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마라케쉬 여행기가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남은 일정은 동영상(UCC)로 만드는 중이어서 일단 카사블랑카 얘기부터 풀어본다. 사실 마라케쉬 여행을 끝내고 돌아간 카사블랑카에서는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유명한 이름값을 못하는 비관광도시답게 볼거리도 그닥 없고 그저 유럽을 흉내내려는 어설픈 현대식 건물만 즐비했다. 이쯤해서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카사블랑카'라는 이름에서 풍겨나오는 환상 따위는 버리고 가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하지만 카사블랑카는 휴식과 여유를 선사했다. 구멍가게에서도 바가지를 쓸 수 밖에 없는 마라케쉬와는 달리, 이곳은 대도시답게 커다란 마트도 있고, 유명 패션샵과 쇼핑몰도 있다. 카사블랑카에 머무는 내내 우리는 그저 쇼핑만 했지만, 어디서 뭘 사든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마트에서 와인과 먹거리를 사는 것도, 재래시장에서 모로코 특산품을 사는 것도, 자라나 망고같은 옷가게를 구경하는 것도 다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모로코에서 구입했던 여러가지 중에서, 주로 마트에서 샀던 먹거리들과 시장에서 산 특산품 몇 가지를 공개해 본다.
아르간 오일, 조그만 병에 담겨 있다.
아르간 오일이 함유된 비누와 헤나 가루.
모로코에서 빠뜨릴 수 없는 뷰티 아이템, 아르간 오일 그녀들의 피부는 한결같이 탱탱하고 윤기가 돈다. 모로코 여인들의 동안 비결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르간오일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무슨 화장품 선전같네;;;) 여행가기 전부터 아르간 오일의 유명세는 익히 캐치했기에, 모로코에 가면 꼭 사올 아이템 1순위였다. 마침 카사블랑카의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아르간 오일, 그리고 오일로 만든 비누들. 특히 비누는 예쁘게 포장되어 있어 선물용으로도 참 좋다. 가격도 한화 2~3천원 내외로 저렴하다. 요즘 모 화장품 브랜드가 이 오일을 함유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걸 봤는데, 100% 아르간 오일을 바르는 것만큼 효과가 있을까? 그리고 대박 중의 대박은 바로 사진에 보이는 초록색 가루다. 국내에서는 고가에 판매되는 헤나가 거기서는 단돈 1000원밖에 안한다. 헤나의 효과는 두발을 튼튼하게 해주는 강력한 천연 트리트먼트. 헤나를 극소량 넣은 샴푸도 한국에서는 꽤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 암튼 소소한 천연 뷰티 아이템을 사는 재미는 모로코에서 절대 놓칠 수 없다.
티백으로 된 민트 차.
말린 잎 그대로 포장된 민트 차.
모로코 여행의 단골 쇼핑 아이템, 민트(버베나) 차
모로코인이 물보다 더 많이 마시는 바로 그 차, 민트티는 모로코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좋은 기념품이다. 카사블랑카의 대형 마트에 가보니 역시나 민트 차를 종류별로 다양하게 팔고 있다. 선물용으로는 티백으로 된 제품이 좋을 듯 해서 3~4개 구입하고, 집에서 끓여먹어 보려고 잎으로 된 차도 한 봉다리 구입했다. 마라케쉬에서 식후에 나온 민트차에는 생잎이 그대로 들어있어서 무척 신기해 하며 마셨던 기억이 난다. 이들에게는 중요한 생필품인만큼 가격도 저렴해서 티백 한 박스가 한화 2000원을 넘기지 않는다. 모로코에서 무얼 살지 모르겠다면, 슈퍼에 가서 민트 차를 찾아보자. 무게도 가볍고, 한국인에게도 부담없고 몸에 좋은 허브 티니까.
100% 라벤더 꿀
무화과 잼
잼과 꿀 홀릭, 무거운 병 앞에 멈춰서다
무거웠다. 하지만 안 살수가 없었다. 마트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모로코의 수많은 천연 꿀과 과일잼들! 다 쓸어담아 오고 싶었지만 여행자의 비애를 곱씹으며 한 병씩만 데려왔다. 그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모로코의 꿀 또한 유명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100% 천연 라벤더 꿀은 모로코에서 생산된 로컬 제품으로, 멋스럽게 포장되어 있어 선물용으로도 좋다. 이 꿀은 이제서야 개봉해서 맛보고 있는데, 마치 토종 꿀처럼 진득하고 향기 또한 일품이더라. 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화과 잼은 색다른 잼을 먹어보고 싶어서 하나 구입했다. 이건 꼭 모로코에서만 파는 건 아닌 수입(인도) 제품이지만 가격이 비싸지 않아 짐 무게에 여유가 있다면 하나쯤 사볼만 하다.
우리도 커피를 즐겨마시는 민족이라규
모로코는 세계적인 커피 생산지는 아니지만, 로컬에서 소비되는 상당량의 커피를 자체 생산한다. 이들도 민트차 만큼이나 커피를 즐겨마시는 모양이다. 마트에 가보니 1kg씩 포장된 홀빈 원두를 여러 종류 팔고 있는데다, 가격도 1kg 5000~8000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물론 로스팅된 원두를 이렇게 대량 시판하면 맛은 안봐도 뻔하지만, 그래도 싼 가격에 메리트를 느껴 무리해서 2봉다리나 구입했다. 위에 금색 포장된 원두가 조금 더 비싸고(나름 아라비카 원두다), 아래 투명 포장된 원두가 가장 저렴 버전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이 커피를 마셔보니, 확실히 맛은 떨어진다. 특히 투명 포장 원두는 로스팅 상태도 들쭉날쭉해서 제대로 된 바디감을 낼리가 만무했다. 쓴맛과 신맛이 두드러져서 동생은 매우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원두를 나처럼 엄청 소비하는 사람이라면 한봉지쯤 사오면 돈 굳을 듯. 물론 금색 포장 원두를 추천한다. 그나마 아로마밸브도 달려 있었고 맛도 개중 나았다.
내가 모로코에서 틈틈히 사온 물건은 단지 먹거리만이 아니다. 카사블랑카에서 한참을 흥정해서 건진, 너무나 예쁜 모로코 전통 스타일 전등 커버, 옷 몇 벌과 와인도 있다. 전통 등 커버는 다음 포스트에서 꼭 소개하기로 하고. (아직 사진을 못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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