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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dia

호화열차로 떠나는 인도여행 Day 3. 국립공원 투어 & 파테푸르 시크리

by nonie 2018.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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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 X Incredible India - 인도 럭셔리 기차여행, 3일차 

세계적인 호화열차 '마하라자 익스프레스'를 타고 북인도를 돌아보는 여행! 3일차인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기차 밖으로 나서야 한다. 새벽부터 지프차를 타고 국립공원을 누비는, 사파리 투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한때의 영광이 폐허로 남은 무굴제국, '파테푸르 시크리' 유적을 만나러 갈 차례다. 아침에는 대자연을, 오후에는 역사 유적을 만날 수 있는 인도는, 이토록 다채로운 모습으로 가득하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호랑이 만나러 가는 길, 란탐보르 국립공원

밤새도록 달린 기차는 자이푸르를 떠나, 란탐보르 국립공원 근처에 정차해 있다. 어느 새 나도 객차 침실이 적응이 되었는지, 잠을 거의 설쳤던 첫날을 빼면 비교적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버틀러가 모닝콜과 함께 방에 직접 가져다주는 커피와 차, 쿠키를 먹으며 남은 잠을 떨쳤다. 이른 새벽부터 떠나는 지프차 사파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차 앞에 준비된 지프차를 타고 시원한 새벽 바람을 가르며 한참을 달리니, 공원 입구가 보인다. 


란탐보르 국립공원은 야생 벵골 호랑이 20여 마리가 서식하는 자연보호 구역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투어를 신청해 방문할 수도 있지만 사실 자유여행으로 오기에는 다소 어려운 곳이다. 대도시인 자이푸르에서도 180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인도 패키지 상품인 소위 '골든 트라이앵글' 여행에도 이 코스는 들어있지 않아서 한국어 후기도 거의 없다. 사실 인도에서 야생동물 사파리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나조차도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다. 사파리가 처음은 아니지만, 호랑이를 보러 가다니? 설레기도 하지만, 자못 긴장되는 여정이다. 









그런데 옆에 함께 탄 여행 블로거 에일린이 내게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을 내민다. 호랑이가 뚜렷하게 찍혀있는 사진이었다. 얼마 전 다른 사파리 여행에서 촬영한 건데, 이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야 한단다. 가이드 역시 호랑이는 야행성 동물이라 모습을 드러낼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공원을 가로지르는 동안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나는 일 또한 큰 즐거움이었다. 창문이 없는 차량이다 보니 커다란 새들이 차 손잡이 위로 직접 날아오기도 하고, 가까이서 사슴들이 풀을 뜯는 장면을 숨죽이고 관찰할 수도 있다. 


차량은 시원하게 펼쳐진 초원에 잠시 정차했다. 아침도 거르고 시작된 사파리 여행이라 출출했는데, 이미 도시락 가방까지 다 준비해 두었더라. 가방에는 과일과 과자, 영양 바 등이 곱게 들어 있다. 사파리 중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물은 적게 마시는 게 좋다. 그래서 바나나와 과자로 허기를 달래며, 잠시 호랑이의 출몰을 기다렸다. 일행들이 '이 과자 냄새 맡고 호랑이가 달려들면 어떡하죠?'라며 가이드에게 농을 건네기도. 그러나 아쉽지만 역시, 호랑이는 쉬운 동물이 아니었고, 결국 한 마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란탐보르 국립공원이 꼭 호랑이를 보기 위한 곳만은 아니다. 이 공원은 예전 무굴 제국이 번성했을 시절에, 마하라자들이 사냥을 하러 오던 곳이란다. 아름다운 평원을 배경으로 3개의 호수가 펼쳐져 있고, 멀리 무굴 제국의 유적까지 남아있다. 지금은 이 공원 내에 럭셔리한 텐트 롯지(숙박시설)까지 있다고 하니, 아프리카처럼 야생 속의 럭셔리 여행상품을 잘 조성해 놓은 셈이다.  










아쉽게도 호랑이는 못 보고 떠나지만, 초원에서 신비로운 아침 공기 속을 거니는 사슴 떼를 만나거나 한 가족임이 분명한 원숭이들을 보며 환하게 미소지을 수 있었다. 동물원에 갇혀있는 동물이 아닌,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을 만날 기회가 흔하지 않은 도시인에게, 국립공원 사파리는 그 자체로 해방감을 선사해 준다. 한편 호랑이를 카메라에 담지 못해 살짝 김이 빠진 우리 미디어 팀과는 달리, 나이 지긋한 일반 승객들은 어느 새 잔뜩 들뜨고 상기된 표정이다. 문득, 모험 여행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파리란 '안정된 모험'이라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 모험의 기분은 느끼고 싶지만 절대적으로 안전하게 통제된 상황을 원하는 이들은, 이미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어르신들이다. 지프카에 올라타서 나타나지도 않을 호랑이를 기다리면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한 가운데 놓인 듯한 착각을 즐기는 것도 이들에겐 대단한 여행경험이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드벤처 트래블이라는 게 항상 의문스럽다. 여행자가 럭셔리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드벤처가 딱 이 정도 레벨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험을 '흉내내는' 행위를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 이들은, 어쩌면 인생에서는 진짜 모험이 없었기에 반대급부 심리가 작동하는 건 아닌지. 나는 어떤 노년을 맞이하고 싶은 걸까? 안정된 삶이 지루해 돈을 내고 모험을 하는 노년보다는, 지금 내 삶에서 시도하는 작은 모험으로부터 좀더 다양한 가능성을 갖는 노년을 준비하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든다.  









3시간 여의 탐험을 마치고 기차로 돌아와, 느즈막히 아침식사를 즐긴다. 인도식 아침을 주문했는데, 튀긴 빵과 채소 커리, 커드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망고 요거트와 갓 구운 빵을 곁들여,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맛있게 먹었다. 커리도 너무나 맛있지만, 매일 아침 주방에서 직접 굽는 따끈따끈한 머핀은 지금도 생각날 만큼 일품이다. 즐겁게 식사를 하는 동안, 기차는 천천히 움직여 다음 행선지인 파테푸르 시크리로 향한다. 









찬란한 제국의 허망한 흔적, 파테푸르 시크리

인도여행을 막연히 꿈꿀 때만 해도, 인도라는 거대한 대륙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감조차 잡기 어려웠다. 오랫동안 동경하던 여행지였지만,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인도 전문가로 알려진 이옥순 교수의 '인도는 힘이 세다'와 같은 에세이가, 전반적인 인도 현대사나 문화 흐름을 읽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인도의 힘이 가장 번성했던 대표적인 시기는, 영국 동인도 지배가 있기 전인 16~19세기 '무굴 제국' 시절이다. 이 화려한 제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파테푸르 시크리 유적은, 아그라에서도 가깝기 때문에 인도 북부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인도의 고대, 중세 유적들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그 보존 상태가 생생하고 규모 또한 웅장해서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사실 터키와 그리스같은 문명의 발상지에서 첫 해외여행을 시작했던 나는, 지난 15년간 다양한 나라를 취재하고 여행하면서 문화유산 여행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준이 생겼다. 평소 과거의 유산을 좇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지만, 기왕에 제대로 보려면 인도를 따라올 수 있는 여행지는 세계적으로 몇 안될 듯 싶다.




 





그런데, 파테푸르 시크리는 다른 인도의 유적지처럼 무작정 웅장하고 화려하지만은 않다. 어찌 보면 약간 스산한 기운이 감돌 정도로 쓸쓸한 느낌이 든다. 무굴 제국의 통일을 이끌었던 3대 왕인 악바르가, 자식이 생길 것을 점지해 준 이슬람 성자를 기리며 아그라에서 옮겨온 수도가 바로 이곳이다. 새로운 수도에서의 시작은 창대했지만, 곧 심각한 물 부족으로 14년의 짧은 흔적만을 남기고, 무려 400년이나 버려지고 말았다. 이토록 슬픈 도시의 역사가 또 있을까 싶다. 그나마 지금은 관광객들이 이를 보기 위해 발길을 잇고 있으니, 그 허망함이 또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는 순간이다. 










이슬람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거대한 승리의 문을 통과하면, 자미 마스지드 사원의 드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인도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사원이라고 하는데, 매번 사원을 갈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풍경이기도 하다. 늦은 오후의 석양을 배경으로 광장을 천천히 걸으며,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바라본다. 오전에 만난 광활한 대자연도,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건축물도, 모두 인도에 내려진 신의 축복임에 틀림없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incredible'한 인도를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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