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붉은 광장 속을 이리저리 해매고 다니다 보니, 슬슬 여행에 자신감이 붙는다. 앞으로 가도 뒤로 가도 멈칫하기만 했던 우리는 이제 조금씩 용기를 내어 마라케쉬의 심장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중이다. 하릴없이 거리를 방황하다가 문득, 복사해온 가이드북을 펴고 다음 행선지를 정했다. 자유여행도 좋지만 마라케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곳, 바로 쿠투비아 모스크를 보기로 한다. 지도조차 볼 필요 없다. 쿠투비아는 제마 엘프나 광장의 어디에서나 보일 만큼 높고, 웅장하고, 존재감이 있는 건축물이니까.

 









너무 높아서,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서 우리는 너무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미리 사진을 찍기로 한다.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저 붉은 벽 앞에서 사진 찍는 것과 똑같을테니. 왜, 파리의 에펠탑도 그렇지 않은가 :) 쿠투비아 모스크는 마라케쉬의 상징이자 랜드마크다. 천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여전히 이 복잡하고 오묘한 도시를 든든히 내려다보며 지켜주는 수호신인게다. 모스크가 가까워질수록 도로 주위는 꽃과 나무 등으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이 이 모스크를 얼마나 잘 보존하려고 노력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언니. 해가 더 중천에 뜨기 전에 사진을 찍어야겠어"
"어. 그래;; 벌써 얼굴에 그늘이 작렬하는구나."
"근데 언니, 찡그리지 말고 좀 웃어봐! 사진 찍잖아!"
"....."








한국에서 계획했던, 마라케쉬 화보집을 찍어야겠다는-_- 허튼 계획은 백만리 먼 이국 땅에서는 안드로메다같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일단 24시간 jetlag의 타격은 아직도 나의 컨디션을 지배하고 있었다. 게다가 5월의 모로코 햇살은 한국의 여름보다 더 강하고 날카로웠다. 어딜 가도 그늘이란 없다. 그저 이글이글 붉게 타오르는 벽과 내가 마주하고 있을 뿐. 그저 사진기 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행이 끝난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이래서 여행은 체력이다. 체력. -_- 








어린놈의 시키(=내 동생)는 비교적 쌩쌩해서 벽 뒤에 숨는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너도 내 나이 돼봐라. 크흑.








모스크 안에서 한 부랑자 여인이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동양인인 우리를 보고 때때로 작게 웅얼거리며 돈을 달라는 의사표시를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못알아듣고 사진 찍는 데만 열중하자, 그저 우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시선을 좇으며 신기한 듯 바라보곤 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구걸을 하는 그녀, 그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나. 여행지에서 때때로 맞닥뜨리는, 딱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곤혹스러운 순간.   












우리는 1시간도 안되어 모스크를 빠져나와야만 했다. 햇살의 피크인 12~1시 사이에 찾아가서 사진을 찍기가 어렵기도 했고, 무엇보다 찌는 듯한 더위가 금새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숙소에 들러 더위를 식히고(숙소가 광장에서 가까우니 이럴때 좋다!) 다시 광장의 더욱 깊숙한 곳을 탐험하기로 했다. 마라케쉬를 상징하는 또다른 랜드마크, 바자르(시장)과 노천 야시장(이지만 대낮부터 열리는) 등 아직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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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사랑을 말하다』JNN 2009.06.04 01:48 신고

    읽다보니..제가 그곳에 있는것 같네요..
    그리고 님의 기분까지도 글안에 스며있어서 좋았구요..
    요즘 여행에 불청객이 있다고 하니 조심하시고요..잘읽도..잘보고 갑니다 ^^/

    • BlogIcon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09.06.04 18:25 신고

      JNN님~감사합니다^_^ 전에도 몇번 들려주셨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뵈어요^^ 모로코 다녀온지도 벌써 시간이
      꽤나 지나서 여행기 쓰기가 만만치 않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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