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히치하이커 대표, 책 <여행의 미래> 저자 김다영입니다.
이번 주 일의 변화와 미래, 커리어 테크와 관련된 읽을 거리를 큐레이션하고, 저의 의견을 정리합니다.
브런치에는 좀더 정돈된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블로그에는 매주 '일의 미래'에 관한 정보 큐레이션 및 독자적인 해석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1. 중국 MZ세대의 성장에 대한 체념 '탕핑', 여행 문화도 바꾸는 중
한국과 중국의 2030 세대는 급격한 디지털 전환 속에서도, 끊임없이 '성장'에 대한 압박과 경쟁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다. 향후 노동시장은 자동화와 함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며, '직업을 갖는다'는 개념조차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산업 발전 시대 기준의 '노오오오력'과 경쟁을 강요받으면서도 집 한 채 장만조차 어려워진 MZ세대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성을 잃어버렸다.
그 결과가 한국에서는 정신질환으로 나타나고(한국, OECD 국가 중 우울증 발생율 1위, 100만 넘은 우울증 환자, 20대가 가장 많아), 중국에서는 '탕핑'으로 발현된다. 탕핑이란, 누워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를 가리킨다.
2021년 BBC는 과도한 노동에 비해 낮은 보상 시스템에 지쳐 노동 의욕을 잃은 중국의 젊은 세대를 조명했고, 이어서 블룸버그는 '중국의 정치 지도자에게 코비드보다 두려운 건 탕핑'이라는 기사를 내걸었다.
지난 2022년 10월, 달라진 여행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연중 최대 명절인 10월 국경일 연휴에 극심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아무 여행도 갈 수 없게된 중국인들이, 죄다 호캉스(스테이케이션)로 몰려갔다는 것이다. 씨트립은 전년 국경일 대비 호텔 예약이 98%나 증가했으며, 그 중 무려 60%가 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라고 밝혔다.(기사)
폐쇄적인 코로나 정책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호텔을 선택한 젊은이들은, 과연 호캉스를 어떻게 할까? 이들은 여행을 즐길 의욕도 동기도 없다. 한 현지 매체에서는 국경절 호캉스 열풍을 '재택근무로 집이 사무실로 바뀌어버린 Z세대가, 핸드폰을 끄고 쉴 새로운 침대를 찾아 떠난 것'이라고 표현했다. 정오까지 자고, 낮에는 외출하지 않고, 방에서 테이크 아웃 주문하고, 관광지도 가지 않고, 저녁 먹으러 나가는 일명 '눕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여행이라기 보다는 디지털 노동에서의 일시적 해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변화가 과연, 중국만의 이야기일까? 중국의 지도자들만 두려움을 가질 현상인가?
읽어볼만한 CNN 기사. 탕핑을 중국이 아닌 동아시아 전체의 현상으로 바라보았다. 또한 미국의 '조용한 퇴사'와도 연계시켜 글로벌 MZ세대 문제로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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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엇이 되지 않아도 돼'라는, 새로운 담론의 시작
주말에 <도시인의 월든>이라는 책을 일독했다. 작년에 소위 대박을 친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 저자의 속편인데, 정작 그 책은 읽지 않았지만 이번 책은 흥미롭게 읽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인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뭐가 되지 말라'고 얘기하는 책이 베셀 반열에 오른 자체가 아이러니하면서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출간 당시, 저자와 저자 남편의 이력 때문에 엄청난 논란을 낳았다. 소위 자산가의 집안이기에 가능한 선택인데, 이를 숨기고 초연한 삶을 택한 것은 독자에 대한 기만이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또한 본인은 자본주의와 남의 노동에 기생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걸 콘텐츠화하는 건 정당하냐는 논란도 컸다. 대표적인 비판이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자신의 미국 판타지 충족에 온 가족을 끌어들여 전형적인 도피 인생을 사는 사람이 한비야식 구라로 풀어낸 앵벌이용 책. 마치 돈 한 푼도 안들어가는 삶인양, 그 과정에서 득도라도 한 양, 오만 예쁜 미사여구로 치장된 거짓말이 YES24 기준 판매 91위. 아직도 이게 되네.https://t.co/rlL76X7ZNm
— El carpincho con un sombrero (@BizCapybara) July 17, 2021
그래서인지, <도시인의 월든>에서는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무엇이 되려고'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비판에는 대수롭지 않은 듯한 스탠스를 보였다. 그래서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다. 일생을 무엇이 되려고 발버둥치며 살아온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약간 통쾌한 구석도 있다고 해야 할까.
이 책을 통해 좀더 중요하게 깨달은 건, 노동의 정의가 이미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가 누누히 전달하려던 '아무 것도 아닌 내 존재'와 달리, 이미 저자는 '작가'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창출도 하고 있다. 즉 임금 노동을 그만둔 것이지, 본인이 원하는 바운더리 내에서의 노동은 계속 하고 있다. 무엇이 되는 것에서 자유로워진 사람은, 결국 본인의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다. 감히 누가 누구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잣대를 들이밀 수 있을까?
정유정 소설가의 인터뷰에 깔려있는 나르시시즘 비판, <도시인의 월든>을 관통하는 공통 메시지는 '인간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설계된 동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성장만 추구하면, 지쳐 나가 떨어진다. 그런데 생존을 지향하는 삶에서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를 알고 실천하는 순수한 자유의지가 삶의 동력이 된다. 문제는, 대한민국은 자유의지를 탐구하는 삶을 교육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직업적 자유의지가 거세된, 기업의 노동 인력을 위해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무차별적인 경쟁과 성장을 요구받아온 한국인은 이제 실체 모를 나다움까지 갖춰야 한다.
최근 MZ를 겨냥한 온갖 패션과 가전제품 마케팅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나다움'이 굉장히 공허하게 느껴졌는데, 이유는 결국 '세상에 표출하기 위한' 나다움이라는 모순 때문이었다. 이러한 욕망을 노리고 만들어진 셀프 브랜딩 강의가 판을 치고, 소셜미디어를 도구화해 서로가 서로를 수익모델로 여기는 이 트렌드도 안타깝지만 시효가 얼마 안남았다. 사람들이 '성장'과 '셀프 브랜딩'에 질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다움은 표현을 위한 가치가 아니라 내가 나로 살 수 있기 위해 필요한 내면화된 가치라는 걸, 서서히 사람들이 눈치채고 있는 듯도 싶다. 이는 Good job, good living (남들이 평가하는 좋은 직업 -> 좋은 삶) 신화에서 비교적 일찍 빠져나와 내 업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요즘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변화이기도 하다.
✔️'일의 미래'를 큐레이션하는 이유?
일은 두 가지 관점에서 언제나 저의 화두였습니다. 개인 관점에서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1인 기업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직업(+수입)의 만족도가 직장생활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습니다. 정신적, 물리적으로 온전한 자유를 기반으로 일과 생활을 영위하는 경험을 더 많은 분들이 갖도록 돕는 커리어 코칭을 진행하고 있고요.
산업 관점에서는 제가 다루는 여행산업이 '일의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일과 여가가 분리된 과거 사회에서 여행은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대중화된 글로벌 사회에서 여행의 목적은 '생활 환경의 변화와 삶의 질 향상'로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 주목하며, 일과 여행에 대한 저만의 관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 물론 연재가 어느 정도 루틴이 잡히면, 유료 구독제로 전환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그 전에 아래 뉴스레터를 구독해 두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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