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Guam에서...
블로그 제목이 무색하게도, 오늘 난 해변을 향해 꾸렸던 여름용 여행가방을 도로 풀고, 깊숙한 다락방에 도로 넣어둔다.
올 한 해, 비행기는 이미 여러 번 탔다. 비록 그 여행이 쉼과 휴식은 아니었지만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었기에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드디어 휴양지에서 쉴 수 있는 꿈같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역시 난 그럴 팔자는 아닌가보다.
철 들고 나서부터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한번이라도 더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일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무리 중요한 일도 여행보다는 뒷전이었다. 아마도 내가 기억하는 한, 스스로의 의지로 여행을 포기한 첫 결정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여행보다 중요한 우선순위가 드디어 생겼다는 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바래왔던 바다.
지금까지 수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웠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물음표가 있었다. 이렇게 닥치는대로 많이 나가는 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구체적으로 이 많은 컨텐츠를 어디에 언제 쓸 수 있는 걸까. 혹시 내가 이 많은 걸 다 담기에는 너무 작은 그릇은 아닐까. 이미 줄줄 새고 넘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내 인생의 중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해외에 나가는 것에만 쏟아부어도 되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을 희미하게나마 찾았기에, 나는 오늘 여행가방을 풀고 새로운 도전으로 향하는 새로운 가방을 싸려 한다.
지난 10년의 여행에서 얻은 많은 경험과 감사한 기회들, 절대 나 혼자만의 능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수많은 여행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 1~2명밖에 거머쥘수 없는 대단히 귀중한 기회였고, 나 때문에 누군가는 그 기회를 잃는 것이므로 반드시 내가 얻은 경험을 가치있게 재생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늘 있었다. 그 결과는 이제 곧 나올 책에도 일부 담겨져 있긴 하지만, 책을 쓰는 '작가'라는 타이틀보다는 좀더 넓은 영역에서 나의 재능과 경험을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고 제안하는 일'에 기꺼이 바치며 살아가고 싶었다. 철모를 여고생 시절부터 떠들고 다녔던 'CEO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정말 '말하는 대로' 될까 싶었지만, 이제 내가 꿈꿔왔던 내 모습을 실현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 앞에 와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 그 새로운 가방에 들어갈 아이템을 열심히 고르고, 힘겨운 여정에 기꺼이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 나아가려 한다. 이를 위해 올해 남은 시간을 여행만큼이나 가치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려 한다. 언제나처럼, 어처구니없을 만큼 나 스스로를 굳게 믿으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보이지 않는 수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그 기회가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열심히 해볼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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