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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dia

호화열차로 떠나는 인도여행 Day 5. 카주라호, 관광을 생각하다

by nonie 2018.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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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 X Incredible India - 인도 럭셔리 기차여행, 5일차

세계적인 호화열차 '마하라자 익스프레스'를 타고 북인도를 돌아보는 여행! 기차는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에서 하룻밤을 정차하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달려 오늘의 목적지인 카주라호에 닿았다. 세계에서 가장 에로틱한 사원으로 이름난 카주라호는, 한국의 인도 단체여행에도 반드시 들어있는 필수 관광지다. 물론 유명 관광지를 직접 둘러보는 뜻깊은 시간이긴 했지만, 정말로 유적만 돌다가 하루가 저물 줄이야. 








기차여행 5일차, 성대한 환영인사

기차는 매일 밤 달려서 다음 기착지로 이동했지만, 아그라에서는 기차가 하룻 밤 정차했다. 이렇게 기차가 역에 머무는 밤에는 기차의 흔들림이 적기 때문에 좀더 편안하게 잘 수 있다. 이미 여행 중반부가 지나면서 피로도도 많이 쌓였던 지라, 기차가 정차한 지도 모르고 푹 잠들었다. 이렇게 정차한 다음 날 아침에는 기차가 부지런히 달리기 때문에, 기차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을 때까지 온전한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실 관광 목적으로 탑승한 일반 승객들은 이 시간이 다소 지루할 테지만, 우리같은 미디어 팀은 그나마 노트북이라도 열어 개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 다들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오늘의 행선지인 카주라호는 인도 중부의 마드야 프라데시 주에 위치한 유적지다. 매 도착지마다 각기 다른 주에서 각자의 전통 방식으로 환영식을 준비하는데, 오늘은 마드야 프라데시의 전통 춤과 묘기를 감상했다. 또한 탑승객들이 직접 댄스를 배우는 흥겨운 시간도 가졌다. 











과거에서 더 과거로의 여행, 카주라호 사원

이전에 들렀던 많은 인도의 유적들은 대부분 16~19세기 무굴 제국 시기에 건설된 곳들이 많다. 그런데 이곳 카주라호는 무려 9~14세기 찬델라 왕조 시기를 엿볼 수 있는 도시다. 당시 찬델라 왕조의 수도였던 카주라호에서는, 당시 지어진 80여 사원 중에 파괴되지 않고 남은 22개 사원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원들의 보존 상태는 두 눈을 의심하게 할 만큼 아직까지도 너무나 생생하고 섬세하다. 앞서 본 무굴제국보다도 훨씬 더 이전의 시대 유적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물론 이 사원들이 유명해진 것은 힌두이즘의 정신 중에서도 인간과 우주의 정신적인 합일을 의미하는 탄트리즘이 형상화된, 일명 19금 조각으로 이루어진 이곳의 독특한 건축양식 때문이다.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에로티시즘'을 테마로 한 힌두사원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카주라호는, 이미 80년대에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도 지정되었다. 










사원 내부를 관람하기도 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도 현지인들도 이곳을 관광으로 꽤나 많이 찾는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카주라호를 찾은 날이 인도의 공휴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꼭 유적 관광때문이라기 보다는 사원 앞의 너른 잔디밭에서 가족끼리 편안하게 피크닉을 나온 현지인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안그래도 유명한 곳인데, 관광객에 현지 인파까지 더해 꽤나 활기를 띈다. 비슷한 역사유적이지만 앞서 방문했던 무굴제국의 폐허 유적, 파테푸르 시크리가 상당히 조용했던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분위기다. 









카주라호의 사원들은 흩어져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유명한 사원은 서편에 몰려 있기 때문에 관광 루트도 다들 비슷하다. 오며가며 한국 여행사 깃발을 든 단체관광객도 카주라호에서 가장 많이 만났다. 심지어 타지마할에서보다도 더 많이 본 것 같다. 다른 데는 몰라도 카주라호는 한국의 인도 단체관광 코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인 듯 했다.









카주라호를 대표하는 칸다리아 마하데브, 락쉬마나 사원 등 핵심적인 사원은 모두 빠짐없이 관람을 마치고, 사진촬영을 위한 자유시간은 한 30분 정도 받았다. 물론 점심시간 후의 2~3시간동안 돌아보는 짧은 일정이긴 했는데, 이 시간을 모두 가이드의 설명만 들으면서 따라다니는 관광은 역시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다. 아무래도 영어 가이딩을 받다 보니 대다수 영미권 멤버들에 비해 나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거겠지만, 한글 가이드였어도 내겐 마찬가지다. 


카주라호에 대한 배경 정보를 간단히 프린트물이나 이메일 등으로 사전에 각자 읽게 하거나, 혹은 유적 이름과 설명이 표시된 그림지도를 보면서 각자 탐험하듯이 찾아다니며 이 장소를 이해했다면 어땠을까? 편안하게 촬영도 하면서 이 장소를 각자의 방식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좀더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건 이 기차여행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한국의 여행상품에 합류했더라도 똑같았을 것이다. 아직도 단체여행의 패턴은 수동적인 옛 방식의 관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나이가 지긋한, 기차의 일반 승객들에겐 더없이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으리라.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 맞는 유적 관광은 컨셉 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재미있는 강연도 2시간이면 지루해지는데, 남의 나라 역사 이야기를 2~3시간 동안 끊임없이 듣는 것만이 과연 유일한 방법일까? 이 생각은 이후 러크나우에 갈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오후 내내 사원을 돌고 카주라호 기차역으로 돌아오니, 해가 저물었다. 마하라자 익스프레스 기차는 일반 열차와는 다른 관광 열차의 목적으로 운행하지만, 정차는 이렇게 현지 역에 그대로 하기 때문에 잠깐이나마 인도의 기차역과 플랫폼을 구경할 수 있다. 카주라호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다 보니 기차역도 나름 깔끔하고 잘 되어있다. 









저녁 시간에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이 날은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사파리 바에 가서 시원한 킹피셔 맥주 한 잔을 주문하고 노트북을 열었다.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식사를 포기하고라도 조금의 개인 시간이 더 필요했었나보다. 그렇게 밀린 일을 조금씩 처리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은, 여행 일정에서 타지마할과 함께 가장 기다렸던 도시, 바라나시로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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