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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

직업을 만들고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인플루언서의 의미 feat. 여행 콘텐츠

by nonie 2017.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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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국립공원 내 홈스테이 @ 태국관광청 여행 프로젝트, 2017




같은 공간에서 블로그를 10년째 하고 있다보니, 문득 주변을 돌아보면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지 실감한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블로그를 하던 이들은, 업계에 이름 한 자 남아있지 않고 완벽하게 세대교체되었다. 내가 첫 1세대라 친다면, 지금은 얼마쯤 왔을까. 요즘 인기있다는 몇몇 이들의 연령대와 포스팅 스타일을 보니, 이미 여행블로그 시장도 모바일과 영상이라는 새로운 플랫폼과 결합해 약 3세대 쯤 와 있는 듯 하다. 


요즘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분야가 마치 새로운 직업인 마냥 각광을 받고, 외국에서는 수백억을 버는 유튜버도 나오다 보니 뭐랄까. 쉽고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그러나 여행업계만 놓고 보자면 불과 1~2년 사이에도, 개개인의 유명세와 트렌드는 너무나 빨리 바뀐다. 불과 얼마 전까지 '디지털 노마드'를 자처하며 '내가 있는 곳이 직장이다'라며 돌아다니던 이들 중 이미 몇몇은 남들과 같은 평범한 소득구조로 되돌아갔다. 온갖 초청여행과 강연에 불려다니며 책을 내고 호들갑을 떨던 이들도, 일신상의 변화가 생기거나 수입이 일정치 않으면 어느 순간 조용해지고 그 사이에 누군가가 같은 방법으로 치고 올라와 그 자리를 바로 대체한다. 


사실 지난 10년간은, 이런 패턴의 반복이었다. 본인의 콘텐츠가 '소비(만) 된다'는 걸 당사자만 모른 채, 그렇게 '외모와 젊음'을 전면에 내세운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탄생하고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겉으로만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며 퇴사하고 유럽여행을 하며 인플루언서-워너비 놀이를 하는(...) 여행자들도 엄청나게 많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이런 한국에서, '인플루언서'가 되겠다고? 글쎄. 검색어 키워드 빵빵하게 넣어 일일 방문자 수를 늘리는 파워블로거가 되거나, 포토까지 고용해 스냅사진으로 도배한 인스타 팔로워를 늘리는 건 6개월~1년이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 상태를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타인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Influential) 사람이 되고, 또 전문성을 확보해 자신만의 직업을 창출하는 것, 게다가 그 직업을 '유지'하는 건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이니 말이다.





마이크 임팩트 종로 수업 중




그래서 더더욱, 지금 내 자리가 신기하게 다가온다. 그 10년 동안 내 인생에도 너무나 큰 변화가 많았는데, 단 한 번도 블로그 운영 패턴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 또한 본업인 강사 외에 블로거로서도 여전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말이다. 사실 네이버든 카카오든 어느 쪽에다 블로그를 운영했어도, 예전보다 블로그 플랫폼의 영향력 자체가 줄어든 건 기정 사실이다. 정작 깨달은 진리는, 본인 스스로가 '플랫폼'이 된다면 그 어떤 콘텐츠를 어디서 생산해도 상관이 없더라는 것. 여기서 플랫폼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브랜딩'과는 다르다. 블로거들이 소위 '뜨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닉네임 홍보부터 셀카, 로고 박은 사진 등 일련의 온라인 콘텐츠 브랜딩은 사실 '플랫폼화'와는 거리가 멀다. 어쩌면 이 블로그는 단순히 콘텐츠를 담는 바구니를 넘어 나 자체를 플랫폼으로 만들어 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10년 파트너로서 함께 걸어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일전에 서울의 대학에서 진로 교육을 하면서, '직업을 선택하지 말고 직접 만들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직업을 만드는 건 그 직업을 '유지'하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아무 것도 아닌 일인가. 방금 검색하다가 본 거지만 요즘 인기있는 창업 종목에 '1인 여행사'도 있다는데, 창업 후 1~2년 내에 약 90%가 폐업신고를 한단다. 직장생활만 오래 했던 내가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도, 이걸 '직업'으로 정착시킬 거라고 진지하게 여기는 주변인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의야말로 나를 불러주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야만 유지가 되는 일이다. 그러니 왠만한 평판이나 전문성 없이는 섭외 자체를 '꾸준히'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강의와 같은 지식산업이야말로, 프리랜싱에서 1인 기업 정도로 성장하려고만 해도 엄청난 노력과 인맥이 필요하다. 


곧 2017년 결산 포스팅을 정리하겠지만, 올 한 해는 강사로서 활동한 지난 4년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성장한 한 해였다. 무엇보다도 여행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흥미로운 일을 하면서, 4년 이상 같은 직업을 키워올 수 있다는 사실에 매 순간 감사했다. 덕분에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충분해 졌고, 해외에 나가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취재와 여행을 병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내 교육을 믿고 맡겨주신 전국의 여러 기관과 기업 관계자 분들께는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사실 올 한 해 부득이하게 거절한 강의도 많고(재능기부 형태의 강의는 하지 않는 게 나름의 원칙이다), 공개 교육도 생각만큼은 많이 못했다.ㅠ 내년에는 좀더 체계적으로 팀을 꾸려서 알차고 다양한 수업을 해봐야겠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목표는, 이 직업을 '유지'하고 더 성장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로 돈 벌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미션인 지금, 계속 유지하고 싶은 직업을 가졌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잘 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갖고 싶은 직업'을 최대한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멘토링하는 게 내가 받은 행운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으며.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2017년 nonie의 인플루언서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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