실, 음악도 거의 듣지 않은 지 꽤 됐다. 그녀의 월드투어 소식이 들려온, 불과 몇 주 전까지는.
7년만의 신보 Unbreakable, 그리고 월드투어를 예매하다
그녀의 새 앨범 자체가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물론 너무 오랜만에 나온 앨범이지만(잭슨가의 종특;;) , 그녀는 계속 꾸준히 음반을 내왔기 때문이다. 2004년 슈퍼볼 노출 사건으로 소위 블랙리스트에 오른 후, 두 장의 앨범은 연이어 미국 매체의 노골적인 보이콧을 당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엄청난 비난을 몰고 온 전설의 슈퍼볼 사건은, 정작 그녀의 커리어엔 득보다 실이 훨씬 컸던 셈이다. 사실 나는 2000년대 이후 3장의 앨범은 거의 듣지 않았다. 음악적으로 전혀 진보하지 않았고, 귀에 꽃히는 멜로디는 찾기 어려웠다. 슈퍼볼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커리어가 내리막세인 건 음악을 들으면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8~90년대는 대단했고, 그때의 성과를 넘어서는 건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선공개된 No Sleeep과 Burnitup은 예기치 않은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다. Futuristic을 표방한 난해한 사운드로 대중의 외면을 받았던 전작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마치 90년대로 돌아간 듯한 헤어 스타일과 부드러운 비트, 하지만 그 시절의 재탕이 아니라 지금의 자넷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성숙한 해석으로 90년대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전체 앨범의 뚜껑을 열어보니, 그야말로 대박 중의 초대박이다. 오빠 마이클을 연상케 하는 타이틀곡 Unbreakable, 멜로디의 힘이 살아있는 팝 Shoulda Known Better, '내가 쓰러졌을 때, 누가 내 곁에 남아있어 줄까?' 진지한 자기고백이 빛나는 미니멀한 발라드 'After you Fall'은 2000년대 이후 어떤 앨범에서도 들을 수 없던 수작이다. 앨범 전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어제,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1위를 했다. 미디어가 철저하게 외면하는 와중에도 이미 지난 주에 아이튠즈에서 1위를 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긴 하다. 오랜 팬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전에 없던 대박의 스멜을 감지한 나는 월드투어 일정을 접하고 무조건 공연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침 미국행 티켓도 있겠다, 아예 투어에 맞춰서 여행을 가면 되겠다. 난생 처음으로 그녀를 볼 수 있는 기회라니, 어찌나 떨리고 설레던지. 그러나 야심찬 계획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내 항공권 행선지와 가장 가까운 시카고 공연 3회 모두 매진ㅜ 물론 리세일 티켓을 살 수도 있지만, 해외공연 첫 도전인 만큼, 티켓마스터부터 안전하게 공략하기로 했다. 무사히 예매한 티켓은 올해 마지막 미주 투어, 호놀룰루 공연이다. (미국여행을 다 짜고나니 일본 투어 오픈....아아...자넷이시여)
티켓마스터의 리스트 화면. 원하는 공연을 클릭하면 좌석 배치도를 보면서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티켓마스터는 영미권에서 열리는 수많은 공연과 이벤트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티켓판매 사이트다. 해외 팝 공연 외에도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티켓도 여기서 예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에 알아두면 좋겠다 싶었다. 해외 결제 가능한 신용카드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미리 티켓을 살 수 있다. 티켓은 Will Call(현장수령) 혹은 이티켓으로 이메일로 프린팅하는 방법 중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실물 티켓 배송을 신청하면 분실 위험도 있고 티켓 가격도 올라가니 가능하면 이티켓으로 선택하는 게 좋다. 몇 번의 클릭질 끝에 리세일 중인 티켓을 E-ticket으로 구매했다.
티켓네트워크라는 리세일 티켓 플랫폼도 있는데, 한국인 후기도 하나도 없고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40~50불 정도 붙더라;;) 덥석 결제를 해도 괜찮은 건지, 아직 고심 중이다. 시카고 공연은 현재 이 사이트에서만 구매 가능하기 때문. 이베이에는 이미 수백 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었다.ㅜ 티켓네트워크 이용해 보신 분 계시면 후기좀...;;
어쨌든 그녀의 컴백과 함께, 너무 오랜만에 음악을 듣고 쓸 수 있어서 행복한 요즘이다. 이번 미국여행은 철저히 빠순이 모드로 돌아가 움직일 예정.ㅋㅋ 20년 전의 열정을 다시금 끄집어내 추억할 수 있게 해준 그녀에게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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