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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nonie 협찬 올림푸스(E-3), 모두투어 여행 기간 2008년 12월 8일~13일
알버타 마지막 일정인 밴프 스프링스 호텔로 향하는 길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스키장 투어 외에도 매일 한 곳 이상의 여행 일정을 소화하는 4일간의 강행군이 이제 막바지를 앞두고 있다. 오후 4시만 되면 찾아오는 어둠과 혹독한 날씨, 현지 가이드도 없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이번 여행은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일정이었다. 아마 밴프 스프링스도 자유 일정으로 왔다면 굳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 일정이니 하나라도 더 보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기운을 내어 서둘러 호텔로 향했다.
스키장에서 호텔까지는 스키장 셔틀버스를 이용, 그리고 호텔에서 다운타운으로 돌아갈 때는 호텔 앞에서 4번 시내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다운타운행 버스 편과 시간은 호텔 내에서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사실 이런 교통편은 사전에 전혀 정보가 없어서 일일이 다 알아내서 움직여야 했다. 아무리 자유여행이라 해도 여행사에서 기본적인 교통 정보는 제공해줘야 하지 않을까? 일정표에는 그냥 '택시'를 타라고만 씌여 있다. 이렇게 움직일 때마다 택시를 탔다면 우리가 받은 교통비 예산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밴프 스프링스 호텔 맞은 편에서 보이는 설경. 어느 방향에서 봐도 그림같은 알버타만의 모습이다.
아케이드 쇼핑몰 입구로 들어가본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은은한 조명의 복도를 따라 아기자기한 숍들이 들어서 있다. 기념품을 미처 장만하지 못한 호텔 투숙객이나 관광객들은 여기서 이런저런 쇼핑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가격대는 다운타운에 비해 다소 높으니 감안해야 한다. 기념품도 많지만 캐나다 산 의류나 가죽제품 등을 파는 대형 숍들이 있어 쇼핑의 폭이 넓었다. 복도는 쇼핑몰을 지나 호텔의 메인 로비로 이어진다. 페어몬트 계열 답게 우아하고 격조높은 분위기의 로비 내부는 방문객들을 압도하게 만든다. 특히 로비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나 천정, 바닥 인테리어 등은 마치 옛날 중세시대의 귀족들이 머무는 성 같은 느낌이었다. 언젠가는 꼭 이곳에서 투숙하면서 멋진 스파와 마사지 서비스도 받아보고 싶다. ㅠ.ㅠ
어제까지는 그렇게도 흐리고 눈바람만 차갑던 밴프의 하늘. 마지막날에는 다행히 맑고 파란 모습을 보여주더니, 저녁엔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까지 선물해준다. 다음에 꼭 다시 놀러오라고 쐐기를 박아주는 걸까. 다운타운의 나지막한 집들 뒤로 내려앉은 선홍색 노을은 내 뇌리속에 박힌 밴프의 마지막,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노을 탓에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호텔로 향한다. 조금이라도, 한장이라도 더 담아보려고 부지런히 카메라를 움직여 보지만...이제 밴프는 사진이 아닌 내 가슴과 머리에만 남아있겠지. 그 작고 예쁜 성냥갑같은 집들도, 아기자기한 거리를 걷는 두꺼운 겨울옷차림의 사람들도....멀리서 뚝 떨어진 동양인을 처음부터 반갑게 맞아주고 말걸어주던 그들이 있었기에 밴프는 춥지 않았다. 올 겨울 내게 가장 따뜻했던 도시, 밴프.
입국할 때 예약해뒀던 캘거리행 차량을 타기까지, 이제 30분이 남았다. 첫날부터 점찍어뒀던 호텔 근처의 유명한 비누 상점 '록키 마운틴 솝'에 들른다. 그동안 쇼핑할 시간이 없어서 이제서야 지인들에게 선물할 비누를 고르기로 한 것. 밴프의 청정한 자연을 그대로 담은 듯한 색색의 천연비누들은 아찔한 아로마향을 내뿜고 있다. 학원선생님께 선물할 립밤과 비누 세트, 그리고 친구들에게 나눠줄 미니 비누 세트 등...보통 사이즈 비누 1개에 $4~5로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선물용으로 포장된 패키지들이 많이 있어서 쇼핑하기에 좋다. 집에서 쓸 비누로는 소형 10개들이 벌크 묶음이 알맞다.
이제 밴프를 떠날 시간이다. 나흘간의 숨가쁜 일정들이 너무나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이 아름다운 마을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캘거리로 향하는 마지막 여행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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