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관광청 X nonie - 3박 4일의 마지막 날, 침사추이 산책
3박 4일의 마지막 날은 온전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귀국을 앞둔 짧은 반나절 동안, 호텔이 위치한 침사추이 주변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아침 일찍 슈퍼마켓에 가서 식재료를 사기도 하고, 오는 길에는 구룡 공원에서 아침운동을 즐기는 현지인을 구경했다. 점심에는 간판도 없는 후미진 건물 깊숙이 들어가, 토마토 국수를 먹었다. 마지막까지 홍콩다운 홍콩을 새겨넣기 위해 분주했던 시간들.
골목을 걷다가, 소스 한 병을 사고
일찌감치 조식을 먹고, 운동화끈을 조여맨 후 호텔을 빠져나왔다. 로열 퍼시픽 호텔이 위치한 이 거리엔 하버시티가 있는 대신, 그 외에 다른 무엇도 찾기 힘들다. 맨날 오는 홍콩이니 기왕이면 수입품만 가득한 대형 마트 말고, 현지인들이 일상의 먹거리를 사는 슈퍼마켓을 가보고 싶었다. 다행히 멀지 않은 조단역에 파크앤숍이 있었다.
침사추이에서 조단역으로 향하는 길은, 공사 중인 대로변을 지나 작은 골목으로 접어드니 점점 재밌어졌다. 그리고 조단역 근처 골목의 작은 식료품점을 지나다가, 우연히 내가 사야 할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역사가 무려 1백년이 넘는다는, 하지만 일반 슈퍼에서는 팔지 않아서 셩완의 본점과 소규모 가게에서만 판다는 칠리소스는 오랫동안 내 쇼핑 리스트에 들어 있었다. 이번에도 단체 일정이라 내심 포기하고 있었는데, 걷다가 우연히 발견할 줄이야.ㅎ 묵직한 유리병이어서, 아쉽지만 작은 사이즈로 하나 겟.
그리곤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해, 파크앤숍에 무사히 도착했다. 마카오와 비슷하게, 홍콩의 파크앤숍도 제법 살만한 것들이 많다. 특히나 중화권이니 각종 차 종류가 풍부해서 선물사기 딱 좋고, 애초에 내가 사려던 중화권 소스나 식재료도 많이 갖춰져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제 왠만한 건 다 살수 있지만, 온 김에 평소 사려던 것들 몇 가지를 주워 담았다. 리스트는 아래에 따로 소개.
아침의 구룡공원
홍콩의 아침이 너무나 좋다. 그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에도 고요한 아침이 존재한다는 게 신기해서일까. 첫 홍콩여행에서 아침의 새공원 산책을 다녀온 뒤로, 나는 홍콩을 사랑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7~8년 전 그 때도 구룡공원을 분명 왔던 것 같은데, 그 땐 그다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침사추이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아침의 구룡공원은 내 머릿속 첫 인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걷던 때처럼 평화로웠다. 눈 앞에 슬로모션처럼 펼쳐지는 어르신들의 체조 장면을 구경하면서, 내 걸음도 덩달아 느려졌다.
그렇게 구룡공원을 가로지르면, 우리 호텔로 연결되는 구름다리가 이어지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처음으로 정면에서 바라보는 로얄 퍼시픽 호텔, 참 금빛찬란하구나. 도착하니 오전 11시. 이제 서둘러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할 시간이다. 점심은 짐을 로비에 맡겨놓고 시내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간판없는 차찬탱의 토마토국수
구글맵은 분명 여기를 가리키는데, 허름한 전자기기 악세사리를 파는 상점일 뿐이다. 그 주변도 기웃기웃해 보지만 우리가 찾는 스타 카페라는 간판을 단 곳은 골목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그 전자상가 안으로 들어오면 어두컴컴한 복도를 따라 식당 하나가 숨어있다. 이러니 못 찾을 수밖에. 재밌는 건, 막상 들어와 보니 사람들로 가득하더라는 것. 물론, 우리같은 뜨내기 손님은 없다. 점심을 먹으러 온 듯한 직장인 무리와 합석을 했는데, 되려 우리를 너무 신기하게 쳐다보더라는.
주인 할아버지는 영어 메뉴판에서 손가락으로 메뉴를 하나씩 짚어내도 잘 알아듣지 못하셨다. 간신히 주문은 넣었지만, 과연 제대로 음식들이 올지 기대 반 걱정 반. 하지만 역시 오랜 역사의 차찬탱답게, 음식은 빠른 속도로 척척 나왔다. 물론 내가 주문한 토마토 국수의 면발 종류는 에그누들에서 라면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먹어보니 라면과 토마토 국물이 어우러진 맛이 또 예술이다. 쇠고기도 듬뿍 들어있는 토마토국수는, 모두가 너무나 만족스럽게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그리고 국수와 신기하게 잘 어울리는, 계란 샌드위치와 연유 토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든든한 토마토국수를 훌훌 들이키며 한 손에는 샌드위치를 들고, 뜨끈한 밀크티를 홀짝이는 침사추이에서의 오후. 같이 간 멤버들이 진짜 홍콩에 온 것 같다며 재밌어하니 다행이다. 사실 그동안 홍콩에 올 때마다 마음에 드는 차찬탱을 많이 가보지 못한 게 매번 아쉽기만 했다. 이번에 만난 차찬탱은, 대만족. 주문이 좀 어렵지만, 다음에도 꼭 또 오고 싶은 곳이 하나 더 생겼다.
이렇게 실컷 먹은 후, 바로 근처의 코튼온(Cotton On) 매장에 들러 좋아하는 옷을 쇼핑하면서 알찬 반나절 여행을 마무리했다. 호텔에선 구룡역까지 무료 셔틀을 운행하기 때문에, 구룡역에서 편리하게 수속 및 수하물 체크인을 하니 어찌나 가뿐하던지. 그 어느 때보다도 참 마음 편안하고 즐거웠던 3박 4일의 홍콩여행은 그렇게 마무리했다.
홍콩 슈퍼마켓에서 산 몇 가지
작은 가게에서 산 칠리소스를 빼면, 모두 파크앤숍에서 구매한 것들이다. 이금기 흑초와 굴소스(튜브)를 사봤다. 튜브형 굴소스는 한국에도 나온 제품이고, 흑초는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흑초는 산라탕이나 탕수육 해먹으려고 산건데 얼른 해먹어봐야 할텐데.ㅎ 그리고 한국에서는 잘 팔지 않는, 콘비프 통조림도 몇 개 샀다. 일본 만화에 자주 나오는 콘비프 덮밥 해보려고 산 것들.
맨 아래 연두색 상자는 한방젤리. 얼마나 쓴 맛이 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ㅋㅋ 큰 봉지에 든 건 인스턴트 새우알 누들. XO소스가 동봉되어 있어서, 몇 번 해먹어 봤는데 조리가 아주 간편하다. 라면대신 사올 만한 아이템으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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