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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빌리지 행 셔틀버스에 오르는 사람들. |
일정 중 가장 날씨가 좋았던, 그래서 더 아쉬웠던. |
글, 사진 nonie 협찬 올림푸스(E-3), 모두투어 여행 기간 2008년 12월 8일~13일
전날 밤의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드디어 마지막 일정인 선샤인 빌리지로 향한다. 오늘은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로비에 맡겨 두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어디 두었는지 보이지 않는 긴급 사태 발생! 로비의 락커를 다시 열어달라고 해서 짐을 꺼내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호텔 스탭한테 사정을 얘기했더니, 체크아웃했던 객실에 올라가보잔다. 다행이도 아직 객실 청소를 하기 직전. 이럴수가! 침대 밑에 핸드폰이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게 아닌가. ㅠ.ㅠ 마운트로얄 호텔 스탭의 친절한 배려로 신속하게 핸드폰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어찌나 고맙고 또 고맙던지. 하지만 아침부터 생난리를 치느라 첫 번째 셔틀버스 시간을 그만 놓쳐 버렸다. 이럴땐 함께 하는 파트너에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우여곡절 끝에 느즈막히 셔틀버스에 오른 우리는 약 20분 뒤 선샤인 빌리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앞의 두 스키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우선 입구에서 슬로프를 볼 수 있던 이전 스키장들과 달리, 선샤인 빌리지는 입구에서 곤돌라를 타고 중턱, 혹은 정상까지 오른 뒤 스키를 즐기게 된다. 곤돌라를 타는 순간, 선샤인 빌리지의 진면모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선샤인 빌리지는 이전의 스키장 두 곳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큰 규모다. 곤돌라를 타지 않으면 스키장 전체를 다 조망하지도 못할 정도로 넓고 방대하다. 12개의 슬로프들은 여러 산맥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이곳이야말로 아침 일찍부터 와서 열심히 타도 10/1밖에 못 즐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날 선샤인 빌리지를 들르는 이번 여행 일정이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초보 스키어인 나도 이 정도인데 제대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왔다면 아마도 안타까움이 더욱 크리라. 아침에 핸드폰만 잃어버리지 않았어도 1시간은 더 놀다 갈 수 있었을텐데. ㅠ.ㅠ
선샤인 빌리지의 1차 정상에 오르면 그제서야 휴게실과 식당 등을 갖춘 센터가 보인다. 이 전의 스키장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여기서 최정상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므로 짧은 거리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탈 수도 있고, 아니면 이곳에서 바로 아래로 라이딩을 시작할 수도 있겠다.
휴게소 앞에서 바라본 스키장의 풍경. 선샤인 빌리지라는 이름에 걸맞는, 반짝이는 파우더 스노우가 압권이다. 설질도 스키장마다 특징이 있는데 놀퀘이는 약간 서걱거리고 거친 느낌, 레이크 루이스가 단단하게 다져진 느낌이라면 이곳 선샤인 빌리지는 그야말로 푹신하고 고운 느낌이다. 라이딩을 열심히 해보지 않아서 깊은 비교는 무리겠지만. 그리고 스키어와 보더가 느끼는 설질의 차이도 조금씩은 다를 듯 하다.
레이크 루이스에는 다소 젊은 층의 스키어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곳 선샤인 빌리지에 오니 놀퀘이처럼 가족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아무래도 유명 스키장인데다 다양한 높이의 코스가 있어 입맛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와 함께 스키를 즐기는 부모들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나이대가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레이크 루이스에는 보더 전용 초보 코스가 있어 보드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선샤인에는 보드와 스키가 4:6 정도로 비슷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우더 스노우 위에서라면, 어떤 걸 타도 즐거울 듯.
나흘간의 강행군 덕에 결국 체력이 바닥이 난 nonie. 휴게실에서 홍일이 추가 촬영을 마치고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사람들이야 보든말든, 테이블에 엎어져 한참을 뻗어있었다는...; 깜박 잠이 들었을 때쯤, 최정상까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온 홍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상할 수 없는 강추위와 눈바람 덕분에 고생 지대로 한 모양이다. 둘다 완전 그로기 상태, 안되겠다. 서둘러 점심을 주문하기로 했다. 선샤인 빌리지의 식당은 BIG 3 중 중간 쯤 된다. 시간을 잘 맞춰가지 않으면 갓 조리한 음식은 먹기 힘들다. 급한대로 골라온 메뉴는 차가운 채식 샌드위치와 치킨&칩스, 그리고 야채 스프였다. 상큼한 야채가 듬뿍 든 샌드위치와 칠리 맛이 나는 스프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홍일은 영 입맛에 맞질 않나보다. 대충 점심을 때우고 셔틀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 헐레벌떡 짐을 싸들고 하산하기로 한다. 아. 이제 스키장도 진짜 마지막이구나.
이제 곤돌라 타는 게 이골이 날 만도 한데, 선샤인 빌리지의 마지막 곤돌라는 왜 그리도 짧게만 느껴지던지. 떠나는 날에야 이렇게도 아름다운 푸른빛을 보여준 알버타의 하늘, 배가 터지도록 햇빛을 머금은 풍성한 설경, 손이라도 닿을 듯이 뾰족하게 솟은 침엽수들...왜 하필 '선샤인' 빌리지인지, 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어찌 사진으로 그 빛을 다 담을 수 있으랴. 하지만 좋은 카메라, 좋은 날씨와 함께 했던 선샤인 빌리지의 멋진 하루는 지금도 내 뇌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의 스키장도 제대로 가보지 못한 내가 이렇게 멋진 스키장 투어를 하게 되다니, 앞으로 아무데나 스키 타러 가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셔틀버스 시간을 잘 맞춰 스키장 입구로 되돌아온 우리는, 공식적인 마지막 일정인 밴프 스프링스 호텔을 구경하러 간다. 레이크 루이스의 호텔과 같은 '페어몬트' 계열의 밴프 스프링스는 알버타 최고의 호텔로 손꼽힌다. 호텔일지, 혹으 그 이상일지, 일단 구경이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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