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Morocco

모로코 무작정 여행 (7) - 마라케쉬의 노천 카페에서 자유를 마시다

by 히치하이커 김다영 nonie 2009. 7. 20.




마라케쉬 여행의 하이라이트, 완벽한 자유 누리기

수천년의 세월을 고이 간직한 붉은 도시 마라케쉬. 유적지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곳이지만, 애초부터 마라케쉬에서 무언가를 보고 가리라는 욕심은 전혀 없었다. 고단한 직장생활로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내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휴식이었다. 서울에서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을 택했고, 도착지가 마라케쉬였을 뿐이다. 그렇게 24시간을 꼬박 비행기와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처음에는 혼란과 후회를 주었다. 지금까지 여행했던 많은 곳들과는 달리 불친절하고 말도 통하지 않고, 무엇보다 준비없는 여행이라 막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마라케쉬는 내게 조금씩 문을 열어 주었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나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하나는 내가 전혀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희열과 자유였다. 북아프리카의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어느 도시에 뚝 떨어져있는 상황 자체가 알 수 없는 힘과 용기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여느 외국 여행자들처럼 자연스레 노천 카페에 자리를 잡은 것은, 도착한지 약 3일 만이었다. 마라케쉬 여행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오랫동안 간직했던 여행의 로망을 드디어 이루다
그동안 내가 해외에 나간 횟수와 여행의 자유도는 반비례했다. 출장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인터뷰와 사진촬영만 하고 오거나, 혹은 여럿이 팀워크를 다지는 배낭여행 등이었다. 자연스럽게 생긴 여행에 대한 로망은 바로 "노천 카페에서 느긋하게 아이스커피 마시면서 엽서 쓰기". 자유여행이 일반화된 요즘에는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쉽게 할 수 있는 거였지만 내겐 그저 꿈같은 일일 뿐이었다. 마라케쉬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오래된 건축물과 시장을 구경하는 것도, 사막을 여행하는 것도 아닌, 그저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몇 시간이었다. 마라케쉬에서는 물론 가장 쉬운 일이다.
오후 2시. 아프리카의 강렬한 햇살이 여행자를 지치게 만드는 시간. 광장으로 통하는 번화가를 오가면서 눈여겨 봐두었던 노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아이스 커피를, 동생은 과일 쥬스를 주문했다. 갑자기 지난 며칠간의 긴장이 눈녹듯이 풀려가는 걸 느꼈다. 처음으로 제대로 휴식을 갖는다는 생각에 조금은 들뜨기 시작한다.








모로코에서는 꼭 커피를 마셔보기
모로코 하면 많은 사람들이 민트티를 떠올리지만, 카페에서는 커피를 주문해보자. 지난번 쇼핑 포스트에서도 썼지만 모로코 사람들도 커피를 무지 많이 마신다. 카사블랑카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유명 이태리 커피브랜드의 이름을 단 카페가 셀수 없이 많고, 로스팅 가게도 드문드문 있을 정도로 커피가 대중화되어있다. 이날 주문한 아이스커피 역시 맛이 꽤 훌륭했다. 이 커피 한잔을 마시려고 스물 몇시간 비행기를 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대로 동생이 주문한 시트론 계열의 쥬스는 떫고 시기만 해서 맛이 너무 없었다. 역시 모로코의 카페에서는 커피가 진리인가보다. :)
아이스커피를 홀짝이면서, 아까 기념품점에서 미리 사온 마라케쉬 엽서 몇 장을 꺼냈다. 엽서의 흰 공간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그제서야 한국에 두고온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시간이 멈춘 듯, 잠시동안은 엽서쓰기에 몰두했다. 과연 이게 한국까지 제대로 날아갈까, 하는 걱정도 한 1초쯤은 했지만. 뭐 상관없었다. 드디어 나의 소중한 로망을 실현했으니까. 동생의 핸드폰 속에 담긴 BGM을 고르고 있는 사이, 내 의자 밑에는 통통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잡았고, 동생은 옆 테이블의 모로코 여인을 스케치북에 담느라 정신없었다. 그렇게 마라케쉬에서의 꿈처럼 평화로운 오후가 흐르고 있었다.






댓글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