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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Korea

속초 레트로 여행 #02. 마레몬스 호텔 조식, 대포항 튀김골목, 그리고 책 한 권

by nonie 2020.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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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의 2시간 강의를, 1박 2일 여행으로 늘렸다. 평소 눈여겨 봐두었던, 하지만 화려하거나 유명하진 않은 호텔 한 곳을 예약했다. 호텔에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않는 나의 게으름을 잘 알기에, 호텔 근처에서 먹거리 탐색을 해봤다. 대포항 튀김 골목, 이거다 싶었다. 침체된 지역 경기도 살리고 속초 먹거리도 맛볼 겸,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먹거리를 포장했다. 맥주 한 잔, 책 한 권, 그리고 맛있는 먹거리와 다음 날 아침의 조식 만으로도 충분했던, 짧은 속초 1박 2일. 








대포항 튀김골목

연수원에서 강의를 끝내고 '대포항 튀김골목'으로 향했다. 지도 상으로는 먼 거리지만, 속초 내에서는 사실 택시로 20분 내외면 대부분의 지역을 갈 수 있었다. 미리 예약해 둔 마레몬스 호텔은 대포항을 바라보고 지어져 있다. 사실 호텔에 체크인하기 전에 들른 곳이 바로 이 튀김골목이다. 


북적거릴 줄 알았던 튀김 골목은 매우 한산했다. 코로나 영향도 있을 거고, 아직 성수기가 되지 않은 7월 첫 주 평일이기도 했다. 나는 비수기 여행을 매우 좋아한다. 강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 중 하나가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서 비수기를 쓸 수 있다는 장점도 한 몫 한다. 저렴한 숙박비, 한가로운 맛집 골목, 기회가 닿았을 때 충분히 누려야 한다. 코로나 이후로, 그 전에 놓쳤거나 지나쳐버린 수많은 여행의 기회를 떠올려 볼 때마다 그저 아쉽기만 하다. 돈 버는 것도 좋지만 좀더 다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


주로 골목의 입구쪽 매장들이 그래도 몰리는 편인데, 여기는 리뷰를 많이 찾아봤지만 특별하게 어느 집이 맛집이다, 하는 게 없더라. 그래서 주문하면 바로 나올 수 있는 비교적 한산한 곳을 일부러 택했다. 열심히 호객을 하시던 아주머니는 마침 반가우셨는지, 덤으로 작은 게 튀김도 몇 마리 더 넣어주셨다. 









갓 부쳐낸 오징어 순대와 왕새우 튀김, 차가운 맥주 한 캔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걸어서 호텔로 향했다. 택시로는 5분도 안되는 거리여서 딱히 택시를 타기도 뭐했다. 그런데 걷다 보니 거리 상으로는 매우 가까운 거리인데, 막상 걸어보니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명확치 않고 너무 한산한 길이라 조금 위험하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빈티지한 분위기가 흐르는, 마레몬스 호텔 후기는 1편에. https://nonie.tistory.com/2099


마레몬스 호텔 자세히 보기








바다를 보면서 먹는 음식이 뭔들 맛없겠냐만, 대포항 튀김골목의 오징어 순대와 튀김들은 매우 맛있었다. 편의점에서 처음보는 '예거'라는 오스트리아산 자몽 맥주를 골랐는데 (계산해준 사장님이 '이건 뭔 맛이에요?'라고 물어보셨다는) 시트러스한 맥주가 의외로 해물과 아주 잘 어울렸다. 만원 어치 오징어 순대는 어찌나 양이 많던지, 결국 절반이나 남겨 포장해 왔다. 










마레몬스 호텔의 조식

다음 날 아침, 조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 내의 모니터에서 호텔 홍보 영상이 흘러 나왔는데,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다. 조식 뷔페의 테마가 '산나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뷔페에 가보니 섹션의 1/3이 비빔밥을 위한 각종 산나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식당에서 조식 뷔페를 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강원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메뉴가 아닌가 싶다. 왠만한 어설픈 관광지 비빔밥보다 훨씬 구성은 훌륭했다. 콩나물이나 시금치 등을 넣고 산채 비빔밥이라고 하는 곳도 많은데, 이곳 뷔페에 놓인 나물은 참나물, 부지깽이 등 제대로 된 나물이 많았다. 어른들은 매우 좋아하실 메뉴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보니 어르신 단체 고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왠지 이 호텔의 연식이랑 어울리는 풍경이다. 












물론 한식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직접 공급받는다는 수제 빵 섹션을 비롯해 양식 코너도 섭섭하지 않게 갖춰져 있어서 한 상 잘 먹었다. 비우자마자 재깍재깍 치워가는 백업 서비스의 속도는 칭찬할 만 하지만, 상관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 와서 다 먹지도 않은 접시를 치워가는 걸 보니 빨리 일어나라는 뜻인 것 같아;; 커피 한 잔 마시자마자 털고 일어났다. 어차피 서비스 기대하고 온 호텔도 아니고, 이래저래 경험하면서 느끼는 건 지방 소재 호텔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호텔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되는 상황인 듯 하다. 










책, 바다의 뚜껑

체크아웃 시간이 한참 남아서, 가져갔던 책을 펴봤다. 여행에서는 평소 잘 안 읽는 책을 일부러 고른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다의 뚜껑은 실제 노래의 가사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오키나와에 작은 빙수 가게를 차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나나 특유의 삶을 향한 의지가 깔려있는, 카모메 식당의 '빙수집' 버전같은 내용이다. 낯선 이가 찾아와 함께 가게 일을 하게 되는 것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안분지족의 삶을 담은 일본의 콘텐츠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지금의 시대 정신과 어딘지 핀트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그토록 많은 책들이 '욕심없는 삶, 만족하는 삶,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만이 행복의 지름길이라 역설했건만, 그게 쉬우면 인간은 왜 그 쉬운 것을 못하느냔 말이다. 무조건 버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롯이 나의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 쌓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른 여름의 짧은 속초 여행은 아쉬운 대로 마무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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