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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관심사는 참신한(그리고 유용한) 여행 사이트다. 해외쪽 사례 찾기에 열을 올리던 도중, 문득 "국내엔 웹 2.0 여행 사이트가 하나도 없나?"라는 물음이 고개를 들었다. 물론 가장 잘 알려진 윙버스가 있다.(비슷한 시기에 잠깐 나왔다 사라진 '월드시티'라는 검색엔진도 있었다) 하지만 윙버스만이 거의 유일한 국내 웹 2.0 여행사이트로 알려진데다, 최근엔 서비스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단 소식마저 접한 터라 일단 제외하고. 다른 곳은 정녕 없냐는 거다. 사실 윙버스는 여행과 맛집 관련 블로그 리뷰만 죄다 긁어다가 링크만 해놓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웹 2.0의 핵심인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구조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수익모델도 없다. 대다수 웹 2.0 업체의 전철을 그대로 밟은 셈이다. (얼마 전 윙버스에서 사이트에 소개된 블로그 컨텐츠를 편집해서 만든 책자를 2500원에 팔고 있더라는...서점에서 발견하고 솔직히 뜨악했다. 이렇게까지 먹고 살아야했나 싶어서;;)
하지만 1차 검색을 해본 뒤 나의 실망은 커졌다. 변변한 여행정보 사이트가 없었다. 해외여행 천만명 시대에, 해외여행의 시작점에서 도움받는 웹서비스가 단지 포털 사이트 검색결과랑 여행사, 관광청 사이트뿐이란 말인가? 내가 만난 많은 이들은 가이드북 이외에 세세한 여행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는다고 말했다. 나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포털 검색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결단코. 특히나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식인도, 블로그 여행기도, 커뮤니티의 Q&A도, 그저 참고사항일 뿐 가려운 곳을 긁어주진 못했다. 예를 들어 "모로코 마라케쉬의 현지인들이 잘 가는 맛집은?" 이라는 궁금증에 대해 포털에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왜냐면 모로코는 국내 여행사가 취급하는 지역이 아니므로 일단 가본 사람이 드물고, 그나마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여행기를 남기는 아마추어 여행자들 중에 그 지역 전문가가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리라. 한마디로 포털엔 진짜배기 전문가가 없거나, 찾기가 힘들다.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당신, 지금의 여행 정보에 만족하는가?
자. 그렇다면 국내에는 웹 2.0과 여행의 만남은 찾기 힘든 걸까. 여행 업계 보도자료를 일일히 검색한 끝에, 이쪽 업계에서 만든 것이 아닌 순수한 독자 서비스를 세 곳 발견했다. 아쉽게도 현재 서비스를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은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 일단 하나씩 들여다보기로 한다.
1. 트래블넛 (http://www.travelnut.co.kr)
우선 사이트 아랫쪽에 자매 사이트로 '앤체리'라는 로고가 눈에 띤다. 뭔가 익숙한 이름,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오호라. nonie의 대학교 1~2학년 시절 대유행했던 '체리북'만드는 사이트다. (군바리였던 당시 남친에게 100일 채워서 체리북 선물하려고 기를 썼던 추억이...-_-;) 체리북은 지금의 개인화, 맞춤 포토북 제작업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인터넷 사업이었다. 알고보니 앤체리와 트래블넛의 CEO인 조효진 대표의 약력이 '경기대 관광경영학부 석,박사 졸, 경희대 조교수(전자상거래)'다. 고로 시작은 앤체리였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여행 사이트 트래블넛으로 이루고 싶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트래블넛을 뜯어본 결과 사실상 모험에 가까운 무모한 시도로 보여진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자체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즉 기존에 1인 미디어를 소유한 이들이 트래블넛에 컨텐츠를 올리려면 플랫폼을 아예 옮겨야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장벽이 높으며 사이트 내에서 컨텐츠가 흐르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게다가 업체 입장에서도 블로그 시스템 운영에 상당한 리소스를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고 포털이 제공하는 플랫폼에 비해 우수한 것도 아니며, 여러 기능 면에서 당연히 뒤떨어진다. 이용자가 이곳 블로그를 써야 할 이유를 전혀 찾을 수가 없다. 몇몇 파워블로거들을 유치해서 컨텐츠를 올려놓았지만 기존 자신의 블로그에서 그대로 퍼온 글일 뿐이다. 트래블넛에서 생산되는 새로운 컨텐츠는 애초부터 없는 셈이다.
처음부터 웹진 형태의 사이트를 편성, 막대한 트래픽이 있어야 원활하게 돌아갈 만한 커뮤니티성 메뉴를 다수 포진시켰다. 그러다 보니 사이트의 목적과 방향성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여행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이트, 너무나 불명확한 컨셉이다. 여행 커뮤니티도 아니고, 여행 웹진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 검색 사이트도 아니다.(수익 모델 자체는 따질 단계도 아니다) 지난 12월에 책 증정 이벤트도 진행한 걸 보니 최근에도 운영은 하고 있는 듯 한데, 앞으로 어찌될런지 다소 걱정이 되는 곳이다. 기왕 시작한 거, 심플한 블로그 커뮤니티 구조로 리뉴얼을 하면 좀 나아질 듯 하다.
2. 아이갓월드 (http://igotworld.co.kr )
또 하나의 지못미 사이트;; 사실 아직 개발조차 끝나지 않은 채 오픈한 곳이라 뭐라 평가내릴 수 조차 없다. 현재 개발 및 운영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소개를 보니 유학업에 오랫동안 종사했던 CEO가 3년 간의 구상 끝에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웹 2.0 정신에 따라 정보를 공유하고 수익을 분배하려는 목적으로 오픈했다는데, 취지는 좋았으나 사이트가 그 목적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
미디어에 소개된 아이갓월드의 사이트 설명을 보면,
전 세계 대표 도시의 지도와 건물 미니어처를 볼 수 있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국가의 도시 지도를 선택해 각종 호텔, 레스토랑, 관광지 정보를 사진과 함께 올릴 수 있다. 현재는 20개국 주요 60개 도시에 대해서 정보를 올릴 수 있으며 사진, 동영상 올리기, 메일 전송, 스케줄관리, 메신저 등의 기능도 가능하다.
라고 되어 있다. 역시나 독자적인 플랫폼 운영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기능은 현재 동작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세컨드라이프스러운 가상 여행 커뮤니티가 큼지막하게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이 많은 고급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는 건 네이버가 아니라 MS가 와도 힘들듯...;;; 트래블넛과의 공통점이 있다면, 불필요한 메뉴도 너무 많고 기본적인 UI 설계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 한 마디로 사이트의 방향성과 컨셉이 불분명하다. 뭘 하려고 하는 사이트인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용자는 단순하면서 Output이 신속하고 확실한 사이트를 원하는 게 당연하다.
3. 퀘스트글로브(http://www.questglobe.com/)
퀘스트글로브는 위 두 사이트와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한RSS로 알려진 아루웍스에서 네이버 오픈API를 이용해 개발한 검색 엔진이다. 메인 UI는 보잘 것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퀘스트글로브의 컨셉과 output이 가장 명확하다고 본다. geek들이 만든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그럼 이런 서비스 좋아하는 나도...gee...? ㅠ.ㅠ)
사실 검색엔진이라기 보다는 네이버의 서비스별 여행 컨텐츠를 국가별 카테고리로 알기 쉽게 분류해준 서비스라고 보는 게 맞겠다. 따라서 내가 갈 국가가 정해졌다면, 단순히 해당 국가의 카테고리만 클릭하면 된다. 검색엔진 돌려서 한참 골라낼 필요가 없으니 어느 정도의 필터링을 대신 해주는 셈이다. 이 서비스를 평가한 리뷰를 찾아봤는데, 미국의 웹 2.0 검색엔진 Kayak과 같은 가격비교 검색 서비스의 장점을 결합하면 최고의 여행 검색엔진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글을 봤다. 현재는 네이버 API를 사용했기 때문에 네이버 컨텐츠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쉽지만, 다른 사이트와의 매쉬업이나 위젯 등과의 결합을 통해 좀더 유용한 서비스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트래블넛의 조효진 대표는 여행 업계의 웹 2.0 실태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웹2.0의 큰 화두가 참여, 개방, 공유라고 했을 때 국내 여행업체의 인터넷 환경은 웹2.0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멀다. 대부분의 온라인 여행업체가 생산해낸 콘텐츠를 자사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시되고 있으며 여행자의 참여 또한 극히 제한적이다. 일례로 게시판에 업체의 비방글이라도 올라오면 사전양해 없이 삭제하는 것은 물론 이를 막기 위해 아예 게시판을 두고 있지 않을 정도다. 또 몇몇 업체는 고객이 올릴 글의 내용을 제한해 항공권 문의나 여행상품 문의 외의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 여행신문(2007.02.28)
현재 대형 여행사들은 여행 컨텐츠 생산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 컨텐츠는 어디까지나 잠재고객을 위한 미끼일 뿐, 여행사간 경쟁이 치열해 접근성은 극히 배타적이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 시장은 지속적으로 거대해지고, 항공사들도 수수료 조정과 함께 항공권 직접 판매를 확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디서 여행 컨텐츠를 공급하고 소비하게 될 것인가? 그 해답은 앞으로 탄생할 많은 여행 웹서비스에게 달려 있다.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단,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알고 해결해주면 된다. 실은 nonie도, 이제부터 그 답을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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