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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Canada

[밴프 스키여행] 3rd Day - 밴프의 밤은 뜨거웠다! 캐내디언 펍에서 좌충우돌 술 마시기

by nonie 2009.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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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nonie 협찬 올림푸스(E-3), 모두투어 여행 기간 2008년 12월 8일~13일


또다시 밴프의 밤은 빠르게 찾아온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로비에 놓인 레스토랑 광고 잡지를 넘겨보다가, '로즈&크라운'이라는 라이브 바가 땡겨서 가보기로 했다. 피쉬 앤 칩스에 맥주 한잔을 할 수 있는 데다 저녁에는 멋진 라이브 공연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로즈&크라운에서 내부 파티가 있어서 문이 닫혀 있다. ㅠ.ㅠ 할 수 없이 모두투어에서 일정 상 추천해준 펍(Pub) 겸 레스토랑인 '와일드 빌(Wild Bill)'을 찾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식당 내에는 손님도 거의 없고 썰렁한 분위기.

근데 낮에 스키장에서 안면을 익힌 스태프 맥스가 여기서 서빙을 하러 다가오는 게 아닌가? ㅋㅋ 이것도 인연이라고, 식사하는 도중 맥스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으며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맥스는 낮에는 스키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이곳 레스토랑에서 일한다고 한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듯 이런 저런 질문을 하는데, "한국에 영어 선생 자리가 많다며?" 라고 물어서 좀 당황했다. 캐나다에 벌써 소문 쫙 퍼졌구나. 우리나라가 얼마나 네이티브를 밝히는지 말이다. 파란 눈에 노란 머리면 전공도 불문, 학력도 불문...과연 캐내디언들에게 한국은,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을까.
립과 치킨 요리, 그리고 맥주를 주문했는데, 맥주는 맛있었지만 음식은 so so.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려고 온다. 그날의 추천 맥주는 조금 저렴하게 마실 수 있으니 식사 후 가볍게 한잔 하기 좋은 곳인듯.







잠깐,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엔 밴프에서의 마지막 밤이 너무 아쉽다! 그때 문득, 밴프 도착한 첫날 잠시 지나쳤던 선댄스 플라자 몰(Sundance Plaza Mall) 지하의 작고 시끌벅적한 펍, 잉글리쉬 펍(English Pub)이 번뜩 생각났다. 혹시나 해서 그곳을 찾은 우리는, "와우~대박이다!"를 외쳤다. 그토록 기대했던 캐내디언들의 왁자지껄한 펍이 바로 여기 있었던 것. 신나는 록 음악, 포켓볼을 즐기는 사람들, 바에 앉거나 혹은 서서 한 잔의 술과 함께 수다를 떠는 현지인들 속에서 정말 오랫만에 해방감을 만끽한다.






처음엔 조금 어색한 기분으로 바에 앉아 잭콕 한 잔을 주문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려울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우리의 큼지막한 DSLR 카메라를 보고 저절로 모여드는 사람들, 옆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술 한잔을 사주는 사람들, 함께 사진을 찍자고 청하는 사람들... 그야말로 순식간에 정신이 쏙 빠질 정도다. 아니 동양인이랑 카메라 처음 보나? ㅎㅎ 남의 일에 그닥 관심갖지 않는 서양인들의 기본적인 태도를 알기에, 이런 환대가 싫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도 지난 밴쿠버와 뉴질랜드 여행에서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던가? 약간의 용기와 무대포 정신이 여행의 추억을 180도 달라지게 할 수 있음을, 밴프에서 깨닫는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었더라면 1분이라도 더 빨리 그들과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길 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시작됐다. 이제 막 밴프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지려는 그 순간, 마지막 밤은 야속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Behind Story...

위 사진의 안경쓰신 아저씨 A, 그리고 그의 동생인 아저씨 B, 그리고 젊은 대만인 청년 세 명이 같은 바에 앉아 있었다. 처음부터 어색한 우리를 유심히 보던 그들, 급기야 말을 걸어온다. "너네 어디서 왔니? 한국? 내 동생(B)도 한국에서 몇 년 일하다 와서 잘 알지! 어디 묵니? 마운트로얄? 뭐? 우리 너네 바로 옆방이야. 와우~파티타임~~!!" 아저씨들이 내 잔이 비워지자마자 금새 주문해주는 바람에 사양할 겨를조차 없었다.(술 사주는 문화는 한국 전용 아니었나?;;;) 암튼 내가 낸 술값은 처음 마셨던 잭콕 한 잔이었다. 그 이후로 잭콕 몇 잔 더, 이름 모를 독주 원샷....주는 족족 다 마셔버리니 아저씨들 완전 신났다. 멀리서 온 여자애를 오늘 밤 완전 보내버릴 셈이로구나. 아저씨들 완전 필받더니 급기야는 2차로 클럽 가자고 난리를 피우신다. 왜 그렇게 술을 사주시나 했더니 말야. 근데 이걸 어쩌나. 한국인의 주량이 얼마나 센지 니들이 잘 모르는구나. 이 정도로 무너질 nonie가 아니지. 상대를 잘못 골랐다규.

이 시점에서 함께 클럽 가서 밤을 불태울지, 아니면 돌아설 지는 순전히 여행자 개인의 선택이다. 마지막 밤을 광란으로 보낼 수도 있었지만(클럽이라면 nonie도 어디가서 빠지지는 않는다-_-;;;) 난 아쉽지만 이쯤 해서 헤어지는 쪽을 택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 너무나 우연찮게도 그들과 정말로 같은 숙소의 같은 층 바로 옆 방이었던 것이다. 너무 늦게까지 함께 있으면 안되겠구나 순간적으로 판단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잠시 한눈 파는 사이 얼른 내 방으로 도망왔더니, 내 방 넘버를 알고 찾아와서는 같이 놀러 나가자고 계속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땐 사실 쫌 무서웠다 ㅠ.ㅠ 

대신 홍일 군은 그들과 밴프 최고의 클럽 '오로라'에 가서 새벽 3시까지 놀다 왔다는 후문이...첫날 에블린 커피바에서 만났던 처자도 다시 만났고, 그들 모두와 무척 재밌는 시간을 보낸 듯 하다. 지금 생각하면 바람만 잔뜩 넣어놓고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 내 행동에 미안한 마음도 살짝 들지만, 뭐 어쩌겠어. 한국 남자나 외국 남자나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만 재차 확인했을 뿐 ㅋㅋ 아, 암튼 지금 생각해도 여러가지로 재밌는 추억이다. 비록 그들과 함께이진 못했지만, 혼자 노트북을 두드려대며 밴프에서의 마지막 밤을 붙들고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좀처럼 잠이 안온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보다 지금 훨씬 더 마음이 편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에 그대로 두고 떠나왔던 무거운 고민과 미련들, 여행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약간의 기회비용...이제 내게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됐다. 난 밴프에서 더 많은 걸 얻었고, 한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을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5일 내내 흰 눈위에 날 비춰본 덕분일까. 버릴 건 버리고, 얻을 건 얻은 채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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