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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

[일의 미래] 여성의 커리어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 - 최근 읽고 본 것들

by nonie | 호텔칼럼니스트 2025.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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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고 본 것들, 생각 중인 것들에 대해 기록해 둘 겸, 오랜만에 연재하는 '일의 미래' 시리즈. 
 


 

[넷플릭스] 여성의 힘과 태도에 관한 서사, 마사 Martha

어제 오랜만에 넷플 앱을 열었다가 2시간을 후루룩 가게 만든 다큐를 만났다.

마사 스튜어트의 오랜 팬이었기에 보기 시작한 거지만, 마사에 대한 사전 지식은 이 다큐 시청에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이 다큐는 그의 일대기가 아니라, 이 사회가 성공한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알려주는 다큐였기 때문이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은 주식 내부자 거래라는 금융 범죄 사건에서 유명인을 잡아들여 성과를 내려 했던 검사의 기소, 이로 인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마사가 자신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감옥에 가서도 교육자 역할을 하며 재소자들을 돕고 매일매일 일기를 쓰며 자신을 돌아본 그는 가장 절망스러운 순간에도 삶을 놓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그를 어떻게든 까내리고 언론의 먹잇감으로 희생시키려 했던 이들은 패배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조앤 디디온이 2000년 뉴요커에 기고했던 마사 관련 에세이는 다큐 후반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에 인용되는데, 원문이 페이월 때문에 열람이 안되는게 아쉽다. 조앤은 이 글에서 성공한 여성을 대하는 사회의 왜곡된 시각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마사 스튜어트의 꿈과 두려움은 '여성적인' 가정성이 아니라, 남성과 함께 식탁에 앉아 앞치마를 두른 채 칩(chip)을 챙겨서 빠져나가는 여성의 힘에 대한 것이다"(The dreams and the fears into which Martha Stewart taps are not of “feminine” domesticity but of female power, of the woman who sits down at the table with the men and, still in her apron, walks away with the chips.)라는 대목은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명문이다. 마사는 젊은 시절 금융가에서 일하면서 남성 위주의 일터에서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살림'이라는 가장 여성적인 소재로 미디어 회사를 만들고, 남성 금융가들에게 그 사업성을 외면 당했음에도 맨손으로 IPO를 이룬 여성 사업가라는 스토리와 완벽하게 맞닿는 내용이다. 
 
평생을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살았지만 그 때문에 더더욱 완벽할 수 없는 결혼 생활을 했고, 이후에도 진실된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고 관계를 종료 당했다. 이와 동시에 엄청난 커리어를 만들고, 잃었고, 다시 쌓았다. 마사는 분명 사전에 시사를 했을텐데, 그 스스로가 불륜에 대해 이중적 잣대를 취하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서도 이를 그대로 내보내는 것에 승인했다는 건 놀라운 대목이다. 그가 자신의 복잡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던 건, 예나 지금이나 여성에겐 성공한 커리어와 가정 생활의 양립은 '완벽한' 신화일 뿐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대신 완벽한 정원을 가꾸려 동분서주하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다큐는 끝난다. 
 
 
 
 

인스타그램 @shokoryuzaki

[책] 젊은 여성 사업가, 호텔, 그 어느 쪽도 공략하지 못한 한국어판

며칠 전 서점에서 타이포그래피로 점철된 책 표지를 우연히 보고, 왜 저렇게 내용을 유추할 수 없는 표지와 타이틀을 달았을까,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띠지에 적힌 ‘19세에 호텔 창업, 호텔 순례 열풍 창조한 일본의 젊은 기획자...' 를 보는 순간...어??


이 책의 저자는 내 저서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1장 중에서 '위기에 빠진 여행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젊은 혁신가의 도전'의 주인공, 류자키 쇼코였다. 반가운 마음에 크게 떠들다가, 뒤에 서 있던 출판사 영업 담당자가 뜬금없이 명함을 건네는 일까지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책을 구매해 단숨에 읽었다. 그리곤 다시 내 책을 읽어봤다. 혹시 틀리게 기술한 대목이 있을까 싶어서였는데, 다행히 오류는 없었다. 사실 그를 서면으로라도 인터뷰했어야 했다는 찝찝함이 늘 있었는데, 직접 쓴 책이 나와줘서 정말 반가웠다.

96년 생인 그가 직접 기술한, 10여년 간 일본 호텔업계에서 이룬 성과는 역시 대단했다. 그의 배경은 이른바 금수저라고 볼 수 있고, 첫 창업 역시 물려받은 펜션으로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늘 그의 시선은 '이 시설(서비스)이 꼭 필요한 사람은 누굴까'로 확장되는게 놀라웠다. 미혼 여성이지만 출산 여성을 위한 호텔을 런칭해 일본에 부재한 '산후조리원' 역할을 했고, 코로나 시국에는 마케팅력이 부족한 독립 숙소를 위해 OTA를 만들어 1천 개의 숙소를 입점시켰다. 무엇보다 이 모든 스토리가 젊은 여성들에게 큰 꿈을 향한 영감을 준다.
 
일본에서 쇼코의 위상은 호텔을 좀 아는 이들에게는 '아이돌' 급일 것이기에, 그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책으로 포지셔닝해도 된다.(현지에서는 쇼코가 프로듀싱한 호텔이라는 이유로 예약하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전직 출판 마케터이자 그의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들여다본 입장에서 이 책을 읽어봤을 때, 한국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포장했어야 하는 책이다. 저자와 어떻게 협의가 된 건지 모르겠으나, 엄연히 여러 사업의 총괄 대표직을 맡고 있는 경영자에게 '젊은 기획자' 타이틀은 실제 커리어와 위상에 맞지 않는 문구다. 내용도 '다움을 설계하는 법'과 같은 마케팅이나 창조력 도서로 포지셔닝하기에는 너무나도 호텔에 진심인 책이다. 표지도 책 제목도, 일본 원서의 방향성을 그대로 가져와 이도저도 아닌 컨셉의 책으로 곧 묻혀버릴 것이 못내 아쉽다.
 
최근에, 여행 카테고리 밖에서 출판되어 정작 타겟 소비자에게는 닿지 못하는 이런 책을 여러 권 만났다. 그 중 한 권은 유튜브에 소개하기도 했지만, 이런 식으로 다루고 마는 것도 마뜩치 않다. 유튜브 채널이 5만 7천명 규모로 성장하면서, 무엇을 다룰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결국 채널 운영도 비즈니스의 한 축인데, 막연하게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다룰 수도 없는 일이다. 

옴니 미디어로 IPO까지 했던 마사, ‘호텔은 미디어다’라는 명언을 남긴 쇼코. 두 여성 사업가는 세대도 분야도 다르지만 ‘미디어’라는 키워드에서는 서로 만난다. 한편으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소위 쳐주는 IT나 금융이 아닌 ‘리빙’과 ‘호텔’을 다룬다는 것 때문에 이들의 엄청난 역량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여행 미디어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이들에게 심정적인 동류의식을 갖게 된다. 훌륭한 라이프스타일 여성 사업가들의 사례를 계속 발굴하고, 이들처럼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 구축도 꿈꾸어보게 된다.
 


 
✔️'일의 미래'를 큐레이션하는 이유?
일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저의 화두입니다. 개인 관점에서는 2014년부터 1인 기업 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삶과 일의 만족도가 직장생활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습니다. 저와 같이 콘텐츠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커리어를 구축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산업 관점에서는 제가 다루는 여행산업이 '일의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받습니다.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일과 여행은 동시에 이루어지는 행위로 변화하고 있으며, 여행의 목적 역시 라이프스타일 체험과 자기 발견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 주목하며, 일과 여행에 대한 저만의 관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 히치하이커 뉴스레터 : http://hitchhickr.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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