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Luang Prabang -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여행하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이래저래 분주하다. 길목 어딘가에서는 스님들의 탁밧 행렬이 이어지고, 깊숙한 골목에서는 신선한 채소를 사려는 동네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여느날의 아침, 그들이 아침에 먹는 음식을 찾아 메콩강변으로 내려가, 뜨끈한 닭죽 한 그릇을 뚝딱 했다. 그리곤 뜨거운 뙤약볕 아래로 천천히 걸어, 아침 시장과 골목 사이의 어딘가를 걸었다.
Breakfast @ Kiridara
키리다라의 아침 풍경은 차분하다. 크지 않은 레스토랑에는 심플한 뷔페가 차려져 있다. 이곳의 조식 역시 '주문형'이라 메뉴판을 보며 덜 깬 잠을 마저 깨워본다. 라오스에서의 나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부지런히 현지식부터 하나 주문해 놓고 음식 담기. 뷔페 코너는 샐러드바에 가깝다. 빵 류와 간단한 채소/과일류만 있고, 나머지 요리는 직접 주문해서 먹으면 된다. 위장이 허락한다면 무제한 주문도 가능하니까.
아시아풍의 맛깔나는 볶음밥 한 접시, 그리고 이것저것 주워담은 빵과 샐러드면 오늘 아침은 충분하다. 상쾌한 아침공기와 요란한 새소리, 그리고 탱글탱글한 프라이를 얹은 고소한 밥으로 느긋하게 식사를 마쳤다. 커피는 한 잔 더 주문하고 싶은 걸 애써 참고 일어났다. 남은 한 잔의 커피를 더 마시러, 밖으로 나갈 참이다.
이전에 묵었던 르센은 저녁에만 픽업/드랍오프 서비스가 있는데, 키리다라는 오전 중에는 언제든 프론트에 얘기해서 차량이나 뚝뚝에 탑승할 수 있다. 덕분에 아침 일찍부터 시내를 편하게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호텔의 시그니처 컬러인 퍼플로 럭셔리하게 만들어진 전용 뚝뚝을 타고, 엊그제 야시장에서 산 코끼리 바지 가볍게 걸쳐입고. 이젠 조금은 라오스에 익숙해진 채로 이른 아침의 루앙프라방을 만나러 가는 길. 아직은 많이 덥지 않아 좋다. 창문이 없는 뚝뚝을 타니, 상쾌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기내지에 소개된, 로컬 아침식사를 찾아
한국인에게 타이항공은 무척 익숙하지만, 방콕항공은 생소하다. 방콕을 거점으로 태국 전역과 주변 도시만 운행하는 민간 항공사다. 한국에서는 주로 코사무이 갈때나 타는 비행기로 알려져 있지만, 바로 이 방콕항공이 방콕~루앙프라방 직항을 운항한다. 이번에 내가 타게 된 노선이기도 하다.
마침 이번달 방콕항공 기내지에는, 취항지인 루앙프라방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소개된 몇 곳의 로컬 식당을 폰으로 메모해 두었다. 오늘 아침 내가 향한 곳이 바로 그 기내지에 소개된 식당 중 하나다. 라오 식의 전통 커피를 융드립으로 내리고, 가마에서 끓여낸 죽을 파는 허름한 밥집이다. 국립박물관에서 메콩강 방향으로 내려가면, 강변을 따라 이런 집들이 죽 늘어서 있다. 대부분 오전 11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10시 반이 넘어서 간신히 도착했는데, 다행히 아직 영업이 끝나진 않았다.
무심한 표정의 아가씨는 주문을 받자마자 재빠르게 손을 놀린다. 강배전의 로컬 원두를 융으로 내려 연유를 탄 커피는, 마치 타이 밀크티처럼 진한 색을 띤다.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 노천에서 뭘 먹을 엄두가 나진 않았는데 이 커피 한 모금이 쭉 들어가니 살 것 같다.
가마에서 끓던 닭죽에는 튀긴 셜롯과 파가 고명으로 올라간다. 분명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왔는데도, 이 죽은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라오스에서 먹었던 로컬식 중에 Top 3 등극. 간판 없는 카오소이고 뭐고 이래저래 소개된 집들 다 먹어봤지만, 이 집 죽이 최고다. 다음에 시내에 있는 호텔에 묵는다면, 아침은 매일 여기서만. 호텔식 안 먹었으면 튀긴 도넛까지 주문했을텐데 그것을 같이 못 먹은 게 아쉬울 따름이고.
Morning Market
아침의 루앙프라방은, 모닝마켓이 주인공이다. 쿠킹클래스를 신청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이곳 마켓엔 요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탐을 낼 만한 신선한 채소와 허브가 가득하다. 관광객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온전히 그들의 삶을 위한 현장이기도 하다. 다른 곳에선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활기가 넘쳐 흘러서, 그냥 시장을 돌아다니는 것 만으로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기도에 올리기 위한 꽃을 파는 여인들, 오늘 팔 채소를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는 여인들을 하나 둘씩 지나치며 계속 걸었다. 아침의 루앙프라방을 만나러 오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이렇게 시간을 아무 하릴없이 흘려 보내는 호사를 부려본지가 언제였던가. 현대사회에서 최고의 사치는 온전한 내 시간(특히 여행할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또는 얼마나 조정할 수 있느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양산을 써도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불볕 더위를 피할 길이 없으니, 이제는 루앙프라방의 카페를 하나씩 순례하러 떠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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