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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궃어 어두컴컴하기만 했던 에딘버러 여행을 마치고
글래스고에 도착한 건 2008년 12월 20일 정오경.
크리스마스를 코 앞에 앞둔 글래스고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거리,
애가일 스트리트(Agyle St.)에 도착했다.
글래스고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부캐넌 스트리트는 아직 구경도 못했는데
애가일 스트리트부터 볼거리가 이미 한 가득이다!
독일 풍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빨간 노점상들이 거리를 꽉꽉 메우고 있었던 것 :)
마음은 이미 크리스마스의 설레임으로 일렁인다.
날은 춥지만 왠지 따스하게만 느껴지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따라
좁은 트럭들 사이를 오가며 즐겁게 아이 쇼핑을 즐겨본다.
어느새 소박하지만 경쾌한 글래스고만의 성탄 분위기에 푹 빠져든다.
거리는 온통 소시지 굽는 연기와 향내로 아찔하다.
또 저쪽 편에서는 햄버거에 들어갈 캐러멜 어니언을 볶고 있고,
또 다른 트럭에서는 프랑스 풍 와플을 굽느라 바쁘고,
또 다른 집은 핫 초콜릿과 커피를 따라 내느라 분주하다.
갓 굽고 볶는 소리와 냄새가 크리스마스보다 더 행복하게 느껴진다.
피쉬앤칩스로 점심을 든든하게 때운 우리가 음식 대신 선택한 성탄 만찬,
바로 전형적인 독일 풍의 끓인 와인, 글뤼바인이다.
커다란 나무 통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와인을 길거리에서 마시는 것만큼
크리스마스다운 일이 있을까?
술을 못먹는 동생 덕에 1잔만 주문했다. 5파운드를 내고 컵 Deposit 2파운드는
다 마신 후 돌려받는다. 한국 돈으로 3파운드(6천원)이면 뭐,
이 행복한 순간을 선사하는 것에 비해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닐테다.
글뤼바인은 레드와인에 레몬과 오렌지, 시나몬과 정향 등을 넣고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끓여낸 겨울 음료다. 감기가 걸렸을 때 집에서도
한번 비슷하게 만들어 마셔본 적이 있다. 글래스고에서 마시는 글뤼바인의 맛은
싸하고 개운했다. 그리고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점차 뜨거워졌다.
스코틀랜드의 못된 겨울을 달래줄 만한 멋진 성탄 음료.
글뤼바인은 역시 꼭, 추운날 서서 마셔야 제 맛인가보다.
(신이현의 책 '알자스'에도 글뤼바인에 대한 똑같은 구절이 써있다^^)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서서 현지안들과 글뤼바인을 마시며
바라보는 거리의 전경과 마켓의 풍요로움. 이제서야 내가
스코틀랜드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이렇게도 예쁜 집 모양 상점들이 거리 중앙에 길게 늘어서 있다.
대부분은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나 스코틀랜드식 모자, 그리고
각종 기념품과 특산물 등을 팔고 있다. 의례히 열리는 마켓이라고
아무거나 파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성탄 장식품과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성탄 포스로 충만한 사탕 가게 :)
이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빠지면 서운한 곳.
알록달록 동화같은 캔디들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꿈나라에 와 있는 듯 하다.
부캐넌 스트리트로 가는 길에 조그만 골목이 있어서 들어가 봤더니
골목에도 작은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여기는 주말에만 열린다는
슬론 마켓(Sloans Market). 그 좁은 틈으로 어찌나 옹기종기 가게들이
몰려 있던지. 볼거리는 딱히 없었지만 골목 시장이라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시내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또다시 애가일 스트리트의 마켓을 거쳐야 한다.
아직도 성업중인 마켓, 그렇다면 그 맛깔나는 길거리 음식들을 지나쳐야만 한다는..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의 발걸음은 어느새 와플&팬케이크 가게로 향하고 있다.;;;
그 비싼 파운드와 물가의 압박도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게 할 순 없었다.
3파운드를 내고 미니 팬케이크 접수.
오마나. 귀여워라.
미니 팬케이크를 시켰더니 오방떡만한 팬케이크 8개에
하얀 눈같은 슈가 파우더를 듬뿍 뿌려 내준다. 달콤한 시럽도 함께.
맛은 어땠냐고? 팬케이크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눈녹은 듯 스르르 달콤해지는 슈거 파우더가 어우러진,
역시 크리스마스의 맛. :)
길거리에 서서 저 조그만 포크로 우적우적 다 먹어버리곤
숙소로 향한다. 아. 글래스고의 크리스마스는 이렇게도
소소하지만 행복하게 다가오고 있구나.
- 스코틀랜드 겨울 여행 스토리, 계속 이어집니다^^
(스코틀랜드 여행은 시간 순이 아닌 제멋대로 연재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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