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TOP 5 여행지를 보면, 일본과 중국에 이어 동남아시아가 단연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각각 어떤 점을 어필하려고 하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란 거의 없다. 매년 이들 아세안 국가가 돌아가며 개최하는 아세안 투어리즘 포럼에 처음으로 참가하여, 비로소 각 나라들의 강점과 관광업의 동향을 세세히 파악하는 중이다. 아름다운 하롱베이에서 열린 포럼의 첫날에 얻은, 이런저런 인사이트를 정리해 본다.
하노이 공항 입국장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
하노이 공항에서 하롱베이까지
아세안 10개국에서 가장 큰 관광업 행사로 꼽히는 ‘아세안 투어리즘 포럼’이 1월 14일에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일단 하노이 공항에 인포메이션 센터를 갖추고 매끄럽게 MICE 행사를 진행하는 베트남 측의 준비가 매우 돋보였다. 하노이 공항에서 하롱베이까지는 차량으로 약 3시간이 소요되는데, 시간대 별로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어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워낙 많은 인파가 하롱베이에 모여들다 보니 오피셜 호텔이 엄청 많고 제각기 흩어져 있다. 그래서 셔틀이 호텔마다 들르는 바람에 결국 마지막 호텔인 나의 숙소까지 도착하는데 1시간 가량 지연됐다. 대형 호텔 위주로 호텔을 적게 배치했으면 어떨까 싶다.
전 세계 140여 명의 미디어가 하롱베이에 모여드는 절호의 기회이니, 베트남의 각 지역에서도 일제히 홍보에 나섰다. 본격적인 행사 전날인 1월 14일 저녁, 호치민 시에서는 크루즈 한 대를 빌려서 디너 파티를 개최했다. 사실 베트남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개인적으로 휴양지인 다낭, 나트랑보다는 멋진 콘셉트의 몇몇 호텔을 보유한 호치민이다. 이번에는 하노이 중심으로 북부만 살펴보게 되었지만, 다음 베트남 방문때는 남부와 중부를 집중적으로 보고 싶다.
Conference: 아세안 투어리즘 컨퍼런스
오늘(1/15)부터는 본격적으로 모든 행사가 시작된다. 아세안 투어리즘 포럼은 크게 두 가지 행사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컨퍼런스와 각 국가의 관광 정책 담당자들의 미팅과 회의가 열리는 포럼이고, 또 하나는 트라벡스(TRAVEX)라 하는 바이어 미팅 박람회다. 쉽게 말하면 하나투어 여행 박람회와 비슷한데, 아세안 국가의 관광업 부스로만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트라벡스는 내일과 모레에 충분히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오전에 열리는 짧은 컨퍼런스에 참석하기로 했다.
아세안 투어리즘 컨퍼런스의 주제는 ‘디지털 시대의 관광업 발전을 위한 문화유산의 연결’, 즉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역사 명소나 문화 유산을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내용이었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은 관광업에 있어 서로 협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다량 보유한 아시아 국가들이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는 듯 했다. 지난 인도 출장때도 느낀 거지만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수동적인 '관광', 즉 피상적인 옛 유물을 단순히 구경하는 여행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고 관심도가 낮다. 이 점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베트남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했다는 가상현실(AR) 기술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보통 전시실에 진열된 문화유산은 단편적인 감상만 가능하지만, 가상에서 재현된 문화유산은 눈앞에서 크기를 조절하고 360도로 감상할 수도 있다. 뮤지엄 뿐 아니라 관광업의 여러 분야에서 응용할 만한 좋은 사례다.
Media briefing : 베트남과 브루나이, 그리고 메콩 투어리즘
개인적으로 각 나라의 관광 슬로건과 관광 홍보영상을 매우 주의깊게 본다. 슬로건과 프로모션 영상 만으로도 각 국가가 전 세계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명료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포럼 기간에는 아세안의 모든 국가들이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브리핑을 한다. 오늘은 개최국인 베트남과 브루나이, 그리고 메콩 강 연안을 공유하는 6개국 연합의 브리핑이 있었다.
베트남 관광청의 프로모션 영상과 슬로건은, 기대 이상으로 높은 완성도와 시의적절한 시각을 모두 갖추었다. 솔직히 영상 시리즈를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베트남의 소셜미디어 해쉬태그는 #myvietnam 으로, 프로모션 영상에서는 각 도시 별로 현지인의 삶 속에서 묻어나는 베트남의 매력을 조명했다. 그런데 자국의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젊고 영민하다. 특히 호이안을 소개하는 영상은 현지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하는 젊은이의 시각에서 호이안을 바라본다. 이번 달에 진행되는 비디오 콘테스트도 그렇고, 여러 모로 베트남은 관광업의 변화를 잘 읽고 있다. 이곳 하롱베이의 관광업 개발붐도 엄청난데, 지금 내가 묵고 있는 하롱베이 최대 규모의 FLC 리조트 역시 1달 전 오픈했다. 또한 FLC 그룹이 소유한 국내선 민항기인 뱀부 에어웨이는 바로 오늘 운항 서비스를 런칭했다고 한다. 베트남의 '젊은' 관광업은 어찌 보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브루나이,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라 더 신비롭고 궁금한 나라다. 브루나이가 강조하는 관광지로서의 강점은 '건강함(음주가 전면 금지된 이슬람 국가다), 평화로움, 다채로운 식문화'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위의 프로모션 영상에서도 바로 이 3가지가 잘 드러나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아세안에 비해 훨씬 덜 알려진 나라인데도, 한국인 관광객이 전체 외국인 방문자 순위의 무려 7위!! 역시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파워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라오스에서도 TOP5 안에 매년 든다고 한다)
그러나 미디어 센터에서는 한국 매체가 하나도 없었고, 우리보다 훨씬 작은 마켓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나 유럽 매체의 질문이 이어졌던 점은 참 아쉽다. 그래서 나는 한국인 관광객의 FIT와 여행사의 비율에 대해 물었고, 아직은 압도적으로 여행사 패키지의 방문율이 대다수라는 답변을 들었다. 브루나이가 한국인의 자유여행지가 되려면, 좀더 많은 여행정보와 호텔정보가 필요하다.
메콩 투어리즘은 메콩강 연안에 속해 있는 6개국(캄보디아, 중국 윈난,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의 관광업 협력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지난 2017년에 메콩 투어리즘에서 개최하는 포럼에 참석하면서 이들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메콩 투어리즘에서 작년부터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캠페인이 바로 메콩 미니 무비 페스티벌이다. 미니 무비란 말 그대로 1분 이하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누구나 이 콘테스트에 참가하게 되고, 여러 부문에서 시상을 하여 여행 상품을 수여한다. 왜 1분 이하일까? 역시 짧은 영상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잘 맞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마침 오늘 오전 컨퍼런스에서 2018년 수상작들을 쭉 봤는데, 대체로 드론과 타임랩스 등 촬영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영상들이 대부분 수상했다. 사실 영상기술은 한국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인데다 아세안 국가에 가장 많은 여행자를 배출하는 나라인데, 이렇게 국제적인 관광 콘테스트에서는 한국인의 참여가 거의 없는 게 아쉽다. 이러한 모든 일과 멋진 기회들이 다 영어 사이트로만 홍보된다는 점을, 관심있는 이들은 꼭 기억하고 많이 서칭했으면 한다.
내일은 하루종일 국가별 브리핑이 있는 날이다. (하아) 이만 여기서 정리하고, 내일 다시 이어가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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