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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cotland

[스코틀랜드 겨울여행] 글래스고로 돌아온 에이미 맥도널드의 공연을 보다

by nonie 2008.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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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국 전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 중 하나인 에이미 맥도널드의
글래스고 공연 티켓 2장. 이게 어떻게 nonie의 손에 들어오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서론이 필요하다. 실은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스코틀랜드에
왔기 때문이다.

바로 영상학을 전공하는 nonie의 동생이 싸이월드에서 열렸던
'에이미 맥도널드 동영상 공모전'에서 1등을 수상, 영국 여행 및 공연 티켓을
받게 된 것.
 게다가 1인도 아니고 2인에 제세공과금까지 모두 무료로! 
여행블로거인 nonie에게 이런 황금같은 기회를 안겨준 멋진 동생에게
이자리를 빌어 우선 감사를 전하며. 그녀의 수상작인 뮤직비디오는 여기를 클릭.

어쨌든 동생과 함께 한 에딘버러&글래스고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자 하이라이트는
바로 에이미 맥도널드의 공연이다. 끝까지 시차에 적응 못하고 저녁 5시만 되면
널부러졌던 우리 자매는 이날 매우 힘겹게,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공연장인 바로우랜드(Barrowland)는 숙소에서 걸어서 약 15분 거리로
멀지 않았지만, 초행길에다 저녁 7시의 글래스고 밤거리는 너무나도 무서웠다. ㅠ.ㅠ

 






바로우랜드는 시내 중심에서 다소 떨어진,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다.
흡사 카지노 입구같은 옛스런 네온사인이 멀리서부터 빛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티켓 오프닝인 7시 경에 도착한 바로우랜드의 입구에는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컴컴하고 귀신 나올 것만 같은 글래스고의 밤거리를 헤치고 공연장을 찾은 것에
우선 안도하며, 서둘러 티켓을 내고 안으로 향했다.







티켓 및 짐검사를 마치고 계단을 올라가면 위와 같은 오래된 간판이
공연장 내부를 안내하고 있다. 실내의 모든 분위기에서 이곳이 얼마나 오래된
공연장인지가 물씬 느껴졌다. 내부 구조며 분위기가 서울 서대문에 있는
드림 시네마랑 비슷했다;;; 잠시 시사회를 보러 온 듯한 착각에-_-






공연 시작까지는 아직도 1시간이 남았다. 올 스탠딩 석이어서 사람들은
선채로 공연을 기다리며 함께 온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간간히 옆쪽 바에서
맥주나 소다를 사다 마시는 이들도 보였다. 우리는 너무 추워서 음료수를 마실
엄두는 내지 못했다. 조금 몸이 따뜻해지길 기다리며 수다를 나눴다.
주위를 둘러보니 동양인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스코틀랜드의 길거리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어쨌든 우리는 여기서 매우 특이한 케이스임에 분명하다. 한국에서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날아왔다는 걸, 이들은, 혹은 에이미는 생각도 못하겠지? :)






나는 에이미 맥도널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다. 20세의 어린 나이에
크게 성공한 영국의 신인 아티스트라는 것 정도? 그녀의 대표 싱글인
'This is the life' 뮤직비디오만 겨우 보고 온 정도다. 스코틀랜드 출신에다가
그녀의 수록곡 제목에 Barrowland가 들어있을 정도로 이곳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크고, 스코틀랜드인들도 그녀를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아마도 그녀의 음악과 그런 류의 영국 록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녀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기에 공연을 볼 때도
그저 순수하게 음악 그 자체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셈이었다.  






(사진은 너무 안습이지만 이것밖에 나온게 없어서...Julian오빠 미안;;)

에이미 맥도널드의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오프닝 무대는
예기치 않은 아티스트와 함께 시작됐다. 왠 남자가 덜렁 혼자 나와서는
키보드를 정열적으로 두드리며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음악 스타일이
영국의 유명 아티스트 MIKA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거듭되는 곡들을
들을 수록 그의 음악은 개성이 있었고 피아노 실력도 대단했다. 그는
작년부터 에이미 맥도널드 투어의 오프닝을 맡고 있는 신인 아티스트
Julian Velard였다. 뉴욕 출신의 그는 현재 영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니 앨범은 이미 3장이나 발매했다. 내년 초에 정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고.

그의 음악은 독특하고 힘이 있었고, 무엇보다 열정이 넘쳤다. 솔직히
음악을 들으면서 내내 전율을 느꼈다. 미국의 음악학교에서 정식으로 피아노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놓아서인지 그의 연주는 강약이 확실하고 드라마틱했다.
보컬은 살짝 가벼우면서도 유머러스했다. 그의 피아노 연주와 보완을 이루며
적절하게 어우러졌다. Joni, Love again for the first time 과 같은 곡들은
한국 와서 음원을 구해서 원곡으로 들어봤는데 또 새로운 매력이 있다.
앞으로 아껴주고 싶은 아티스트를 또 한명 발견해서 너무 기뻤다.






Julian이 앞에서 너무 해먹어서;;; 그녀가 나와도 시큰둥하겠구나..하던 차에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에이미가 등장했다. 근데 그 순간 바로우랜드의 공연장 공기가
달라졌다. 그녀를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관객들의 열기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녀를 보러 온 팬들이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난 그들의 열렬한 환영에서 뭔가 다른 의미를 감지했다. 스코틀랜드인들에게는
그녀는 '금의환향'한 존재다. 영국에서 그들의 자부심을 빛내고 집으로 돌아온,
한국으로 빗대자면 장원급제하고 고향 돌아온 아이와 꼭 같은 상황이다. 
또한 놀라웠던 것은 갓 스무살짜리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연령대가 너무도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꼭잡고
오신 모습은 너무도 부러울 따름이었다. 어른과 청소년이 마구 부르스를 추며
음악을 즐기는 모습도 내게는 그저 생소하게만 다가왔다. 한국에서 그녀의
공연이 열린다면, 과연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이 올지는 너무나 명확하기에.







(사진은 밑으로 갈 수록 조금씩 나아지긴 한다;; 이때까지도 너무 어두웠다)

그녀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화려한 오프닝을 알리며 등장했다.
그리곤 쉴새없이 그녀의 1집 데뷔 앨범 수록곡인 Mr.Rock & Roll, Poison Prince,
Youth of Today, This is the life 등을 이어갔다. 물론 3~4곡의 연주 뒤에는
간간히 물을 마셔가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도 보였다.






처음에는 60년대의 낡고 허름한 기운만 느껴졌던 바로우랜드 공연장은
어느새 관객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에이미 맥도널드의 뒤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무대 조명에서 이 공연장의 저력을 점차 느낄 수 있었다.
공연장의 음질도 한국의 그것에 비해 훨씬 생동감이 넘쳤다.






에이미 맥도널드를 그저 어린 팝가수로만 생각했는데
역시 공연을 보고 나서 내가 얼마나 얄팍했던가를 새삼 깨달았다.
이제 데뷔한 그녀가 왜 에딘버러 국립 박물관 6층에 전시되어 있는지,
스코틀랜드인들에게 그녀와 그녀의 성공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연주가 거듭될수록 그 모든 것들이 점차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음악을 앨범으로만 들으면 언뜻 비슷비슷하게 들리기 쉽다.
모든 곡에서 일관적으로 진행되는 코드와 리듬이 분명 존재한다.
내가 듣기엔 바로 그 멜로디가 스코틀랜드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마치 켈트족의 늠름한 기상을 알리는 듯한(내동생은 잔다르크 같다고 표현했다;;)
그녀의 당당한 무대 매너와 보컬 실력은 스코틀랜드 그 자체였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미묘한 관계를 고려한다면, 그녀의 영국에서의 성공은
실로 모든 것을 뛰어넘은 그녀의 음악 때문이다. 공감어린 가사, 그리고 에너제틱
하면서도 감성어린 그녀만의 독특한 멜로디가 수많은 영국인들의 마음을
두드렸으리라. 2백만장이라는 엄청난 음반 판매고를 올린 후 그녀의 홈인
글래스고, 그리고 그녀가 오랫동안 동경했던 바로우랜드에서 부르는
노래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더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고 있었다.

그녀의 보컬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은 마치 데뷔 초의 앨라니스 모리세트에서
느껴지는 당돌함, 그리고 사라 맥러클란의 처연함, 그리고 누구도 닮지 않은
그녀만의 흉내낼 수 없는 개성이 버무려진 독특함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제스추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유의 당당함이 서려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연을 통해 다져진 내공이 엿보였다. 이제 막 데뷔 앨범만을
보유해 레퍼토리가 다양하지 않을 텐데도, 자신의 수록곡 만으로 공연을
꽉 차게 이끌어가고 있었다. 공연 전체에서 음악을 향한 그녀의 진지한 자세를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앵콜...이라기 보다는 거의 2부 무대에 가깝게 꾸며진 후반부 공연.
그녀는 귀여운 산타 모자(그것도 스코틀랜드식 레드 체크무늬;;;;)를
쓰고 등장했다. 1시간이 넘는 공연이 이어진 다음인데도 그녀는 전혀 지친 기색없이
처음과 똑같은 모습으로 여러 곡을 연달아 선사했다. 물론 캐롤 송도
한 곡 불렀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따라부르는 걸 봐서 스코틀랜드에서는
유명한 노래인 듯. 난 처음 듣는 곡조였다 ㅠ.ㅠ





무대의 모든 불이 꺼져버리고 이미 모든 레퍼토리가 다 끝나서
앞서 했던 곡을 다시 부르면서도, 에이미 맥도널드와 그녀의 밴드는
관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그녀의 음악을 갈구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연주했다. 그 모습에서 또 한번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그녀는 감동을 넘어선 '공감'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녀 음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가사와 힘있는 보컬,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가 공연을 통해 120% 전달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이 공연은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정말 오랜만에 이런 꽉찬 공연을 봤다는 벅찬 경험에
나와 동생은 연신 '오늘이 최고의 여행'이라는 소리만 되풀이하며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 방문하는 수많은 외국 스타들의 내한 공연에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나 싶기도 했다. 그녀와 관객들의 끈이 어쩌면
좀더 특별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었던 나도 더 멋진 공연을 즐길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연장을 처음 갈때의 무섭고 귀찮았던 밤거리는 이제 더이상 없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너무나도 가벼웠고 밤공기는 땀을 식혀주는 시원함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글래스고는, 음악의 도시이고 멋진 아티스트를 가진 부러운 도시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한국에 와서 에이미 맥도널드의 앨범을 통해 그녀의
노래를 즐기게 된 지금, 내가 스코틀랜드로 떠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이런 멋진 기회를 준 유니버설 뮤직에게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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