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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정신이 들면 주말이고, 그래서 주말이 더 힘들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지금 내가 어디 서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그걸 열심히 헤매서 어렵게 찾고 나면 다시 월요일이고, 또다시 나는 천천히 사라져 버린다.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다들 그렇겠지. 나만을 예외로 두는 건 가장 쉬운 자기합리화, 혹은 가장 어려운 마인드컨트롤.
오늘 아침, 잠을 깨면서 트위터에서 본 은희경 작가의 한마디가 계속 맴돈다.
글쓸 때의 나의 주문. 1.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잖아. 2. 그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는 친구에게 들려주자.
그동안 글을 써대면서 과연 내겐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을까.
예전에 은 작가의 '생각의 일요일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작가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필요하고,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하는구나.
그 경험의 깊이와 섬세함이 '글'로 다시 태어나는구나.
그런데 나는 작가이기에는 너무 이성적인 스타일의 인간이어서, 경험의 넓이는 무척 넓지만 그 깊이와 디테일은
참 한정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다는 걸, 문득 느낀다.
이제는 무조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가치보다는 인간적이고 성숙한 경험과 판단이 더 절실해진다.
내가 그렇게 변화해야만, 나를 둘러싼 세계도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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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스타벅스에 왔다. 밝은 채광이 매력적인, 테라스석이 내다보이는 자리. 이제 원고만 쓰면 되는데.ㅜ
내 맞은 편에는 지긋한 나이의 외국인 아저씨가 혼자 책을 읽고 있다. 검은 티셔츠에 뿔테 안경, 짧은 은발머리..
유러피언의 시크함;;이 느껴지는 독서 자세. 한손에 쥔 페이퍼백에 몰입한 채 일요일의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이다.
말걸고 싶지만 참아야지. 왠지 나보다 한국말도 더 잘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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