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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라이프스타일

콤부차 만들기 & 시판 콤부차로 스코비 살리기

by 히치하이커 김다영 nonie 2021. 4. 3.

 

 

 


콤부차와의 첫 만남, 그리고 쉬운 성공?
콤부차 트렌드는 수 년전 미국(특히 하와이) 방문 때마다 접했지만, 홍차가 발효된 새콤한 탄산음료 맛이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평소 커피 이외의 음료를 거의 마시지도 않고, 시판 콤부차는 가격도 꽤 비싸다. 

뒤늦게 콤부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최근 들어서다. 비건(vegan) 식생활을 조금씩 실천하려고 노력 중인데, 콤부차가 요거트같은 유제품 대신 비건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는 천연음료라는 걸 알게 됐다. 게다가 직접 만들면 1병 값으로 10병 분량을 만들 수 있다. 최근 BTS의 정국이 브이앱에서 콤부차를 언급해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콤부차 키트를 양도받게 되어 우연찮게 콤부차 배양을 시작하게 되었다. 콤부차는 부지런해야만 만들 수 있는 음료다. 1~2주 간격으로 쉴새 없이 배양을 관리해야 한다. 허브 작물을 기를 때처럼, 이것도 한번 시작하면 성실한 콤부차의 집사가 되고 만다. 나도 모르게 아침저녁으로 병을 들여다보며, 매일매일 병에 코를 박고 관찰하게 된다. 



 

녹차, 유기농설탕, 스코비로 발효. 7일차.

 
음? 배양 7일만에 두툼한 베이비 스코비가 표면에 형성됐다! 이 때가 2월 말이라 아직은 꽤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스코비가 만들어졌다. 흠. 콤부차 만들기 엄청 쉬운데? 그냥 놔두기만 하면 되네? 싶었다. 

하지만 너무 쉬운 성공은, 이후 수많은 실패로 이어지는데....



 

 


콤부차,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
빨리 2차 발효를 해서 콤부차를 먹고 싶은 마음에, 7일차 콤부차를 걸러서 새 배양을 세팅했다. 왼쪽은 홍차 + 마더 스코비(최초 키트에 있던 것), 가운데는 생강청과 레몬청을 넣은 2차 발효액, 오른쪽은 녹차 + 베이비 스코비로 새 배양을 시작했다.

그런데 왼쪽 홍차 베이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사진을 보면 스코비가 밑에 착 가라앉아 있는걸 볼 수 있다. 원래 하루 이틀 지나면 발효 진행으로 탄산이 발생하면서 스코비가 붕 떠오르거나 움직인다. 그런데 별 미동이 없었고, 새로운 스코비도 생기지 않으면서 의심스런 부유물이 뜨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매일 밤 유튜브에서 해외 콤부차 레시피와 튜토리얼 수 백 편을 독파하게 되는데..


 

 
하아. 결국 만나고야 말았다. 곰팡이를.

첫 번째 실패 요인은 온도다. 3월 초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실내 온도가 내려갔고, 콤부차 발효는 2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발효가 되지 않은 상태로 며칠이 지나면, 산도가 부족하여 바로 부패하게 된다.


 

 

콤부차에 추천하는 설탕은 이 제품.

 
두 번째 요인은 설탕이다. 발효가 까다로운 원당을 넣었다. 콤부차 성공율을 높이려면 검은 설탕이나 비정제 원당보다는 유기농 사탕수수 설탕(cane sugar)이나 차라리 가정용 설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당류의 성분이 단순할수록 발효가 잘되고, 미네랄이 많이 섞인 원당과 꿀같은 당류는 발효 속도를 늦춘다. 이게 낮은 온도와 만났으니 발효가 잘 될리가 없었다.

이걸 알고 부랴부랴 아이허브에서 홀썸 유기농 케인 슈가를 주문했다.이게 제일 실패없이 잘 된다. 바로 가기

가장 치명적인 실패 요인은, 덜 활성화된 종균이다. 추운 날씨에서 1주일밖에 발효를 안한 콤부차로 재배양을 시작했으니,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마실 용도의 콤부차는 먼저 거르고, 종균용은 조금 남겨서 며칠 더 발효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후 3번 이상 같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스코비보다는 활성화된 종균(starter tea)의 절대적인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집에서 온도를 인위적으로 높여주기 어렵다면, 산도를 낮춰주는 종균이 발효 초기의 부패를 막아주면서 안정적으로 발효를 돕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꼭 실험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시판 콤부차가 종균의 역할을 도와줄 수 있는지의 여부다. 자꾸 실패를 하다보니 종균액의 양이 부족해져서, 밑져야 본전인 셈치고 마트로 향했다.



 

이마트의 냉장 음료 코너에서 발견.

 


이마트 피코크 콤부차, 발효가 잘 될까?
가장 유명한 시판 콤부차는 '아임얼라이브'다. 그런데 이마트의 '피코크 유기농 클렌즈 콤부차'가 병 모양과 성분은 물론 제조사까지 같으면서 가격은 500원 저렴하다. 이마트 24의 스무디킹 콤부차도 같은 제조사, 같은 성분이다. (이 3가지와 달리, 최근 롯데칠성 콤부차나 티젠같은 가루 형태는 향료와 합성 당분이 들어서 천연 콤부차 대용으로 쓸 수 없다) 종균 대체용으로 쓰기 위해 피코크 '오리지널' 맛 한 병을 구입했다. 
사실 시판 콤부차는 아무리 천연이라도 살균처리되어 생균이 살아있을 지 알 수 없고, 미국의 GTs같은 생(raw) 콤부차는 구하기 어렵다. 국내 리뷰를 찾아보면 '시판 콤부차로 스코비 없이 발효하기'는 대체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또다시 실패한 콤부차에서 스코비만 조심히 건져서 양조식초에 소독한 후, 소량의 설탕홍찻물에 넣고 피코크 콤부차를 비슷하게 부었다. 또 실패할 지 모르니, 일단 작은 병에 샘플로 해 본 것이다.


 

시판 콤부차는 발효력이 떨어지는 스코비를 넣고 종균액을 만들 때 활용하면 좋다. 

 
오오! 조금 오른 기온 때문인지 6일만에 새로운 스코비가 생성됐다! 코를 찌르는 식초 냄새와 탄산 버블이, 발효가 미친듯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음을 알수 있었다. 시판 콤부차는 발효 자체보다는 산도를 낮춰줘서 초기 발효를 돕는 것 같았다. 맛을 보니 목이 따가울 정도로 과발효여서, 이 식초 종균과 새 스코비를 떼어내서 재배양을 시작했다. 

이렇게 여러 번 실험 결과, 시판 콤부차는 '랩홍이', 즉 발효에 실패한 얇은 스코비를 활용하는 용도로 쓰면 좋다. 랩홍이나 곰팡이로 실패한 콤부차에 든 스코비를 소독한 후 시판 콤부차를 넣어 빠르게 종균액으로 만드는 것이다.


 

재배양 시작
발효 5일차. 미친 거품들.
발효 10일차. 대왕 스코비 탄생

 
이렇게 얻은 새 종균액과 스코비로 배양한 결과는, 대성공이다. 최초에 분양받은 마더 스코비보다 더 큰 스코비를 얻을 수 있었다.

10일차에 원하는 신맛이 나와서 2차 발효용을 거르고, 종균용은 며칠 더 두어 완전히 활성화된 종균으로 만들었다. 지금 이 종균은 여러 병에서 '스코비 없이' 스스로 스코비를 만들어내고 있다. 완벽한 종균액은 14일(2주) 꽉 채워서 발효한 게 가장 힘이 세고, 스스로 기포 위에 공중부양하는 스코비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 기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니, 맛과 향의 지점은 스스로 깨우쳐야만 한다. 


이렇게 나만의 콤부차 레시피를 어느 정도 잡아내기까지, 꼬박 1달 반이 걸렸다. 새로운 기술을 몸으로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힘들고 재밌는 과정이다.



 

왼쪽은 생강청 + 레몬청, 오른쪽은 생강청 + 얼린 파인애플. 생과일보다는 냉동 과일이나 건과일이 더 잘된다고 한다.

 
콤부차의 진짜 매력, 2차 발효
콤부차의 세계적인 인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만의 DIY가 가능하다는 점이 MZ세대를 사로잡은 큰 이유 아닐까싶다. 2차 발효를 통해 내 입맛에 맞는 재료를 넣어서 만들 수 있으니 재미있다.

마침 남는 생강청이 있어서, 설탕 추가를 하지 않고 생강청과 과일을 조합해서 쓰고 있다. 해외 레시피도 많이 보는데, 생강은 물론 할라피뇨도 넣더라. 매콤한 맛으로 킥을 주는 게 콤부차의 맛과 잘 어울리는 듯 하다.

4월로 접어들어 실온이 올라가면서, 콤부차는 거의 실패가 없다. 발효가 잘 되는 콤부차는 끊임없이 탄산 기포가 올라오고 스코비가 떠오른다는 것도 관찰 결과 알게 됐다.(가라앉는다고 상한건 아니고, 좀 지켜봐야 한다) 발효가 완료되면 액상이 밝고 투명해진다.

이 작업을 하면서 시판 콤부차를 계속 맛보았는데, 홈메이드가 몇 배 더 맛이 깊고 좋다. 살균처리를 하지 않아 생균이 살아있는 상태가 가장 좋은 맛을 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목과 기운을 많이 쓰는 강사 일을 하다보니, 콤부차가 기력 회복에 도움을 줘서 앞으로도 꾸준히 만들어 먹을 듯 하다. 다음에는 좀더 정리된 콤부차 튜토리얼과 2차 레시피도 기록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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